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국제인권] 인권옹호자의 현주소

네팔과 스리랑카, 그리고 한국

흔히 한국인들에게 네팔은 등산하기 혹은 트레킹하기로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등산하기 좋은 시즌이면 국내의 많은 사람들이 네팔을 찾는다고 한다. 넓게 뻐친 산맥들과 시내인 카투만두와는 확연히 다른, 신선한 공기로 둘러싸여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그곳의 인권활동가들의 활동은 어떠할까?


일주일 전에 네팔에서 한 워크숍에 다녀왔다. 약 스무 명 남짓한 활동가들이 가로로 쭉 뻗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이 워크숍 참석을 위해 열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수도인 카트만두로 달려왔다. 하지만 워크숍에 참석한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매일 매일 그들이 겪는 문제점들은 아직 ‘성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듯싶다.

네팔 정부가 마오이스트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검문을 하자 차량이 길게 줄지어 멈춰서 있다.


“한 소녀가 두 명에 의해 강간을 당했어요. 용의자인 두 명은 이 소녀를 근처의 군부대로 끌고 가서 감금한 채 그 군부대 사람들은 그 소녀를 또 강간했지요. 그 두 명은 이 소녀를 한 모텔로 데리고 가서 한 달 동안 감금한 채 강제로 성매매를 시켰고, 그로 인해 벌어들인 돈을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데 사용했어요. 성매매를 한 사람은 한 경찰관도 포함이 되어 있었어요. 결국 몇 달 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두 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은 마오이스트들에게 살해당했어요.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경찰에 진정을 했으나 시간이 지나도 조사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경찰에게 왜 조사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오히려 인권활동가에게 조사를 해서 자신들에게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현재 이 여성은 위험에 처해 있어요. 정부군과 마오이스트들 모두로부터요. 그래서 지금 저희는 이 소녀의 안전을 위해 다른 지역의 은신처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예요.” - 한 참석자의 발언 중에서



협박을 받는 인권변호사들


정부군과 마오이스트들 간의 극적인 평화협정 (2006년 11월 22일)으로 약 13,000여 명이 죽고 수 천 명이 강제실종을 초래한 수년의 분쟁은 끝나는 듯했다. 더구나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네팔 사무소 설립으로 인해 인권상황은 더 진전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십 수 년이 지나 한국이 설립했던 각종 과거사를 비롯한 의문사 등의 위원회를 현재 네팔의 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가 정부와의 협력의 틀 속에서 열심히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그렇듯 자신들의 처벌을 피하려는 현상은 여기 네팔에서도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군에서 법률초안을 제출하였으나 당시의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내용의 초안으로 작성이 되어 이를 인권단체들은 네팔에 현재해 있는 국제인권단체들과 긴밀히 협조하여 지속적으로 정부법안을 거부하는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범죄자들은 분쟁 시 정부군뿐 아니라 마오이스트들도 포함이 된다.


여기에 더해 평화협정으로 장관직을 맡아왔던 세 명의 마오이스트들이 올해 중순경 장관직을 거부하면서 현재 아직 정치적인 평화는 되찾지 못했다. 더구나 왕정으로의 복귀냐 공화정으로의 전환이냐에 대한 논제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필리핀도 마찬가지였듯이 네팔군에 의해 그리고 마오이스트들에 의해 피해를 받는 당사자는 항상 민간인들이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에서 마오이스트들에 의한 비사법적 살인이나 인권침해사건이 일어나면 경찰 또한 조사를 꺼리고 있으며, 경찰서 내에서 고문사건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건만 정확한 조사를 하지도 않는 채 고문을 한 가해 경찰관이 있는 경찰서에 관련된 사건 조사를 맡기는 등 소극적인 대처는 결국 마오이스트들이나 경찰관 혹은 군대가 저지른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자동적으로 부여해 주는 결과물을 낳게 한다. 워크숍에 참석한 인권변호사들은 다음과 같은 어려운 점들을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고문사건은 경찰서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 고문피해자의 법적 변호인으로서 면담을 요청하면 번번이 경찰에 의해 거부당하고 있어요. 이는 법원도 마찬가지인데, 한 번은 법원이 저에게 재판일정을 알려주지 않아 저의 참석 없이 재판이 진행된 적도 있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고문사건이나 강제실종 혹은 비사법적 처형을 당한 피해자들의 사건들에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면 정부에서나 마오이스트들에게 위협이나 협박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워크숍을 함께 진행한 단체는 변호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네팔의 Advocacy Forum이라는 단체이다. 이 단체는 변호사를 고용하며 고용된 변호사는 오직 인권활동만 한다. 이들은 개인적인 로펌에서 일하거나 로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모든 월급은 이 단체에서 지급된다.



인권옹호자 보호를 위한 선진국의 조치


하루는 이 단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Mandira Sharma라는 분의 초청을 받아 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었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나서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물어보니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협박전화를 받기 시작했다.”라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은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자신은 영국에서 비자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무슨 일이 발생하면 영국으로 바로 피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치는 제3국의 인권활동가들 특히 네팔 같은 나라에서는 매우 필요하다. 인권옹호자에 관한 유럽연합 가이드라인에는 제3세계의 인권옹호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으며 그러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요 인권옹호자들에게 바로 비자를 제공해 주고 있다. 실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이 아니라 네팔정부의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인권옹호자들이 자신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는 것, 이는 자기 안의 영위만을 생각하는 한국정부와는 극명하게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11월 27일 이주노조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총장이 같은 날에 체포되어 청주 외국인 보호소에 감금되어 있었으며 국가위원회가 조사 중에 있었음에도, 그리고 이주노조 설립에 관한 당사자이거니와 이 설립에 대한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에도 불구하고 이들 3인에 대하여 법적 변호인인 담당 변호사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12월 13일 새벽에 강제 출국시켜버렸다.


이것으로 끝낼 한국정부인가? 강제 출국 후 이 세 명의 신상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취해 보았다. 현재 방글라데시 ‘마숨’ 사무총장은 정부에 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지난 7월에 자진 출국한 아노아르 (방글라데시) 전 위원장과도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와 통화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방글라데시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경찰에게 잡혀 약 30시간 동안 감금당했으며 그 후 수도인 다카에 있는 보안수사대로 인계되어 한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해서 심문을 받았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 정부가 방글라데시 대사관에 팩스 한 장을 보냈고, 대사관측은 그 팩스를 내무부 장관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아노아르 전 위원장이 보안수사대에서 심문을 받을 때 한 경찰관이 한국정부로부터 받았다는 팩스 한 장을 보여주면서 영어로 작성된 내용에 대해 심문을 했다고 한다. 아노아르가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정부에 대한 반정부 활동을 벌였으며 그로 인해 방글라데시에 대한 국가 이미지가 손상되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당시 한국과 방글라데시 간에는 한국으로의 인력송출에 관한 양해각서가 체결되어 있지 않았는데 이것은 다 아노아르의 활동 때문이었으며 이 사람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벌을 주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공식(?) 문서 한 장을 가지고 아노아르 전 위원장이 한국에서 무슨 활동을 하였는지 심문을 하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고문과 같은 끔찍한 사건은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아직까지 실종과 비사법적 살인이 일어나는, 정국의 불안정으로 국내의 수많은 인권활동가들이 거짓혐의로 모두 잡혀 들어가는 네팔, 모든 법적 절차가 무시되고 있는 방글라데시와 같은 국내 사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러한 행동을 했었던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반정부 활동에 대한 보복심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한국 정부는 과연 이러한 나라들의 인권상황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리라.


그러면서도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니,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라며 자국의 인권향상에 대한 자찬을 아끼지 않는다. 유엔인권이사회 회기 시 정부 발언을 통해 반기문 총장이나 강경화 인권고등 부판무관을 자기가 모셨다는 자찬을 이 소중한 시간에 하는 그럴싸한 자기 포장은 그만두고 그럴 시간에 한 번이라도 국내의 진정한 인권사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국제인권의 기준과 규범과 얼마나 간극이 큰지 혹은 다른 국가의 인권상황을 알아보기 위한 노력 아니면 인권증진을 위한 정부 간 혹은 지원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한국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한 청소녀가 체포되어 유치장과 구치소에 약 15일간 감금당한 적이 있다. 물론 적법절차에 의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청소녀가 용의자가 아님을 알았을 시에는 즉시 풀어주어야 하는 것은 꼭 변호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국내의 단체들이 이 사안에 대해 그렇게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경찰서는 담당 검사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고, 담당 검사는 장기구금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단체에게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외부에서 이 사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약 한 달 만에 검찰이 보내온 답변에는 ‘조사한 결과 사실을 확인하였고, 담당 검사에게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며 미래 유사침해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답변을 받고 일한 보람(?)을 느꼈어야 하나 매우 씁쓸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한국은 견고한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권력을 잡는가 혹은 누가 대표를 맡는가에 따라 시스템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LTIE가 민간인 거주지역을 폭격해 세 살 난 어린이를 포함해 많은 시민이 죽었다.


다시 나타난 흰 봉고차-스리랑카


여기 다른 한 국가가 있다. 분쟁이라는 상황을 이용해 루이스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의 제안을 거부함과 동시에 실종이나 비사법적 살인은 절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국가, 이는 바로 스리랑카이다.


1989년부터 약 2년간 실종수가 극에 달했던 시기, 하얀색 봉고차는 사람들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많은 수의 실종자가 이 봉고차에 의해 강제적으로 납치되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 흰색 봉고차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정부군과 타밀족의 해방을 꿈꾸며 수년 간 벌이고 있는 타밀타이거 엘람 해방군(LTTE)간의 분쟁으로 인해 (받은 정보에만 따르더라도) 작년만 약 1천여 명이, 그리고 올해만도 현재 3백 명이 넘어선 살인과 실종된 사람들의 수가 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입수된 정보에만 의한 것이며, 실제의 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스리랑카 정부는 철저히 정부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사건들을 LTTE가 저질렀다고 책임을 떠넘기며 위 사건들에 대해 조사도 진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는 북부 자프나 지역에는 수 십여 명의 가족들이 자신들 혹은 자기 자식들만이라도 양측에 의해 살인되거나 실종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에 자식들을 보살펴 달라고 매일 찾아온다는 것이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어떤 한 사람은 현재 상황 하에서 감옥이 제일 안전하다며 자신을 감옥에 제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는 정보도 받고 있다.


약 두 달 전, 아누라다뿌라 (Anuradapura)라는 곳에서 열 명이 넘는 타밀군들이 정부군을 공격하였지만 실패하여 사살된 사건이 있었다. 정부군은 이들의 옷을 모두 벗겨 그 시신들을 트랙터 뒤에 싣고 공개하면서 근처의 병원으로 옮긴 사실이 밝혀졌으며,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트랙터 뒤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시신들을 자의든 타의든 보게 됨으로써 ‘공포심’이 조성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군의 대변인은 누군가 정부군을 모략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유포했다며 사진을 찍은 사람들을 비난하였으며 정부군이 실제적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함구하였다. 현재 국민들 사이에 일어난 이러한 ‘공포심’은 정부가 기대했던 것만큼 매우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이 스리랑카의 현실이다.


최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스리랑카를 방문하여 법의 부재와 불처벌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12월 초에 열린 인권이사회 회기 때 스리랑카 정부에 유엔인권감시기구의 설립을 제안하였으나, 스리랑카 정부는 실종은 일어나고 있지 않으며 주권침해라고 맞대응 하였고, 재정 지원만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시기구의 설립이 요구되고 있으며, 만약에 재정지원을 하게 된다면, 2004년 말 지진해일 복구지원으로 받은 재정의 사용처럼 쓰이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스리랑카 정부에게 유엔 인권감시기구의 설립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형사법 체계를 포함한 스리랑카의 법체계 오히려 강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으로 온라인 탄원서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스리랑카 국민들이 이러한 사무소의 설립을 기대하고 있으나 결과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으며 한국의 많은 지원과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덧붙이는 말

참여하실 분은 http://campaigns.ahrchk.net/monitoringsl/ 혹은 jeonghomoon@gmail.com 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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