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흔적담기] 사라져버리지는 말자

십대 이반의 가출문제에 대해 ‘참여’하기로 한 (이, 삼십대) ‘물보라작전단’은
몇 달 간 신촌공원에서 띵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미 그 곳은 몇 년 째 ‘레즈(비언)공원’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
실제로 주말이 되면 백 명이 훌쩍 넘는 띵들이 상주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갈 곳 없는 상황에 처한 누군가는 몇 달씩, 계절을 가리지 않고 몸을 누이는 곳이기도 하다. (주로 화장실 안 가장 넓은 장애인용 칸을 이용한다)



럭셔리한 백화점과 유흥가 사이에 위치한,
그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띵들은
잠시 동안이나 지속적으로나 지낼 공간을 돈 내고 살 수 없어서 그랬겠지만
나름 일정한 시공간에 열린 공적인 공간을 점유해내고 있다.



십대 이반들이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자원이나 대안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그네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지 못하는, 아니 여기 이렇게 있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회.



낮에는 회사원들이 점심을 먹고 쉬다가고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는 공간이지만
화장실 건물을 중심으로 띵들의 흔적들은 분명히 남아 있다.



어떤 ‘물보라작전단’에게 “그저 여기 그대로 있어만 달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사라져버리지는 말자고.
왜냐면 나는, 사회는 충분히 좋은 대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말

*띵은 여성이반, 레즈비언의 십대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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