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내목소리] 교정시설은 수용자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라

더 이상 인권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돼


이번 호에서는 월간 <사람>으로 온 수감자의 독자투고를 싣는다. 문정훈 씨는 “월간 <사람>이 교정시설에서 자주 발생하는 인권침해 등을 다루는 지면이 없다는 게 조금은 아쉽고 앞으로 이런 지면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교정시설과 관련된 글을 써봅니다.”라는 사연과 함께 아래의 글을 보내왔다.



나는 8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수감생활을 하면서 수용자 신분으로 몸소 체험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들을 글로 쓰고자 한다.


현 교정시설은 본래의 목적을 잃은 상태다. 교도소에 수용자를 수감하는 목적은(행형법 제1조에서 보듯이) 죄에 대한 대가를 묻고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를 격리하여 사회를 보호하고 수용자를 교화하여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고 수용자가 스스로 반성해 사회에 돌아올 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 교정시설에서는 교정교화는 뒷전이고 수용자들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둘 뿐이다.


교정교화는 뒷전이고 수용자 관리만


규율유지 등을 빙자하여 직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감정적인 처벌도 많다. 교도소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인권침해를 당해 그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해 교도소장 면담과 법무부 장관 청원, 대통령 비서실, 국가인권위원회, 감사원 등에 진정을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행형법 시행령 제4조 제1항에서 소장은 매주 1회 이상 수용자와 면접을 가져야 하며 형식적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수용자를 상담하도록 명시되어 있음에도 그렇게 시행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수용자가 면담 보고전을 내도 실무자들이 소장과의 면담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단해버리기도 한다.


어쩌다 소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어도 소장은 미리 준비한 답변 요지만으로 짧게 상담해버리고 결국 소장면담은 거의 무용지물이고 형식 불과하다. 우리나라 교정시설 공무원들의 의식 개혁에 앞장설 사람은 교정시설 장인 소장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임기간 동안 적당히 지내다 아래 사람들의 대접이나 받다가 기한이 되면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국 교정시설의 소장이 법령준수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갖고 수용자를 상담하여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보고 수용자를 교정의 객체 또는 처우의 객체로 취급하여 왔던 것을 버리고 교정의 주체 또는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실질적인 법치국가원리를 기본 원칙 중의 하나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수용자라고 할지라도 형벌로서의 자유를 구속당하는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일반 자유인과 마찬가지로 취급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되어 있다. 수용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엄연한 국민의 한 사람임과 동시에 인격의 주체자라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 청원이나 대통령 비서실, 감사원 등에 청원을 하거나 진정을 하는 제도가 보완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취지가 무색하다. 수용자가 청원진정을 하면 법무부에서는 각 지방청으로 넘기고 각 지방청은 자기 관할인지라 제대로 처리되는 일이 거의 없다. 법무부나 지방청에서 조사를 나와 봤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을 겪어본 수용자는 다들 알 것이다. 이유는 지방청이나 법무부의 인사도 한때 교도소 인사였기 때문이고 직원 사기 면에서나 여러 면으로 수용자 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수용자는 가슴만 치고 부정적인 생각만 가슴에 담고 어찌할 줄을 모르다보니 자해를 해서라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살까지 선택한다.


면담, 청원, 진정도 취지가 무색하다


실제 문제수라고 지적받는 수용자의 경우 대부분은 처음 사소한 문제로 형사고소를 하려고 또는 위법 부당한 처우 등을 이유로 집필신청이나 소장 면담 신청을 하였는데 교도소 측이 허가하지 아니하자, 다시 위 면담 신청과 집필불허에 대하여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등을 제기하기 위해 집필신청을 하고, 교도소 측이 다시 이에 대하여 불허하면 또 다시 이에 대한 민사소송 등을 제기하기 위해 집필신청을 하는 등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다. 이러한 악순환의 과정에서 수용자가 교도관에게 집필신청 등을 요구하며 소리를 지르게 되면 징벌처분을 받고, 교정당국과 교도관은 그러한 수용자를 문제수로 지정하고 특별 관리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료문제에 있어서도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수용자 대 의료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정기 건강검진을 의사면허도 없는 교도관이 해야 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교도소에서 일반병원과 똑같은 수준의 의료혜택을 베풀 수는 없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영구 장애가 되는 등의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수용자가 의료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국가의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


나는 이런 문제들이 수용자 개개인에 대한 인권침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 문제임을 말하고 싶다. 어쩌면 법무부나 교정시설에서는 교도소가 인권사각지대가 아니라고 반론을 할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운 현실을 왜곡하고 숨기기보다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1만 3천여 교도 노동자들이 존경받고 그들의 근무환경이 선진국을 따라 개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까지 쓴 글은 현 교정실태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아마도 내가 겪은 사례들을 글로 적는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글을 지속적으로 쓸 생각이다. 법무부나 교정시설에서 수용자 인권문제를 사회적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기 바라며 투명한 교정 현실이 되었으면 소망한다.


2006년 11월 13일 광주교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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