지난 2006년 12월 11일 국가인권원회 배움터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관,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한국인권보고대회’가 열렸다. 월간 <사람>은 2007년 새해를 맞아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인권운동에게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된 ‘한국인권보고대회’ 종합토론에서 나왔던 주요 내용을 재구성하여 소개한다. |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해 연말 교수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해왔다. 가끔은 배운 티를 내며 듣도 보도 못한 어려운 한자를 내놓기도 하고 우리의 문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중국고사에 보수적인 정치적 견해들을 끌어다 붙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한 해를 뒤돌아보기에는 사자성어 풀이만한 것도 없다. 교수신문이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밀운불우(密雲不雨)’다. 밀운불우는 주역에 나오는 말로서, 여건은 조성되었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나타낸다. 이는 2006년 한국 인권 상황을 되짚어보는 말로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지부진함 속에 보낸 2006년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변호사, 교수 등 인권 전문가들이 함께 한 ‘한국인권보고대회’ 마지막 순서인 종합토론에서 ‘2006년 인권 상황과 인권운동의 과제’란 주제발표를 맡은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지지부진’이란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2006년 한 해 인권 상황은 지지부진의 연속이었다. 대표적으로 국회에서 인권 관련 입법이 아예 없거나 미미했고 따라서 입법을 통해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국회기능은 사라졌다.”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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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대표는 먼저 인권 상황 전반을 ‘인권문제의 복잡성’이란 화두를 통해 중기적(거시적) 정세와 단기적(미시적) 정세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2006년 인권문제의 구체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권침해를 가져오는 문제점들과 이를 변경할 수 있는 상황들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그는 참여정부 출범부터인 4~5년간의 인권을 둘러싼 현안과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세력 간의 힘의 관계를 살핀다. 이창수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가 일부 도입되고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과거의 인권침해와 관련한 법/제도가 개정되거나 폐지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국제적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강화와 당면해 있는 군사안보 조정 국면에 대한 대응과 저항이 지속”되고 있고, “정치적으로 친인권 세력의 영향력이 약화된 반면 안보질서론자들의 목소리는 커져 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위태로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인권은 제도적인 진전을 보여주고 있으나 구체적으로는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반면에 인권이라는 단어는 추상적, 관념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더 나아가 반시대적, 반인권적 주장도 거침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기에 인권 상황의 성격을 ‘과도기적 위기’라 진단한 것이다. 또한 “사회는 오히려 정부정책의 실패로 빈곤이 심화되고 있고 공권력의 남용으로 생명권의 침해가 발생하는 상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일심회’ 사건이나 평택 문제, 한미FTA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에서 잠복되어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정부 대처를 보면 아직도 한국사회는 공권력 집행기관의 안보주의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곧 ”한국사회는 여전히 국가보안법 체계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인권보호 체계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창수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과 법무부, 경찰 등에 인권 관련 부서가 생겨나고 NAP(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가 만들어지고 수립하려는 시도, 과거사 관련 일부 진전이 보인 것” 등 일부의 정부 내 변화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사법개혁에서 보듯 개혁과 인권개선의 추진동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인권보장의 측면보다는 각 세력 간의 타협 수준에서 인권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슈는 전국화 되고 이에 대응하는 경찰의 폭력은 심각해지는 반면 인권문제는 더욱 사회구조화 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현 상황은 인권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복잡한 상황에 대응하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
이러한 이창수 대표의 견해에 대해 첫 번째 토론자인 정미화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동의를 표시하고 “한국 인권 상황에서 그 복잡성에 주목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분석이다.”라고 밝히면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 깊은 접근을 하지 않으면 인권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소평가하거나 앞으로 일어날 인권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권문제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분석하는 것만큼 그 분석에 기초해 다양한 접근방식과 운동 형태로 인권운동이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정미화 변호사는 “인권 문제가 이슈화 되었다가 다시 잠잠해졌다가를 반복하는 곡선을 그리게 되는 이유는 결국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개선 의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 문제제기는 되고 있으나 사회적 합의에 실패하여 제도 개선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한국사회 현실이라고 봤다.
법무부는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 ||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에 대한 토론도 진행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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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보고대회 종합토론은 ‘2006년 한국 인권 상황과 인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 인권국 등 국가인권기구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보는 토론도 진행되었다. 주발표를 맡은 김도형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권한이 미비한 현실에서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런 한계에 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 강화에 대해서는 권한강화 시에 보수화 될 소지가 있다는 점, 그 통제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현재의 권한으로도 자율적으로 적절한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 등 많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하며 그 통제 방안에 대해서는 지혜를 모으자.”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인권단체들을 향해서도 “감시적, 비판적 기능보다는 참여의 기능이 더욱 많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그러하기에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무부 인권국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 운동진영이 법무부 인권국을 냉소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단계”이며 이는 “지난 시절 대표적인 인권침해기구이자 가해자였던 법무부가 새삼스레 인권을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이기에 법무부가 우선적으로 과거에 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일 때만이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법무부 인권국은 외부 인권전문가 영입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으며 개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토론에서는 법무부에서 김현주 인권정책과장이 토론에 참여하여 ‘법무부 인권국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법무부 인권국의 주요업무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관계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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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한국 인권 상황의 특징을 “정치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경제적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과도기적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문제가 동시적이고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복잡한 형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하고 그럴수록 “인권운동은 그 대립지점이 어디인가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운동, 사회경제적 조건이 강제하는 인권침해의 문제에 주목하는 운동”이 더욱 요구되는 현실에서 “FTA 문제와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불안정 노동문제, 각종 사회 안전망에 대한 문제가 대립지점을 형성하는 가운데 시장경제가 득세하고 공공성이 상실되는 구조적 상황이 벌어진다.”라며 진단하고 이에 대한 인권운동진영의 계속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이와는 별도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창수 대표의 발표에서 언급된 국가보안법 체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악법개폐운동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에서 동의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물론 적극 찬성하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87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재를 국가보안법 체제라 규정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요 이슈로 내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창수 대표는 “FTA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보주의가 국민 위에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 체제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과거청산의 지지부진함도 국가안보 질서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 속에서 “법의 폐지가 아니라 체계를 해체하는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는 재반론을 펴기도 했다.
인권운동의 역할과 가능성
‘위기’로 회자되는 한국 인권 상황에서 인권운동의 대응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먼저 위기적 상황에 대한 인권운동의 대응이 ‘방향조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표현한 이창수 대표는 대표적으로 평화권과 장애인 인권, 사회권 등을 예로 들며 “세분화되는 인권운동의 흐름 속에 2006년에는 현장 중심의 운동과 법제도 개선에 중심을 둔 운동이 뚜렷하게 분화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역할분담이 인권문제의 복잡성, 다양성과 맞물리면서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인권운동의 특징을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 △저항적이고 전투적인 운동양상 △핵심 인권활동가 중심의 기동전 △지역현안의 중앙화 △집단적인 공동 실천 △사회권 영역 운동의 구체적 실천 등으로 정리하면서 “인권운동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에서 볼 수 있듯 구조적인 인권문제, 그리고 사회권 분야에 집중된 운동으로 나가고 있으며 평택 대추리 도두리에서의 미군기지 저지 투쟁에서처럼 보다 저항적이고 전투적인 운동양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권운동은 과거에도 지금도 활동가 중심 운동”이었다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지역 현안에 구체적인 개입, 사회권 영역의 지속적인 대응에 있어서는 일정한 한계를 보여 왔다”고 지적하면서도 반면에 “분화되고 다양화 되는 가운데 역동적인 모습이 보이는 등 인권운동이 보다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인권운동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해 이창수 대표는 “인권적 가치를 동아시아에 확산시키는 문제는 동아시아의 평화정착이 인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의미를 가진다.”라고 하며 이에 대한 “인권운동의 전략적 차원에서의 노력”을 주문함과 동시에 구체적으로 ‘동아시아 인권재판소 설치’의 모색을 제안했다. 또한 인권의 제도화를 비롯해 정부 인권보호기관의 질적 저하 문제에 대해서 대응할 ‘인권단체 인권위원회’, 사회권 실현을 위한 사회기구와 인권법 제정, 인권운동 기금마련 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매우 역동적으로 분화되고 있는 인권운동의 지형에서 생활밀착형, 주민 주도형 운동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에 활동가 중심의 인권운동이 어떻게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리 인권운동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현실은 운동의 성숙을 요구하고 있다
운동의 방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일치했다. 이창수 대표의 발표에서 언급된 ‘복잡한 상황에 맞는 다양한 운동 모색’에 대해 정미화 변호사는 “인권개념이 다의화 되고 인권 상황이 복잡화 되었다면 이에 맞게 인권운동의 대응도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된다”고 동의를 표시하고 특히 앞에서 지적한 바 있는 “구체적이고 일상화된 인권문제가 이슈화 되었다가 다시 잠잠했다가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운동은 어떠한 방법으로 대응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논의가 사회적 합의에 실패하면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국면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 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인권운동은 외부로부터 성숙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것이 왜 인권문제냐, 하는 질문은 투쟁 일변도에서 전문가적 운동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사회가 안정화 되었다고 하지만 그 속에 “일상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람들을 더욱 주목하는 한편 운동의 대중화와 인권교육체계 마련 등의 뒷받침을 통해 구조를 파헤치고 들어가 거기에 갇힌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변화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에도 힘을 기울이는 운동의 성숙”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권운동은 정치화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인권문제를 알리고 소수자, 약자의 문제를 알려야 하며 노약자, 이주노동자, 혼혈 문제 등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에 대해 제도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점점 다양화 되고 영역을 넓혀가는 인권에 대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2007년에는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인권보고대회 13개 요구 담은결의문 발표해 | ||
더욱 짜임새 있어진 인권보고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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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일을 기념하여 올해로 여섯 번째 열린 ‘한국인권보고대회’(아래 인권보고대회)는 그동안 독자적으로 행사를 준비해오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에 인권단체연석회의가 결합하면서 좀 더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였으며 참석자도 눈에 띄게 늘어 예년에 비해 풍성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인권보고대회는 오전에 국제인권규약 이행상황을 비롯하여 노동, 교육, 미군문제, 민생경제, 여성, 환경, 과거사, 언론과 사법 등 10개 분야에 대한 보고가 진행되었으며 점심식사 이후에는 경찰폭력에 관한 영상이 방영되기도 했다. 오후에는 ‘인권쟁점토론’으로 ‘생존권적 저항에 대한 국가의 물리력 행사(경찰폭력)의 문제점’과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본 한국사회의 차별문제 개선 전망’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고 이후 ‘한국 인권 상황과 인권운동의 과제’에 대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첫 번째 쟁점토론에서는 2006년 경찰폭력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과 함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침해와 집회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공모공동정범이론(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아 공모자로 처벌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쟁점이었던 ‘차별문제’와 관련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지는 의미와 향후 전망,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한편 매년 인권보고대회 마지막 순서로 발표되었던 ‘인권보고대회 결의문’에서는 ▲사법제도 개혁과 검찰 및 사법부 민주화 ▲평화적 집회 시위 권리의 보장 ▲국가보안법과 사형제도 폐지 및 평택 대추리 김지태 이장 등 양심수 석방 ▲한미FTA 협상과정 공개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에이즈 예방법 전면 개정 ▲도박사업 규제와 피해대책 마련 등 13개 요구안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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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원석 처장은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변화된 현실, 부동산 문제 등 사회적 의제에 있어서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만 논의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인권운동은 새로운 영역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또 한편으로는 인권운동이 “장애인 이동권이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등을 강력하게 사회에 제기했지만 아직 제도화 하지 못하는 것은 뒷심이 부족한 때문은 아닌지”라고 하며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함을 제기하기도 했다. 더불어 “국제적 인권문제와 국제인권기구 감시, 10년 째 사형집행이 되지 않아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음에도 아직 제도가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비를 맞고 있는 사형제 폐지운동”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정치권 일부에서 간간히 제기되고 있는 개헌 문제 등에 대해서도 “권력구조의 재편에 맞춰지는 것이 아닌 피지배자들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운동이 그렇듯 인권운동도 발전함에 따라 제도화 되는 측면이 있으며 이는 인권운동의 성과임에도 제도가 운동을 역규정하는 측면이 있기에 제도화를 넘어 본질적 문제로 나가야 한다.”라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이어 마지막 토론자로 나섰던 조국 교수는 “운동의 가장 핵심은 참여라는 점에 주목했을 때 사법개혁 운동에 관여했던 본인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하며 사법개혁 부진의 이유가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임을 인정하고 인권운동이 보다 많은 시민,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조국 교수는 “전문가는 법제도와 같은 하드웨어에, 활동가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의식 변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역할분담론을 제기하기도 했으며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는 청소년 인권운동에 주목하는 것”과 함께 “동아시아에서만도 최고의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인권 상황과 시민사회의 역량을 고려해서 국제인권 문제에 대한 대응도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상 두 시간 남짓한 제한된 시간 속에서 공통된 현실 진단과 그에 근거한 인권운동의 과제와 인권운동에 대한 주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방청석에서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문제에 대한 대응과 전략’, ‘한미FTA에 대한 대응’ 등 구체적인 행동과제에 대한 질문과 의견이 제출되었으나 쟁점에 대한 토론과 구체적 행동에 대한 논의는 향후 실천으로 맡겨지며 한국인권보고대회는 마무리되었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