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지금 계절은 한창 단풍이 아름다울 때입니다. 절정에 이른 단풍으로 물든 산하를 구경하느라 행락행렬이 주말마다 이어집니다. 지구온난화를 겪으면서도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다음 달이면 계절은 겨울의 문턱을 넘어설 것입니다. 계절로 가을은 갈무리하는 때이고, 겨울은 다시 한 번 생명을 피우기 위해 인간의 눈에 띠지 않는 곳에서 속으로 깊어지면서 봄을 준비하는 때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계절은 어떤 순환 과정을 지나고 있나요? 인간의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은 그 나선의 하강곡선 정도에 해당할까요? 곧 이 하강곡선을 지나면 완만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상승곡선을 그려나갈 수 있을까요?


세상은 참으로 복잡합니다. 문제들이 너무 많고, 그런 문제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인간들을 내몰고 있지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종전선언도 하기로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평택에서는 미군기지 확장공사 기공식도 있지요. 대선 후보들은 신자유주의적 개발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도무지 사람이 살아가는데 따른 차별과 인권침해의 원인을 제거하려 하지 않은 채 인간의 존엄성만 해치는 구조를 강화해가겠다고 서로 경쟁합니다. 어떤 한 갈래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 이런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끌어안고 있는 우리는 이 가을에 무엇을 갈무리하고, 오는 겨울에는 어떤 봄을 위한 희망을 준비해야 하나요.



이번 호 특집에서는 이주노동 문제를 다루어 보았습니다. 오는 12월 16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입니다. 이제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실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당장은 최하층의 저임금 노동자 계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리고 정부는 정주하지 못하도록 계속 불법 체류자로 만들어가고 있지만, 국제결혼 문제까지 합쳐져서 우리 사회를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화시켜 갑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논의한 이주노동자들의 합법화 문제를 넘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사고를 발전시키는 정정훈 변호사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가와 자본의 노동분할 전략은 동시적으로 인종적, 민족적, 국가적 분할까지 낳고, 이에 대항하는 운동으로 이주노동자 운동이 거듭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흘려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슈에서는 입시지옥에서 절망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당사자와 교사의 입장에서 들어보았습니다. 입시문제로만 학교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넘어서 한 고등학교 교실의 풍경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입시문제 이전에 이미 양극화 사회 속에서 체념해 버리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이후에 좀 더 깊이 짚어보아야겠습니다.


곧 대선입니다. 우리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요? 그리고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우리사회를 끌고 가려고 하나요? 새삼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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