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이명박 주변 인물을 통해 본 앞으로의 5년

경쟁과 실용, 능력의 강조는 인권과 약자에 대한 배려에 취약할 수밖에

2002년 절대 열세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주고, 탄핵의 위기 속에서 촛불을 들고 구해내고, 당시 초라했던 열린우리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준 국민은 2007년 12월 19일 마음을 바꿨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전대미문의 압도적 지지였다.


5년 전 노무현 정권에 보냈던 전폭적인 지지를 거둬들이고 ‘차떼기당’이라며 욕했던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그냥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을 ‘표로 응징했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참여정부에 매섭게 등을 돌렸다. 대한민국 역대 선거사상 최다의 표차이인 20%이상으로 2위 신당의 정동영 후보에게 참패를 안겨줬다. 참여정부에 실망한 차원을 넘어 국민은 좌절했고 분노했다.

사진출처 | 이명박 당선자 홈페이지 www.mbplaza.net

노대통령의 정책실패와 정제되지 않은 막말에도 실망했지만, 측근들에 둘러싸여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 등 구태의연한 인사정책에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패한 주택정책, 측근들끼리 훈장주고받기, 무분별한 대통령 사면권 행사 등 국민이 등을 돌리는데 어찌 이유가 한두 가지겠는가. 또한 어찌 노대통령 혼자만 잘못했다고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이명박 당선자는 과거 어떤 대통령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흠결이 많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위장전입에다 자녀 위장취업과 탈세 등 상식을 초월하는 불법, 탈법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경제를 살려달라’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대통령 당선자가 특검법으로 취임도 하기 전에 불려 다니는 혹독한 통과의례가 남아있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높다. 무능하고 말만 많던 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일 잘한다는 이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과연 이런 기대감이 현실적으로 충족될 수 있을지 또 다른 좌절로 이어질지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 집권 1년도 전망하기 어렵거늘 향후 5년을 진단하기란 더욱 어렵다. 다만 대통령 인수위원회 인적 구성과 특징을 살펴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방향을 짐작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특히 대통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측근들의 인적구성이 누구며 어떤 역량과 특징을 갖춘 인물들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결정되는 만큼 그 주변 인물들을 살피는 것은 향후 판단의 주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실용 중시 인수위 구성


먼저 2007년 12월 26일 인선이 완료된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 32명(특위 위원 포함)의 면면은 ‘실용’을 중시하는 당선자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과거 인수위에 비해 행정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포함됐다고 언론은 분석했다. 현역의원들도 경륜보다는 실무능력을 갖춘 초선 의원들이 주로 배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4선의 국회의원 김형오 부위원장을 비롯해서 현역 의원이 9명 포함됐다. 특히 분과별 간사 7명 중 5명이 현역 의원이다. 서울대 4명, 고려대 2명 등 대학교수는 12명이다. 이번 인수위가 이전과 차별화되는 큰 특징은 행정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점이다. 사공일 국가경쟁력특위 공동위원장(재무부장관·이하 전직), 강만수 경제1분과위 간사(재경원차관), 최재덕 경제2분과위원(건교부차관) 등 정부 관료나 정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12명이다.


2002년 ‘노무현 인수위’ 때는 25명 중 현역 의원은 임채정 위원장이 유일했고, 진보성향 교수들과 정부 산하 연구원 연구위원이 대부분이었다. 행정경험이 있는 인사는 김진표 부위원장 등 2명에 불과했다. 1997년 ‘김대중 인수위’는 DJP 연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외부인사 없이 국민회의·자민련 소속이 각각 12명씩 배치됐고, 15명이 현역 의원이었다.


인사의 주요 특징을 살피면 실무적 능력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추상적 이념논쟁이나 탁상공론으로 비판받을 것 같지는 않다. 현장 위주, 실적 위주, 능력위주의 인사정책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수위 인사들의 평균연령에서도 나타난다.


평균연령 55.5세에서 나타나듯이 50대가 주축이다. 절반가량인 15명이 50대이며 60대가 11명, 40대가 6명이다.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가 46세로 최연소이고, 강현욱 새만금TF팀장이 69세로 최고령이다.


연령은 ‘노무현 인수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2002년 당시는 평균 연령이 49.8세로 40대가 11명이나 됐고, 60대는 임채정 위원장이 유일했다. 39세의 박범계 변호사도 정무분과위원으로 합류했었다. ‘김대중 인수위’의 평균연령은 54.8세였다.


지역별로는 영남 출신 인사가 많은 편이다. 대구·경북이 9명, 부산·경남 출신이 5명으로 전체의 44%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 출신도 7명이고, 충청 5명, 호남 3명 등 지역안배를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이런 지역별 인사 분포는 향후 인사정책에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호남지역에 대한 불만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대통령 당선자 주변인물의 범위가 한정된 만큼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여성이 위원장이라는 점이다. 여성은 이경숙 위원장을 비롯해, 진수희 정무분과위 간사, 이봉화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 등 3명이 포함됐다. 또 데이비드 엘든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은 인수위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으로 기록됐다.


문제는 이경숙 위원장의 전두환 군사정권시절 국보위 입법위원으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한나라당내에서조차 논란이 됐다는 점이다. 역사적 정통성이 결여된 전두환 군사정권의 들러리를 선 이 위원장 선임에 대해 이 당선자는 ‘흠결 없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그의 뜻을 관철시켰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흠결 없는 사람이 있느냐”


이 당선자 스스로 흠결이 있는 후보였다는 점이 집권기간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향후 ‘법과 원칙’을 위반한 인사에 대한 선출의 간접적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의식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등 향후 법과 원칙 등의 관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엿보인다.


<한겨레> 신문은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첫 인사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대 총장을 지명했습니다. 이 총장이 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의 국보위에서 활동한 전력이 알려지면서 인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총 참여자 1,247 명으로부터 나온 답은, “문제없다. 국보위 참여는 27년전 일 393명 (32%), 문제 있다. 당선자의 역사의식에 문제 854명 (68%)”이었다. 물론 <한겨레> 독자위주로 인터넷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지만 적어도 사안이 그만큼 가볍지 않다는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한나라당은 그동안 ‘경쟁과 실용’, ‘시장개방’, ‘능력’ 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권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 등에서 취약한 문제점을 노출할 수 있다. 부동산이나 주택정책 등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원회 첫 회의에서 “역대 인수위를 보면 정권을 쟁취하거나 (가지고 있는) 권한을 통해 점령군 같은 인상을 많이 줬다. 그러나 이번 인수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난 10년간 말은 무성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별로 없었다. 이번 인수위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철저한 실적 위주로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또 이 당선자는 “언론에 개인 의견을 지나치게 앞세워 국민에게 실망감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보도돼 정책을 실행하기도 전에 반발이나 실망감부터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만큼 앞으로 언론과의 접촉에 신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인수위 업무에 우선순위를 정해 중요도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이 당선자는 “무한정 일하는 게 아니라 한 달 안에 중요한 일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선순위를 잘 결정해서 일한다면 국민들의 기대에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대에 맞는 변화는 우리가 뭐든지 만들 수 있다. 새롭게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로 임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이런 말은 향후 정국전망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뭐든지 만들 수 있다”


인수위원회는 ‘국민성공정책제안센터’(국민성공센터)를 인수위내 기구로 두고 정책 전반에 걸친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센터 책임자에는 오랫동안 비정부기구 활동을 해 온 이상목 ‘2007 국민승리연합’ 기획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던 참여정부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 당선자의 국민성공센터가 얼마나 활성화될 것인지 혹은 참여정부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는 국민 제안 하나하나를 어떻게 처리하고 통보하는지 그 성의와 진정성에 달려있다.


경제와 실용을 바탕으로 실무형 인사들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출발모습은 기세등등하며 희망으로 가득하다. 모든 정권이 첫출발선상에서는 항상 의욕이 넘쳐났다. 그러나 곧 지리멸렬하며 당내분란과 논공행상에 휘말려 초심을 잃어버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명실상부한 선진화라는 신화를 이뤄낼 것인지 이 당선자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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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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