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국제인권] 대테러 전쟁 늪에 빠진 파키스탄

<가상 인터뷰>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대화

2001년 9.11 직후 미 부시 정권이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의 닻을 올린 지 이제 6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전쟁광들이 내걸었던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대니 인권이니 하는 공언들 중 유일하게 지켜지는 거라고는 테러와의 전쟁은 전선이 따로 없고 ‘테러리스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격퇴하겠다는 협박뿐입니다. 최근 들어 미 부시 정부와 정치권은 아프간 탈레반 세력이 아직 건재한 책임이 파키스탄에 있다며 우리가 직접 손 볼 테니 길이나 비키라며 소매를 걷어 붙이고 나섰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미 부시 정권의 최우선 관심사이자 딜레마로 떠오른 파키스탄 무샤라프 정권을 둘러싼 상황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와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 간의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글을 꾸몄습니다. 필자는 무샤라프 대통령과 인터뷰는 물론이고 이메일 한 번 주고받은 적이 없음을 분명히 알려드립니다.



무사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최재훈(이하 훈) 안녕하십니까?
무샤라프(이하 프) … (냉랭) …


네. 사실 그다지 안녕하진 않으시죠?


잘 알면서 왜 그래? 안에서는 나보고 독재자라며 물러나라질 않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미국 정부는 그래도 엄연히 한 나라 대통령인 나보고 국무장관 따위가 전화를 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를 않나, 솔직히 죽을 맛이야.


말이 나온 김에 지난 8월 9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대통령께 직접 전화해서 대화를 나눈 걸로 보도가 됐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나요?


그건 외교적인 기밀이니까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고, 그냥 “좋은 대화(good discusstion)”가 오고갔다고만 해두지.


미 국무부 대변인 션 매코맥(Sean McCormack)도 그렇게만 얘기했는데, 실은 대통령께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라이스 장관이 만류한 거라면서요? 그럼 비상사태 선포 계획은 철회한 겁니까?


사실 알다시피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잖아. 법에 규정된 대로 이번 가을에 그냥 선거를 치르면 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나자니 내 정치 생명은 둘째 치고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니 말이야. 신문 봤지? 저번에 7월 6일인가 내가 탄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뜨자마자 총알이 막 날아든 거 말이야. 나를 암살하려 한 게 벌써 세 번째야. 그래서 어떻게든 선거를 연기해보려고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지려던 건데 부시가 안 도와주니, 참 나.


“쿠데타는 구국의 결단이었다구”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제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보죠. 대통령께서는 1999년 10월, 육군 참모총장의 신분으로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서 나와즈 샤리프(Nawaz Sharif) 총리가 이끌던 민선정부를 무너뜨린 후에 지금까지 대통령과 육군 참모총장을 겸직하면서 파키스탄을 철권통치하고 계시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쿠데타를 일으킨 계기는 뭐였나요?


물론 내가 쿠데타로 집권한 건 맞지만, 그건 구국의 결단이었다는 걸 분명히 해두자고. 샤리프 정부도 그렇고, 그 전임 베나지르 부토(Benazir Bhutto) 정부도 그렇고 둘 다 너무 무능했어. 선거로 뽑힌 민선정부란 게 듣기엔 그럴 듯 해보여도 정치인들은 맨날 싸움질만 하고 공무원, 경찰은 썩어 빠져서 나라가 엉망진창이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그래서 보다 못해 내가 나선 거지. 파키스탄 국민들도 당시에 나의 결단을 지지했다구, 이거 왜 이래.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군사 정권 하에서 정치적 혼란이나 부패가 개선된 것도 아니던데요. 최근 발표된 세계은행의 평가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정치적 안정도가 전 세계 국가들 중 최하위에서 열 번째에 머물러 있고, 부패 정도도 쿠데타 전인 1998년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래도 경제는 좋아졌잖아. 그럼 됐지, 뭘 더 바래.


외형적인 경제 수치나 규모면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석유와 식품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서 일반 국민들의 삶은 오히려 더 팍팍해졌습니다. 또 정부 기관과 대학 등의 각종 요직을 군인들이 꿰차고 알짜배기 기업과 부동산도 전부 군부 차지가 되면서 비교적 보수적이고 정부에 고분고분한 편인 공무원과 경제인, 지식인들도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평가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네는 파키스탄을 잘 몰라. 파키스탄은 아무리 뭐라 그래도 아직은 군이 나라의 핵심 조직이야. 인도라는 지역 최고의 강국과 서로 핵무기를 겨누고 있지, 아프간하고 맞닿아 있는 국경지방에서는 흉악한 탈레반과 알 카에다 조직에 맞서서 대테러 전쟁을 하고 있잖아. 또 발로치스탄(Balochistan)이란 주는 독립하겠다고 난리고 말이야. 아직은 군이 할 일이 많아.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 겸직한 게 뭐가 문제야!”


그럼 올해 들어 대통령의 입지에 큰 타격을 가져 온 두 가지 사건으로 넘어가보죠. 먼저, 지난 3월 이프티크하르 무하마드 초드리(Iftikhar Muhammad Chaudry) 대법원장을 전격적으로 해임시키셨다가 지난 7월 20일 대법원의 복직 판결이 나면서 완전히 망신을 톡톡히 당하셨죠?


초드리 대법원장은 나가도 너무 나갔어. 원래 파키스탄 사법부는 권력에 고분고분했던 조직이었거든. 그런데, 그 작자가 대법원장 된 다음부터는 당최 말을 안 들어먹는 거야. 특히, 발로치스탄에서 독립을 선동하는 불순분자들이 있어서 군이 조용히 처리했더니만 감히 군인들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잖아. 대법원장이 대통령 말을 안 들으니 그건 직권남용이잖아? 그래서 자른 것뿐이야.


그건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거죠. 아무리 군이라도 법적인 절차 없이 사람을 납치했다면 사법부가 공정한 조사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어허, 자네가 그렇게 순진하니까 이런 허접한 글이나 쓰고 있는 거야. 내 솔직히 얘기하지. 올 11월이면 법적으로 내 대통령 임기가 끝나. 예정대로 대통령 선거를 치러서 내가 재선되려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지금 분위기로는 힘들어. 게다가 이미 야당에서는 내가 대통령과 육군참모총장을 겸직하는 게 위헌이라며 소송을 내놓은 상태지, 내가 쫓아낸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을 허가하라는 소송도 걸려 있지, 굵직굵직한 법적인 암초들이 널려 있는 판국에 사법부가 통제가 안 되면 상황이 아주 심각해진단 말이야.


결과적으로 그게 대통령께는 악수가 된 셈이군요. 지난 몇 달 동안 해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터져 나오고, 검은 법복을 입은 법관들과 변호사들이 거리 시위 도중에 경찰의 곤봉에 마구 구타당하는 초유의 광경이 그대로 뉴스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지면서 초드리 대법원장은 이제 일약 파키스탄의 민주주의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반면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져 버렸으니까요.


그만하고 다음 얘기로 넘어가지 그래. 자네 그렇게 한가해?



“부시가 돈을 안 주겠다는데 뭔가 보여줘야지”


좋습니다. 다음은 지난 7월 초에 일어난 붉은 사원(Red Mosque) 유혈진압 사건입니다. 그 사건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부터 드리면, 먼저 발단은 올해 1월 정부가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수도 이슬라마바드 중심부에 위치한 붉은 사원의 모스크와 부속 신학교들을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항의해 수십 명의 여학생들이 이슬라마바드 공공 어린이 도서관을 점거하는 것으로 시작되죠. 더불어 사원을 이끌던 두 형제 성직자 압둘 라시드 가지(Abdul Rashid Ghazi)와 마울라나 압둘 아지즈(Maulana Abdul Aziz)는 정부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를 보편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자체적으로 샤리아 법정을 설치해 운영했죠. 사원 소속 학생들이 풍기 문란을 이유로 침술원에서 일하던 7명의 중국인들을 납치한 사건도 있었구요. 그 과정에서 7월 3일 보안군 및 경찰과 학생들 간의 충돌로 다수의 사상자가 생기게 되고, 사원을 포위한 보안군과 자체적으로 무장한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대치한 끝에 전격적인 강제진압 작전으로 라시드 가지를 포함해 최소 108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체포되는 비극으로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라 사건 직후부터 북서부 와지리스탄(Waziristan) 지방을 중심으로 해서 정부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는 자살폭탄 공격과 총격전이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등 수많은 무고한 인명피해를 동반한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물론 나도 많은 희생자가 난 건 유감이지만, 붉은 사원 지도자들과 추종자들은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공공연히 탈레반을 지지하고 퇴폐적인 서구문화를 퍼뜨린다며 거리의 음반과 비디오 가게 주인들을 협박하는 자들을 어떻게 그냥 놔두나?

파키스탄 북서부 와자리스탄 지방의 민병대

네, 저도 파키스탄 내에서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알려진 바와는 달리 그들은 광신적인 급진주의자가 아니라 종교를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끌어안으려 노력했기에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지만요. 어쨌든, 이번 사건이 있기 전까지 정부는 이른바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의 확산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거나 암암리에 지원하지 않았습니까? 단적인 예로, 미국과 서구 정부로부터 이른바 급진주의 세력의 온상이라고 비난받아온 이슬람 종교학교인 마드라사(Madrasa)의 수는 군사정부 하에서 급격히 늘어서 파키스탄 전국적으로는 약 1백만 명의 학생들이 1만 2천개의 마드라사에 재학 중이고, 그 중 아프간의 탈레반을 지지하고 서구 국가들의 침략에 맞선 성전을 주장하는 데오반디(Deobandi) 계통 마드라사의 학생들 수는 작년 한 해에만 두 배가 늘었다고 합니다. 그들 중 상당수의 마드라사와 모스크들은 도시의 녹지와 쇼핑 공간 등에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지어진 것들이지만, 정부는 그동안 그에 대해 거의 아무런 제재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구요.


내 말을 잘 들어 봐. 6년 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칠 때 부시가 그러더군. 우리 편이 되든지 아니면 적이 되든지 선택하라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나는 당신들 편 하겠소’ 했지. 그런데, 파키스탄이 어떤 나라냐면,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무슬림 국가에다 국경지방에 사는 부족들 중 상당수가 두 나라에 걸쳐 있는 파슈툰 족이거든.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도 우리가 정말 많은 도움을 줬고, 미국이 치기 전까지는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전 세계 단 두 나라 중 하나가 파키스탄이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뜻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섰으니 국민들이 얼마나 충격을 먹었겠어. 그런 상황에서 내가 모스크를 짓고 신학교를 운영하겠다는 사람들을 탄압했으면 그 엄청난 국민들의 반발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을 거야.


그러면 유독 이번에 강경진압을 택한 이유는요?


미국이나 나토 국가들 압력이 이만저만 해야지. 알다시피, 미영 연합군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이는 군사작전에는 돈을 팍팍 쓰면서 정작 사회 기반시설 구축 같은 재건 사업은 흉내만 내는 정도인데다, 아프간 정부는 자기들 주머니 불리기에 급급하니까 아프간 민심이 점점 탈레반을 지지하는 거 아냐.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말이 좋아 대통령이지 사실 카불 시장 정도 밖에 안 돼. 상당수 지방이 탈레반 손에 거의 다시 넘어갔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나한테 다 떠넘기는 거야, 참 나. 탈레반이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무기와 전투원들을 충원하고 파키스탄 북서부 지방에 꼭꼭 숨어 있는데도 내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특히 부시 정부는 해마다 보내주던 수십억 달러의 군사원조도 끊겠다지 뭐야. 그 돈이 어떤 돈인데. 형편이 이러하니 내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을 너무 부드럽게 대한다는 서구 국가들의 의혹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려면 뭔가 단호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거야. ‘봐라, 내가 급진주의자들 그냥 놔두는 거 아니다.’하고 말이야. 거기에다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이 그대로 두고 보기엔 너무 커지기도 했고.



“미국이 하자는 대로 했는데 이제 와서 물러나라고?”


그럼 파키스탄 정부가 이른바 탈레반 세력을 단속할 의지가 없다거나 암암리에 지원하고 있다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가요?


정말 난 억울한 게, 내가 파키스탄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체 이슬람 사회로부터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따돌림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치는 데 물심양면으로 도왔잖아. 나라고 단속하기 싫어서 안 하겠어? 원래부터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 지방은 대통령보다도 지역의 부족원로들 말 한마디가 훨씬 더 영향력이 셌다고. 그 부족 원로들이 탈레반을 돕는데 난들 어쩌겠나.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작년 말에 부족 원로들하고 평화협정도 맺은 건데, 부시는 그것도 테러리스트를 돕는 자들과 협정을 맺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느니 하면서 욕을 해대는 거야. 나보고 무조건 군대 보내서 탈레반하고 탈레반 돕는 부족들을 치라는 건데, 그게 말처럼 되냐구. 또 우리 군 내의 최고위 장교들은 그나마 아직 나한테 충성을 바치지만, 모든 군 장교들이 그런 건 아니거든. 특히 과거 소련의 침공 때부터 아프간에서 이슬람 전투원들을 모집하고 훈련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힘을 키웠던 정보부(ISI)가 공공연히 탈레반을 돕는다는 걸 나도 잘 알지만 그들을 완전히 통제하기는 역부족이야.


그래서, 이제 미국은 아예 자신들이 직접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서 탈레반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직접 치겠다고 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비단 프란세스 프라고스 타운센드(Frances Fragos Townsend) 미 국토안보 고문 같은 정부 내부 인사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배럭 오바마(Barack Obama) 같은 이의 입에서도 공식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죠. “무샤라프 대통령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고도 남을 인간들이야, 그 인간들은.


다만, 부시 정부의 고민은 외국 군대가 자신의 영토를 마음대로 드나들며 전쟁을 벌이는 걸 용인해줬다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의 총대를 멜 파키스탄의 대통령이 누구냐 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은 국민들의 인기가 완전히 바닥이니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부시가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 운운하는 걸로 봐서는 말입니다.


(버럭) 그래도 나정도 되니까 그렇게 미국이 하자는 대로 다 했지, 나 아니었으면 누가 할 수 있었겠어. 그런데, 이제 와서 필요 없어지니까 나더러 물러나라구? 절대 이대로는 그냥 못 물러나!!


네, 그게 지금 부시 정부가 처한 딜레마죠. 무샤라프 대통령은 효용가치를 다했는데 다른 대안은 보이지 않고 또 너무 불안하다는 거요. 이제 마칠 시간이 다 됐는데요, 대화 내내 무샤라프 대통령께서는 ‘나도 중간에 끼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논리를 펴셨지만, 제 생각엔 부시 정부가 당신을 필요로 했던 것과 동시에 당신도 자신의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해서 스스로 미국의 품에 안겼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매년 수십억의 군사 원조와 경제 차관이라는 선물도 듬뿍 받았구요. 그러다 이제 와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인데,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파괴, 사회 내부의 갈등 고조, 폭력의 증가 같은 대가는 일반 국민들이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죽음의 그림자가 파키스탄으로까지 뻗치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았습니까. 그 책임은 못 질망정 비상사태 선포니, 부토 전 총리와의 연정이니 하는 꼼수로 권력을 연장하려 들지 말고, 이제라도 곱게 물러나서 역사와 국민들의 심판을 기다리시라고 감히 충고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이만 인터뷰를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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