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국제인권] 무기거래조약 설립으로 가는 길

매년 50만의 사람들이 소형, 재래식 무기로 죽어간다

오늘날 지구상에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을 뽑으라면 분쟁으로 인한 인권침해, 지속적이지 않은 발전, 그리고 환경문제일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어느 하나도 떨어뜨려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192개 나라 정부들의 집합체인 유엔에서 다루는 핵심 이슈들을 보면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국제앰네스티



지난 9월18일부터 시작된, 제62차 유엔총회는 총 6개의 위원회로 나누어져 각 위원회는 서로 다른 주제들에 대해 논의를 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인권단체들은 인권을 주제로 하는 제3위원회에 참석하지만 이슈에 따라 다른 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한다.1) 특히 최근 들어 점점 증가하는 무기로 인한 인권침해가 확산됨에 따라 군축 비확산 및 국제안보에 대한 제1위원회에 대한 NGO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2) 제1위원회에서는 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고 무기로 인한 환경과 발전, 분쟁의 문제를 전지구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대량살상무기에서부터 재래식 무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기에 대해 그것의 확산과 잘못된 사용이 지구를 어지럽게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과 우선순위는 각 국가마다 다른 듯하다. 아직까지도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긴 하나 점점 더 소형, 혹은 재래식 무기가 가져오는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소형 재래식 무기


지구는 1분에 한 명씩, 소형무기에 생명을 잃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무기로 인해 사람들은 자유와 평화마저 잃고 있다. 최근 버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2년 전보다 다섯 배가 많은 무기의 수입은 결국 시민들의 자유를 짓밟아버렸다. 스톡홀름 국제평화 연구소에 의하면 전 지구적으로 일 년 동안 사용되는 군사비용은 미국달러로 약 12조 달러3)라고 한다. 이 중 미국이 사용하는 비용은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일 년 간 1인당 184달러를 무기에 사용하는 것, 그리고 지구상의 10억의 사람들이 하루에 1달러도 채 안 되는 수입으로 살고 있는 것.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것이다. 유엔에서 정한 밀레니엄 발전 목표를 2015년까지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일 년에 약 1천3백5십억 달러4)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군사비용의 10%만 사람들을 위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이러한 상황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유엔은 통제되지 않는 무기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뒤늦게나마 대처하기위해 ‘소형무기 통제를 위한 행동계획’(UN program of Action on Small arms and Light Weapon)을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재래식 무기가 아닌 소형 경량무기에만 한정된 것이며, 무엇보다 법적 강제력을 지닌 국제법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1977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던 재래식 무기의 거래량이 지난 4년간 50% 증가한 것을 보면 이정도의 시도가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최대 무기 공급자였고 중국과 인도는 최대의 무기 수입국가였다. 버마에 무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중국과 인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입된 무기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시스템을 위해 국제앰네스티와 옥스팜, IANSA(국제소형무기행동네트워크)의 주도로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2003년 10월부터 무기통제 캠페인(Control Arms Campaign)을 벌이고,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무기들에 의해 발생되는 폭력과 인권침해들을 알려내고 국제적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캠페인은 궁극적으로 국제무기거래조약 -모든 국가들이 국제인권법과 인도주의법에 기초해 모든 재래식 무기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장치를 만드는 것-의 설립을 요구하였다.



불법 유통 무기들의 통제


2006년 12월 6일, 유엔 총회는 153개 나라의 지지를 통해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5) 61/89 결의안은 무책임하고 통제되지 않은 무기의 거래는 분쟁을 부추기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가져오며 동시에 환경의 파괴와 지속적인 발전을 막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에 법적 효력이 있는 무기거래조약의 설립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재래식 무기의 거래에 대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규정을 위해 유엔사무총장은 각국의 의견을 수렴하며, 조약 설립을 위해 ‘정부 간 전문가그룹’을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총회 전, 각국은 유엔사무총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국제무기거래조약에 대해 실현가능성, 조약에서 다루는 무기의 범위, 기본요소들에 대해 각 국가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그 결과, 98개 나라가 의견을 제출하였으며 그 중 86개 나라는 실현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다.6)


유엔사무총장이 각 국가들에게 의견수렴을 하는 동안 이 활동을 계속 해왔던 NGO들은 ‘보통사람들의 의견수렴’을 진행하였고 그것을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의견을 모았다. 무기거래조약이 실현가능하기 위해서는 (1)무기의 국제적인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명확한 국내 절차가 설립되어야 하고 (2)무기의 불법거래를 막아야 하며 (3)유엔의 무기거래금지7)를 받아들이고 (4)테러행위를 하는 집단과 같은 비정부 집단들의 거래를 통제하고 (5)인권법과 인도주의법을 어기고 있거나 그 가능성이 있는 곳에로의 무기의 운반을 막고 (6)국가나 지역의 안보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곳에로의 무기의 운반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정부들은 제출한 의견서에 재래식 무기의 확산과 무기의 잘못된 사용은 국제적인 협력에 의해서만이 효과적으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하였다. 또한 무기거래의 국가 간의 통제가 국제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을 점점 인식하고 있었다.8)


무기거래조약은 유엔헌장 51조에 해당하는 국가의 방어권을 인정하여, 각국은 자국의 안보와 방어를 위해 합법적으로 무기를 취득하고 국제법에 따른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해야 한다. 동시에 유엔헌장에 나와 있는 국가들의 인권에 대한 의무 역시 무기거래조약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조약이 효과적이기 위해선 일반 무기들과 부품들, 탄약, 기술 등 모든 재래식 무기를 포함해야 할 뿐 아니라 수입과 수출, 운송, 브로커링 등 모든 단계에 걸쳐 적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조약이 되어야


관련 단체들은 ‘글로벌 원칙’을 만들어 이를 조약 설립에 있어 중요한 원칙으로 받아들이기를 요구하고 있다.



1. 각국은 그들의 관할 하에 있는 모든 무기의 거래를 규제하고 책임져야 한다.
2. 각국은 무기에 대한 모든 거래를 다음 세 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하여야 한다.
1) 무기의 제조나 소유, 사용과 거래가 이미 금지된 곳과의 거래를 금지한다.
2) 심각한 국제인권법이나 국제인도주의법의 침해가 있거나 있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의 무기거래를 금지한다.
3) 무기의 거래에 있어 새로 만들어진 규정들을 고려한다.
3. 각국은 무기거래조약의 위반에 대한 주장이 있을 경우 공평하고 투명하며 즉각적인 조사가 가능한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만들고 위반할 경우 적절한 처벌조치에 동의해야 한다.



아마도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특히 ‘인권법’과는 다르게 법적효력이 있는 조약을 만들어야하므로 합의로 가기 위해 조약 설립을 위한 절차는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조약 설립을 위한 ‘정부 간 전문가그룹’은 현재 28개 나라9)로 구성되어 있다. 그룹에 속한 국가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혹시나 우리가 기대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조약이 될까봐 단체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아직 전문가그룹의 역할이 어느 정도일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풀어놓고 논의하는 것이 신속하게 합의로 갈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 해 이맘때쯤, 결의안을 지지한 국가들과 단체들은 결의안의 통과를 지켜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올해에도 50만 명 이상의 생명들이 무기로 인해 희생되었고 내년에도 역시 50만 명의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다. 무기로 인한 피해의 정도를 생각한다면 국제사회는 다른 어떠한 이슈보다 우선적으로 이 조약의 설립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1) 위원회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회의는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이때 NGO관계자들은 전략적인 로비활동을 한다. 로비를 통해 각 정부의 의견을 미리 알아내어 이후 전략을 세우고, 이슈의 세부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도 하며,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한다. 전 세계에서 단체들이 참석하며 매우 활발한 활동을 회의 내내 진행한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단체 활동가들이 유럽과 미주지역 활동가들이며 이는 로비에 있어 제한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각 지역과 국가들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전략을 선택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경험하였다. 2) 제1위원회는 전통적으로 ‘인권’과 관련이 적은 분야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인권단체들이 회의에 참석하고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정부대표단들이 많이 있었다. NGO와의 협력이 서툴렀으며, 많은 경우 우리를 억지로 만나주었다. 3) 약 1,116조원 4) 약 127조원 5) 당시 국제무기거래조약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투표에서 153개 국이 지지하였고 24개 국이 기권하였으며 1개 국이 반대하였다. 그 1개 국은 미국이었다. 6) 단순한 의견수렴단계에 이렇게 많은 국가가 참여한 전례가 없다. 이 조약에 대한 바람과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7) Arms Embargo: 유엔안보리에서 결정하며 최근 국제앰네스티는 버마에 대해 무기거래의 금지를 유엔에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8) 특히 국제인권법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70개 이상의 국가의견서에서 나왔다. 이것은 인권단체들도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9) 알제리,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중국,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쿠바, 이집트,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이태리, 일본, 케냐,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루마니아, 러시아, 남아프리카, 스페인, 스위스, 우크라이나, 영국, 미국 10) 예를 들어, 현재 존재하는 무기에 대한 국제적·지역적 규정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파악하고 문제점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와 수입하는 국가 모두가 통제되어야 한다. 11) 한국이 ‘정부 간 전문가 그룹’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향을 보였지만, 이미 일본과 중국이 포함되어, 지역적 균형을 이유로 그룹에 속하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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