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내목소리] 아! 대한민국, 절망의 땅이여…

광주인화학교는 폭염보다 더 뜨거운 분노로 잠 못든다

인화학교는 청각장애특수학교이다. 나는 인화학교동문회, 학부모회와 함께 인화학교 안에서 일어난 성폭력문제, 학교정상화, 법인정상화를 요구하며 지난 2005년 7월부터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2년의 시간을 쉽게 보내지 않았는데도 인화학교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8월 23일 현재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는 이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에서 43일째 농성 중에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6년 8월 22일 인화학교의 법인인 사회복지법인 우석을 직권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중에는 성폭력범죄자를 추가로 고발한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책위에서 처음 고발한 2인을 포함한 총 6인의 교직원이 13건의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가해자들은 인화학교 남자 교직원의 20%에 이르며, 설립자의 큰 아들인 전 교장과 둘째아들인 전 행정실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철저한 외로움 속에서 성폭력에 시달린 학생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이것은 대책위가 파악한 피해보다 축소된 것이다. 공소시효와 고소권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은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학교이기에 성폭력문제가 이토록 만연했단 말인가? 그 주된 원인은 성폭력문제를 철저하게 은폐하였던 법인에 있다. 가해자가 설립자의 아들들이다 보니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비밀로 할 것을 강요하였다. 대부분 피해학생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인화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었다. 심지어는 설립자의 동서인 전 인화원장은 성폭력 피해학생을 산부인과에 데려가 “질구의 상처가 성폭력에 의한 상처가 아닐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진단서를 받아놓았고, 이후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이 사건이 음해세력에 의한 조작이라며 전 학교장이 진단서를 기자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법인이 은폐를 주도하였다면 시청과 교육청은 방조하면서 이 사건을 더 키웠다. 성폭력문제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심지어 시청 담당공무원은 ‘지들끼리 좋아서’ 한 일이라고 했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또한 사회복지법인 안의 학교 문제이다 보니 법인은 시청과 구청, 학교는 교육청으로 주무관청이 나누어진다. 그래서 행정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어느 한 곳 학생들의 피해사실을 듣고 주무관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는 곳이 없었다. 철저히 관심밖에 있었던 인화학교 학생들은 어디 한 곳 호소할 곳 없이 외롭게 성폭력에 시달려왔던 것이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인화학교 문제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교운영자들이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으니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턱이 있겠는가? 수화와 국어의 차이로 건청인(청력 손실이 없는 사람)들과 같은 국어능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언어장애인 학생들은 간단한 설문이나 질문에도 버거워했다. 교사들의 수화능력 때문이다. 27명의 교사 중에 수화를 잘하시는 분들은 6~8명 정도로 대부분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 수업은 하지 않고 자습만 시키고, 칠판에 판서한 것을 아이들에게 따라 적게 한 교사들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 교사의 담당교과를 묻자 아이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겠는가?


학생들에 대한 학력수준 진단의 필요성과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교육청 공무원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어쩌면 그런 권고내용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할 것이다. 단순한 수치만으로, 학생 일인당 교사수와 예산지원현황만으로 충분하게 교육받고 있다고 주장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육의 내용이 부실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생색내기 행정이며 예산낭비이다. 더 이상 효율성과 경쟁력의 이름으로 장애학생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부모에게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자식이 아프면 같이 아프고 자식이 행복하면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행복하다. 그리고 누구보다 귀한 존재이다. 인화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이 사회를 같이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나는 인화학교문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아픈 손가락을 깨물면 더 아프다


우리 사회는 힘이 없는 것이 죄이지 돈이 있고 권력이 있다면 사정은 다르다. 양심과 교육의 가치보다 허술한 법망을 피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 되는 사회다. 현 이사장은 설립자의 사위로 전직 외교관 출신이다. 그리고 광산구청의 해임명령을 거부하고 해임되었어야 할 전 이사들에 의해 교체된 새로운 이사들은 노무사, 법무사, 대학교수로 소위 말해 이 사회 지도층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설립자 가족의 대변자로서 그들의 손발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사회는 법의 허점을 잘 알기 때문에 사회여론과 상식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동안 학교장과의 갈등을 겪어왔던 아이들이 학교장에게 달걀을 던진 사건이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은 중고등부 학생 27명중 16명을 고소하였다. 현장보전을 이유로 지금도 교장실은 폐쇄되어 있다. 학교장은 42일간 입원하고서는 학부모들이 선처를 호소하자 학생들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결국 8월 22일에는 학생들이 교장에 대한 폭행, 감금,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은 범법자가 되어야 하는지, 2년이 넘는 싸움에도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못난 어른은 피눈물을 머금고 검찰로 들어서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아픈 손가락을 깨물면 더 아프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의 부실한 교육과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처참한 성폭력과 폭력에 시달렸던 아이들의 고통과 파행운영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온데간데없다. 오로지 학생들 처벌과 대책위 무력화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교육이 없는 학교는 여전히 법인의 손아귀에서 신음하고 있지만 그들의 권한이란다. 이게 세계장애인대회를 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더 절망스럽다. 이 절망의 시간을 얼마나 견뎌내야만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찾아올런지, 학생들에게 행복한 학교생활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보여줄 수 있을지…. 올 여름 폭염보다 더 뜨거운 분노로 우리는 잠 못 이루지만 인화학교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아! 대한민국이여, 절망의 땅이여….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민자 |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집행위원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