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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네이스보다 훨씬 위험성이 큰 개인정보 통합사업이 바로 최근까지 알게 모르게 추진되었다. 이른바 검찰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통합 형사사법 정보관리체계 구축사업’ 이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는 각종 조서와 서류들을 통하여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포함한 기본적 개인정보를 비롯하여 차적, 건강상태, 피의자의 가족관계나 인적 사항, 이성 관계, 재산, 병역, 종교, 가입 단체 등 매우 민감한 정보들이 수집된다. 이러한 개인정보들이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서로 다른 기관의 데이터베이스들이 통합되어, 이 통합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임의로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내부자에 의한 광범위한 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물론이고, 수사기관에 의한 국민 통제력도 어마어마하게 증가할 것이 명확하다.
‘알게 모르게 개발중인 정보핵폭탄
통합 형사사법 정보관리체계(아래 통합망) 구축사업은 수사, 기소, 재판, 형집행에 이르는 모든 ‘형사사법 업무를 표준화·전산화’하고, 단일화된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관련 기관이 공동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검찰, 법원, 법무부 등이 공동으로 통합형사사법체계구축기획단(아래 기획단)을 구성하여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망 구축은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반 ‘형사사법정보화’ 사업 중 하나이다. 지난 2003년 8월, 전자정부 로드맵 31대 과제로 선정이 되어 추진되기 시작하였으며, 2004년 12월에 기획단이 구성되었다. 이후 LG CNS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여, 2005년 7월까지 ‘업무재설계 및 정보화전략계획(BPR/ISP)’을 수립하였으며, 2005년 10월 26일에는 국정과제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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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형사사법 정보의 전산화나 각 기관간의 연계가 이번 통합망 사업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90년대부터 경찰, 검찰, 법원 등 각 기관별로 전산화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통합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획단은 기존 형사사법 정보화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여전히 종이문서 중심의 업무처리로 인해 인력 및 시간의 낭비가 심각하고 ▲기관 간에 정보의 공동활용이 미흡하여, 동일한 정보를 각 기관에서 중복 입력하거나 다른 기관의 정보를 조회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민원 해결을 위해 각 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등 민원 서비스의 정보화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기관의 정보 시스템이 제각기 구축되어 상호 유기적인 연계 구성이 어렵기 때문에, 통합적인 정보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합망 사업은 지난 2005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단계 1차 사업으로 경찰사건수사시스템 구축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1단계 2차 사업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통합망 사업에 대해 경찰 측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찰 측에서는 예산 낭비나 인권 침해의 우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통합망 구축으로 인해 검찰의 정보 독점이 강화되고, 이로 인해 경찰의 검찰에 대한 종속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단 자체는 법무부 소속으로 되어 있고 경찰, 검찰, 법무부, 법원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실제로 통합망 사업은 검찰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기획단 단장도 검사가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획단 구성에 있어서도 검찰 측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경찰 측의 반발로 그동안 조용히 추진되던 통합망 사업이 수면으로 떠올랐으며, 지난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행정자치위원회 의원들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었다. 지난해 9월 26일에는 최규식 의원실 주최로 ‘온 국민을 감시의 그물망에 묶어 두려는가? -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 구축사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행정자치부 전자정부본부의 제안에 따라 결국 애초의 통합망 구축안에서 각 기관별로 따로 운영하고 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위험천만인 형사사법 통합망 사업
기획단은 통합망 구축이 “단지 각 기관의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일 뿐”이지 네이스와 같은 통합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기존에 문서의 형태로 경찰, 검찰, 법원으로 전달되던 것을 단지 전자문서로 전환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만일 그렇다면 각 기관이 별도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시스템 간에 문서 교환이 가능하도록 연계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 이미 법원의 경우에는 통합망과 연계는 되지만, 사법부 전산센터를 독자적으로 구성하기로 하였다. 법원은 행정부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연계로 가능하다면,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무부 등 다른 기관 역시 기술적으로 연계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구축되는 통합망에서 어떠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고, 정보공유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도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보공유의 범위를 확정하지 않고 통합망 구축을 시도한 것이 경찰 측에서 반발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경찰의 검찰 종속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국민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개인정보가 전산화되는지, 관계 기관 사이에 공유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똑같은 정보가 수사기관에게 수집되더라도 이 정보들이 문서화되어 있는 것과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전산화된 정보는 접근과 검색이 용이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훨씬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과거 수사 기록같은 것도 문서화되어 있다면 참고하기 힘들겠지만, 전산화되면 쉽게 과거의 자료를 참조할 수 있게 된다. 수사기관에 한번이라도 조사를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반복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활용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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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검찰 직원과 같은 통합망 사용자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도 훨씬 커지게 됨은 물론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간호사 등을 통해 신용정보업체에서 수십 만 건에 달하는 정보가 유출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내부자에 의한 정보유출은 사실상 통제하기 쉽지 않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 처지는 미래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개인정보가 전산화되는지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약식사건의 피의자나 참고인 조서 등도 전산화되어 계속 보관된다면, 통합망은 조만간 거의 전 국민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름, 주소와 같은 기본 정보뿐만이 아니라, 모든 진술 내용이 전산화되고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다면, 통합망이 가지는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경찰서에 진술한 나의 인간관계, 건강상태, 가정문제, 재산 등이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유출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따라서 굳이 통합망에 대해서가 아니더라도, 경찰, 검찰, 법원 등의 전산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얼마나 전산화할 것인지, 얼마동안 보관할 것인지, 어느 정도 범위에서 공유할 것인지에 대해 세세하게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개인정보도 계속 전산화된 형태로 보관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획단은 통합망은 검찰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별도의 운영조직을 만들 예정이며, 이에 시민단체나 학계의 전문가도 참여시킬 계획이라며,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찰측이 반발하는 것 자체가 이 사업이 이미 중립적이지 않음을 반증한다. 이후 만들 계획이라는 ‘운영조직’ 역시 검찰의 허수아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통합망 이전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경찰, 검찰 등의 정보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감시 체제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기획단은 통합망 구축으로 연간 약 1,524억 원의 시간단축 효과와 연간 약 56억원의 종이비용 절감, 연간 약 114억 원의 우편송달 비용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서 등의 문서는 간인이나 피의자 서명·날인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 자체가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전자문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의 문서 작성과 전산화의 이중적 업무를 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긴 사건처리 기간과 과다한 서류작업이 과연 통합망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처리절차의 개선과 불필요한 서류작업의 축소 등의 다른 방안은 없는지가 먼저 검토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기획단은 통합망이 구축되면 국민들에게 더욱 편한 민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 검찰, 법원이 의지가 있고 상호 협조할 수 있다면 ‘연계’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각 기관의 민원을 통합적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관문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국가와 검찰을 신뢰할 수 있는가
프라이버시 문제는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정보의 수집자에 대해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정보 수집자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가에 따라 같은 시스템이라도 그 위험성은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통합망 구축의 장밋빛 효과에 대해 갖가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설명하더라도 통합망의 인권 침해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획단이나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검찰은 전혀 신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권에 큰 영향을 미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2003년 사업 추진이 계획된 이후 기획단은 그 흔한 공청회 한번 개최한 적이 없다. 기획단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여 의견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도 경찰측의 반발로 이 사업이 문제가 되자, 인권위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추진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받았다고 하지만, 2004년 3월 구성된 이후 추진 자문위원회는 단지 두세 차례 열렸을 뿐이다.
현재 통합망 구축이 좌절되고 연계 방식으로 전환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형사사법과 관련된 정보망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연계의 방식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사실상 통합망과 유사한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또한 경찰, 검찰, 법원, 법무부 등 형사사법 관련 기관에서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 수집하고, 어떤 범위에서 공유되고 있는지 국민들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형사사법 정보망을 통해 국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다량 수집, 이용된다는 점에서 이 기관들에 대한 사회적 감시 체제가 조속히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기본법에 의해 설립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정보 시스템 및 연계 시스템에 대해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통해 검증과정을 거쳐야할 뿐만 아니라, 운용 과정에서의 남용이 없도록 일상적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