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의경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공장으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큰 집회는 아니었고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부도 처리를 해서 생계를 잃은 공장노동자들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대개 집회에서는 옳고 그름 보다는 감정이 앞서게 되고 그것이 집단적인 동료의식으로 발전해서 더욱 위험하고 폭력적이다. 일단 시위대에서 누군가 욕을 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어지고 이게 집단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일단 적의에 불타는 마음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래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대개 못다 푼 적의를 불태우며 시위대를 욕하거나 이런저런 없는 말들도 지어내게 된다. 그런데 그 날은 노동자들 가족들이 다 나와서 한참 처절한 집회를 한 터라 돌아오던 버스 안이 잠잠했다. 아무리 어리고 아직 사회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라도 참으로 처절함은 통한다. 사람이니까.
진압하며 다치기라도 하면 앞서 말한 적의가 곧바로 폭력으로 표출될 것 같다.
다치는 일은 다반사고 상황이 종료되고 긴장이 풀리면 온 몸이 쑤시고 노곤하다. 일단 동료가 다치게 되면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한데다 내가 다치게 되도 화가 나고 나중에는 서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다치는 것도 다치는 거지만 욕을 먹는 것도 상처가 많이 된다. 처음 집회에 참가했을 때는 긴장을 잔뜩 했던 것과 욕을 실컷 얻어먹은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말년이 되어 가면서 사실 폭력적인 집회상황이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흥분한 대원들을 적절한 타임에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보면 이거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분명히 내 눈에도 폭력적인 충돌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병력을 전진시키는 상황도 눈에 들어오고… 이것은 시위대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최근 폭력시위에 대한 말이 많다. 전의경 부모들도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전의경을 돕기 위해 사회에서도 노력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분들의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폭력의 근본적인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군 생활 하는 젊은이들이 다쳐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만 일관하는 것은 2년이라는 젊음의 한 토막을 내어준 전의경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경찰에서는 진압을 하기 전에 무엇이 시위대를 거리로 나가게 했는지 이야기해줘야 하고 전의경 스스로도 국가권력의 한 부분임을 인식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위대가 시위를 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마치 폭도들의 난동을 진압했다는 정부의 태도와 그것을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이런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전의경의 폭력으로 다친 시위대에게 미안하다. 그렇지만 죽창이니 파이프, 돌멩이는 누가 보아도 폭력적인 도구들이고 위협이 된다. 이런 폭력적인 도구들로도 시위대가 국가권력을 이기기는 불가능한 상황 아닌가. 그런 점에서 시위대는 좀 더 현명하게 행동해줬으면 좋겠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