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다방] 쿠바인들처럼 살아가자

문화노동자 연영석이 ‘간절히’라는 명곡을 만들었는데, 나는 요즘 ‘절박히’라는 노래를 만들고 있다. 지난 세월 우리들은 정말 간절하게 운동을 해왔는데, 이제 진보운동 진영의 총체적인 위기 앞에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절박한 심정이 들고 있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추구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어떠해야 하고, 그 속에서 각 개인들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일상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새롭고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은 공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우리의 삶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나는 그 대안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쿠바에서 찾는다.


무제한적 이윤추구라는 단일한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초국적 기업들이 지휘하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빈 공간을 남겨 놓지 않고 이미 우리의 일상까지 완전히 점령해버렸다는 재앙과도 같은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왔는데, 그 재앙의 임박한 징후는 생태계의 위기로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요즘 기름 값이 오르는 것을 보라. 머지않아 석유는 점점 부족해지고,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전쟁은 늘어날 것이고, 환경은 처참하게 파괴될 것이다. 석유에 기반을 둔 산업문명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진보진영이 이해하고 그와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데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나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자립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으며, 물이 나오지 않는 집에서 생태화장실을 쓰며 살기도 했다. 전기소비는 최소로 줄이고, 그 대신 몸을 많이 움직이려고 했다. 사실은 돈이 없어서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쿠바인들이 살아온 방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생존의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쿠바인들은 참으로 절박했던 것이다. 식량을 자급할 수밖에 없어 텃밭을 만들고 거기서 나온 채소를 먹다보니 자연히 채식주의자들이 되어갔고,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트랙터를 버리고 지역 유기농생산물로 먹거리를 전환한 것이다. 소련이라는 제국주의 국가가 무너지자 쿠바인들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길을 생태사회주의라고 부르든 무어라고 부르든 좋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진보진영이 자전거를 타고, 텃밭을 가꾸고, 생태화장실을 사용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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