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다방] 국가의 존재이유

나는 억압과 차별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힘을 쏟는 활동가인데, 위정자들의 눈에는 잠재적 범죄자로 보이는 것 같다. 외교부는 새로 생체여권을 도입해 거기에 내 지문을 집어넣겠다고 하고,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내 휴대폰 감청을 쉽게 하고, 내 인터넷 이용기록을 감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미FTA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려고 했을 때는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면서 허가하지도 않았던 그 국가가 이제는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내가 산 책과 내가 찍은 사진까지 처벌할 태세다. 문제는 이런 법률이 나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예비 범죄자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법률이 필요해지고, 감옥과 경찰 그리고 군대를 비롯한 국가기구가 유지, 강화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나는 여기에서 국가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국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강압적 사회관계’에 불과하다. 나는 이것 없이도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행한 이유 중 하나는 이 국가가 그 존재이유에 대해 한 번도 합리적이거나 진지한 설명을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세기 전반기에는 일본이라는 적이 국가의 존재를 합리화시켰고, 후반기에는 북녘의 적이 이 국가에 대한 모든 의문을 무력화시켰다. 정치학자들은 ‘국가라는 체제가 적과 범죄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래서인지 국가는 적이 없어지면 새로운 적을 의도적으로 가공해내기도 한다. 미국을 보라. 그러고는 ‘범죄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전쟁이 발발하거나 적이 침공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안보만을 집요하게 캐묻는 것이 국가다.


그런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사람들을 지켜주겠다면서 권력을 빼앗아간 그 국가가 자꾸 우리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모든 사람을 범죄자로 의심하는 국가는 도대체 누구를 지켜주겠다는 것인가? 돈 많은 부자들? 충성을 맹세한 애국시민들? 나는 이 범죄자 집단에 소속되고픈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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