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지역’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대안사회를 모색하는 중대한 기로에서

왜 ‘지역’인가?” 지역운동을 고민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나흘간의 사회운동포럼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강조했다. 지역에서 출발하는 운동, 지역에서 만나는 운동, 지역을 거점으로 한 운동 등. 하지만 지역과 지역운동에 대한 운동세력들의 강조만큼이나, 정작 “왜 ‘지역’인가?”라는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다. 왜 지역운동을 강조하는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그러다보니 지역과 지역운동에 대한 논의가 “지역에서부터 열심히 합시다~”와 같은 당위론적 강조 이외에 실제로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나아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 사회운동포럼의 중심에 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사회운동포럼 셋째 날 저녁에 진행된 열쇠말 토론 <지역운동의 평가와 전망 모색>에 대해서는 다소 실망스런 평가1)를 내릴 수밖에 없다. 사실 사회운동포럼의 4개의 열쇠말 중의 하나로 ‘지역운동’이 선정된 것은 지역운동에 대한 사회운동 차원의 새로운 관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노동조합의 지역개입전략이나 진보정당운동, 재생산영역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 등 최근 지역운동에 대한 사회운동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고, 여기에다 기존의 지역시민운동, 주민자치운동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운동의 내용 및 주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번 열쇠말 토론을 통해 지역운동에 대한 이러한 다양한 접근방법에 대해 솔직한 토론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열쇠말 토론은, 사례 발표에 대한 토론을 중심으로 “지역운동에 대한 실천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당위론적 결론이 다시 한 번 강조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지역운동이란 것이 “운동이 잘 안 되니깐 지역에서 한 번 새롭게 해보자”는 식의 문제의식과는 구별되는 것이며 결국 현장과 삶, 일상과 문화, 생활 등에 대한 확장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지만, 지역(운동)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을 놓고 정해진 시간 안에 토론을 원활하게 진행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기획단에서의 내부 논의과정만 잘 드러낼 수만 있었어도 충분한 성과를 얻지 않았을까 싶은데, 너무나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이란 무엇인가?


한편 지역(운동)에 대한 이런 토론의 어려움은, 우선은 운동 주체별로 지역(운동)에 대한 각기 다른 이해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이 아닌 혹은 수도권이 아니라는 의미에서의 지역운동, 특정한 주체와 의제를 중심으로 펼치는 지역운동, 풀뿌리 주민자치운동으로 지속되어 온 지역운동 등은 그 자체로 지역(운동)에 대한 상이한 이해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로 인한 각각의 지역운동의 ‘개별약진’으로 이어져 결국 지역운동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역이라는 공간은, 따지고 보면, 현실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일터가 있고 학교가 있고 또 집이 있는 곳. 그리고 민중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이다. 지역이라는 공간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체제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으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주민의 현실적 삶이라는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역에 대해 생각할 때는 다양한 관점과 이해를 긍정하는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이런 전제 하에서 사회운동은 지역에서 새로운 출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확대, 사회양극화와 빈곤의 심화, 사회공공성의 파괴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대안사회의 전망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역’이라는 공간과 매개를 통해, 생산영역과 재생산영역에서의 동시적인 변화를 실천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운동의 과제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다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실 지역운동의 주제와 내용은 별 새로운 것이 아니면서도(지역운동의 내용과 필요성, 주제에 대해서는 운동주체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실제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바로 ‘사회운동의 지역사회운동으로의 전환’이라는 관점의 변화와 ‘자기 운동의 울타리를 넘는’ 새로운 소통과 연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이 전제된다면,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지역운동을 고민하는 주체들이 함께 만들 수가 있다.


사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해 볼 필요가 있다. 즉 공동교육과 토론, 간담회 등 지역사회운동 단체들 간의 일상적 소통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출발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 - 교육장, 회의공간, 각종 장비나 교육/참여프로그램 등 - 을 먼저 스스로 공유하고, 이에 대한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소통의 확대를 기본으로 하여 지역단체 간 연대활동의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단체와 단체, 조직과 조직만의 연대활동이 아닌 지역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은 교육, 주거, 보육, 먹거리, 여가생활 등 지역주민의 삶에서부터 작동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지역연대활동을 통해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지역사회운동의 제기는 “운동이 잘 안되니깐 지역에서 다시 한 번 해보자”거나 “사회운동이 지역에서 무언가를 하자” 혹은 “노동조합과 사회단체가 지역사업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지역사회운동의 제기는 사회운동의 질적 변화와 지평의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의 전 영역에서 가중되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이 자기 운동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안적 삶의 가치에 기반을 둔 운동과의 소통과 연대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과 연대, 변혁의 확장은 삶의 모순이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공간인 ‘지역’에서의 실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운동포럼을 계기로 지역사회운동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말

1) 이하의 평가의 내용은 지역운동기획단 차원의 평가가 아닌 개인의 평가이다. 지역운동기획단 평가는 아직 마무리되지 못하였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준영 |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