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우리는 불행으로 동맹을 맺었습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편집부는 2008년 12월 3일 마들연구소의 초청강연회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얼마 전 ‘난쏘공 30주년 기념 낭독회’ 이후 며칠을 앓았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람>과의 인터뷰도 정중히 사양했다. 선생에게 양해를 구해 그날 강연 전문을 싣는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앉아서 말씀드려요. 최근에 후배들이 한 작품이 30년 동안 읽혔다고 책을 하나 만들겠다고 사진을 달래요. 제가 사진 찍는 사람인데도, 별로 없어요. 찾는데 내가 모르는 애가 툭 튀어 나와 웃고 있어요. 안경을 끼고 보니 30년 전 저에요. 인간이 태어나서 살다 죽는 걸 문학에서 소멸이라고 합니다. 저는 소멸해가는 과정에 있어요. 병이 하나 하나 쳐들어와요. 기억력 나빠지고, 건강 나빠지고.


조금 전 본 영상에서 집회장이 나오죠. 2005년 11월 15일입니다. 제가 아프기 시작한 날입니다. 물대포, 이게 참 아픕니다. 굉장히 세요. 국회 앞 지하철 공사장 제9공구 근처에서예요.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방패가 날아 와 가슴을 맞고, 가슴에 금이 갔어요. 1001중대와 1003중대는 한국에서 제일 막강한 진압부대죠. 조선시대 관군과 같아요. 조선시대 관군은 전쟁에 나가면 백전백패했지만 자기 백성에게는 백전백승을 했습니다.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도 늘 이길 때에요.


조선 오백년 동안 피땀 흘리며 일해도 제대로 살지 못한 농민들이 한국사회에서 또다시 소수자가 되어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저항했습니다. 그들이 물대포를 맞았습니다. 저를 지켜주던 농민 다섯 분이 “선생님, 제 뒤에 서세요.” 했죠. 물대포와 1001, 1003 부대가 동시에 출동했어요. 다섯 농민이 잡혀가면 고생하니까 선생님 전 가야합니다, 했어요. 제가 그대로 노출이 되었죠. 물대포를 맞았죠. 그날 꽤 추웠어요. 문화마당에서 내 정신, 영혼이 떨어졌어요, 공포심에. 한참 만에 카메라 망가진 거 추스르고 옷을 짰습니다. 어떤 친구가 와서 짜주는데 덜덜덜 떨어.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앉아서 떨어진 혼령을 추스르는 바로 그 자리에서 농민이 맞아 죽었습니다. 그것이 30년이 되기 몇 해 전의 일이죠.



결국 70년대 상황이 소설을 쓰게 한 거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쓸 때 일입니다. 철거 현장에 취재 다니다 보면 정이 들어요. 사업하다 돈을 다 날리고 산동네 집을 사 살던 어느 교육자 집안이었습니다. 주말마다 그 집에 갔어요. 그 집에 철고계고장이 왔죠. 셋돈을 빼주고 나면 30년 교육자 하는 분이 제로에요. 길거리에 앉게 생겼어요. 어느 날 쇠고기 조금 사서 갔어요. 『난쏘공』에 쓴 그대로에요. ‘꽝’하고 치는데, 철거반의 공포심은 굉장해요. 제가 사 가져간 고기를 굽고 국까지 끓여서 우리의 마지막 밥상을 받았는데 그것도 못 참고 쳐들어옵니다. 그날부터 안 되겠다, 했어요. 저는 작가된다는 생각 안 했어요. 세계적인 위대한 작가들 다 잘 써요. 전 못 쓰겠더라고요. 포기했어요. 직장생활만 했는데 결국 70년대 상황이 글을 쓰게 한 거죠. 철거반들과 말도 안 되는 싸움하며 버티다가 작은 노트 하나와 모나미 볼펜 하나 놓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우리 통하는 게 있죠? 여기 계신 분들도 본의 아니게 시대 상황으로 인해 어떤 일을 하게 된 그런 분들이 계실 걸로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TV가 ‘저거’ 하는데 이렇게 재미없는 자리 왜 와서 앉아 있겠어요? 저는 여러분처럼 당대에 소수지만 그 사람들과 같은 생각하면서 정리하고 책 한 권을 썼던 겁니다. 그게 지금 30년이 됐다고 야단인데, 저한테 30년이 흐른 변화가 있었죠. 굉장히 아픕니다. 머리와 심장이 아파요. 머리는 뇌혈관, 여긴(가슴) 심혈관이고, 폐는 5.18때 쓰러뜨렸던 병이 하나가 또 와요. 저는 끝나가는 단계거든요. 그런데 끝내지 못한 게 있어요. 『난쏘공』을 이어갈 오늘까지의 이야기를 못 썼어요. 죽음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든 부처님을 믿든 두려움을 줍니다. 제가 뛰어나다는 말씀이 아니라, 응급실 몇 번 실려 가면서 아 내가 이걸 써야 하는데, 했어요. 왜? 나를 위한 건 아닙니다.


저의 가족은 가난을 모르고 살았어요. 그 당시에 아주 내놓으라 하는 부자들이 와서 돈을 꿔가는 집이 우리 친척이었고 그 친척의 돈을 끌어다 쓰는 사람 중의 몇은 재벌이 된 부자였어요. 나는 돈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하는 거죠. 칠순이 가까워 오는 세월 동안, 『난쏘공』이 백만 부가 팔렸지만 편하게 산 날 없어요. 왜 이렇게 사나? 그건 나에게 어떤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종교적인 믿음이라 해도 좋고, 어떤 꿈, 희망이 있는 겁니다. 그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험한 길 가자, 하는 거죠. 『난쏘공』 많이 팔려서 누가 아 별장 사셨더군요, 해요. 저의 스승은 다산입니다. 그 분 책에서 ‘경자유전’이 늘 나옵니다. 농촌은 농사짓는 사람 땅이에요. 『난쏘공』 팔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땅을 살 수 있었지만 저에게 토지는 0%입니다. 한 평도 없어요. 제가 특별나서가 아니라 그런 세상이 필요하고, 거기에 가서 살고 싶기 때문에 그런 생활을 하는 거죠. 저의 언어는 고집의 언어입니다. 누가 그런 이야길 쓰겠습니까? 당시에는 (금기시 되어)철렁하는 부분도 있어요. 어떤 부분을 쓰는데 가슴이 막 미어지고 그랬어요. 심장은 그때부터 망가졌을 거예요. 그건 타고 나는 거예요. 가난한 사람 보면 그게 맘에 걸려요.


비정규직 집회 갑니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게 아니에요. 광각렌즈를 대면 가까이 가야 해요. 1m 근거리까지 갑니다. 1001 중대가 농민이든, 노동자든 패면 그 숨소리 ‘퍽’하는 묵음, 묵직한 치는 몽둥이의 소리 이 모든 게 다 들리죠. 카메라 들고 접근 못하는 거죠. 헤어져서 특별한 일 없어요. 한국에서 대혁명이 일어나서 인류를 이끌어갈 빛나는 그런 장면이 없는데 나는 돌아와서 잘했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왜냐면 다른 일을 안 해도 되는 겁니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은 져야 할 불행의 짐이 많아요


저는 평야도 없는 하늘 밖에 보이지 않는 농촌 출신입니다. 농경사회에서 서울로 와서 산업사회를 겪고 그리고 ‘난쟁이’가 나온 겁니다. 지금은 21세기, 정보화, 세계화 시대라는 중요한 3시대를 제가 살아온 겁니다. 서양에서는 몇 백 년을 걸쳐왔는데 제 짧은 일생 동안 겪었죠. 난쟁이 이후 내게 될 책이 『하얀 저고리』입니다. 그것을 여태까지 못 내고 있습니다. 못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가 게을러서 이기도 하지만 타협하기 싫었어요. 어려운 시절 저를 도와준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었습니다. 필요하면 어디 가서 몇 억을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독일 지식인들이 어려울 때 괴테에게로 돌아가자, 괴테의 신세를 지자, 했지요. 『파우스트』 영혼을 파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성공, 돈, 안락함을 위해 악마와 거래해서 영혼을 파는 겁니다. 『난쏘공』의 세계가 그들의 세계입니다. 제 멋대로 세계, 무법의 세계죠. 박정희, 전두환에게 꼼짝 못하는 세계죠. 그런데 저는 이대로 되면 안 돼 라는 공포심을 가졌어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닙니다.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저는 무거운 짐을 지고 태어났습니다.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져야 할 짐이 굉장히 무거워요.


조선시대 의병과 같죠. 조선시대 의병은 한 번 죽어서는 안 됐어요. 관군, 중국군, 조총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든 일본군에게 죽어야 했어요. 한 의병이 몇 십번, 몇 백번 상처 입고 그 영혼이 길을 잃고 구천을 떠돌다가 고향으로 가죠.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하얀 저고리』에 나오는 이야기예요. 의병들이 이 땅에 태어났기 때문에 삼별초부터 조선시대 군대까지 그렇게 많이 싸우고, 오지요. 혼이 들어오라고 제사를 차려놓고 기다리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이 의병들은 들어오지 못해요. 13살부터 17살 결혼을 못했기 때문에. 윤막음이라는 의병의 딸이 자기 아버지 제상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는데, 윤막음도 차마 밥을 먹을 수가 없죠. 윤막음이 나가서 1년에 딱 한 번 합동 제삿날 다 같이 누룽지까지 허겁지겁 먹는 이야기가 『하얀 저고리』입니다. 이걸 안 낸 이유는 제가 어려운 생활할 때 도와준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 믿을 수 없는 사람, 제가 세계 역사를 볼 때 이런 인간들은 존재해선 안 된다는 사람과 연결이 지어졌어요. 그래서 덮어놨어요. 최근에 의사가 일을 해도 된다 해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 『하얀 저고리』는 못 나왔습니다. 왜 이런 말씀드리느냐면 『난쏘공』의 후속편이면서 제가 후손들에게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은 이 땅에서 져야 할 불행의 짐이 굉장히 많아요. 이 동네에서도 아마 이명박 출마 때 많은 표가 나왔을 거예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표를 몰아줍니다. 우리가 정상교육을 받았더라면 거기 표가 갈 수가 없죠. 이 지구상에는 2백 개 가까운 국가가 있고, 2천 개에 가까운 인종이 삽니다. 2백 개에 가까운 그 많은 국가 중에서 독재자를 끌어내는데 성공한 국가들 굉장히 많습니다. 한국은 4.19 때 그랬고 박정희는 자기 부하가 죽였지만 결국에는 입장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전두환은 입장이 또 얼마나 어려웠습니까. 근데 그 다음에 길이 없으면 가지 못해요. 막혀버리는 거지. 독재자 세력이 다시 와요.


내가 꿔준 그 3천원을 어떻게 받습니까?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 1등을 했어요. 2학기에는 2등 또는 3등을 했어요. 달리기도 점수를 줘요.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려운 집 아이가 그냥 결사적으로 오는데 아! 못 견디겠어. 그래서 제가 천천히 뛰었어요. 음악 시험을 봐요. 난 음치예요. 그래도 노래만 하면 60 이상 70점을 줘요. 그래도 노랠 안 했어요. 다음 학기에 보니 2등인가 3등을 했어요. 이것이 농경사회의 일이예요. 나 자랑할 게 하나도 없어요. 바보예요. 우리 집 마당이 꽤 컸어요. 어려운 사람이 와서, 마당을 쓰는 거야. 새벽에 와서 쓸고 마당 쓴 사람이 집에 가지 않아. 그 사람은 자기가 마당을 쓸었다는 것을 우리 집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갑니다. 저는 약자를 돕는 정신의 어떤 부분이 어머니에게로부터 왔어요. 어머니가 광목을 끊어다가 겨울철 긴 밤에 작은 주머니 하나를 만드십니다. 그런 경험들 많이 하셨을 텐데, 여름, 봄 가면 조선시대 곡식 얼마나 일찍 떨어집니까. ‘누구네 집’이 와서 마당을 쓸었다 하면, 어머님이 많은 건 아니지만 거기다가 몇 끼 해먹을 쌀과 보리를 넣어주지요. 그 집 부인이 와서 아무도 모르게 받아 가지요. 이것이 소설을 쓰게 한 밑바탕에 있는 겁니다.


비정규직 집회에 갔을 때 어떤 아버지가 애를 데리고 나왔어요. 대학로에서부터 치열한 날이었어요. 지나가던 어떤 바보 멍텅구리가 저 자식 저건 왜 제 자식까지 데려와서 빨간 띠를 매고 그래!, 그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 비정규직이 와서, 선생님 제가 3년을 싸웠어요. 처는 머리가 약간 이상해서 가출해서 실종 했고, 3년 동안 싸우다가 집에 들어갔어요. 아이 셋이서 말라비틀어진 김치에다 밥 한 그릇도 안 되는 것 놓고 있어요. 3년 투쟁하고 돈 한 푼이 없었어요. 그 비정규직 아이를 맡길 수 없어 집회장에 데려온 거예요. 나중에 술이 약간 취해서 선생님 3천 원만 빌려주세요, 해요. 몇 해 전 이야기죠. 그때는 현금인출기가 만 원이 되어야만 돈을 빼줬어요. 이 사람이 일용직 막노동을 하다가, 돈을 이제 다 쓰고 7천 원 밖에 없어요. 7천 원을 찾으려면 만 원을 채워야 돈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 내가 3천 원을 꿔줬어요. 그러니까 담배 하나 사고 3천 원을 주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받습니까. 내 지갑에 몇 만 원이 있어요. 그 사람을 줬어요. 직접 줄 수는 없어서 딴 친구를 줬어요. 나는 창피해 죽겠는 거예요. 어떻게 편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 노동운동과 관련된 사람 있으면 내 말 잘 들어둬요. 나쁜 자식들, 노동운동 하는 놈들이 아직도 있어요. 한국노동자들 중에서 돈 무진장 잘 받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떼로 와 있을 때, 한마당에 있을 때 맨 구석에 내가 보기엔 제일 힘든 이 아이들, 몇 해를 싸우느라 다 지친 아이들입니다. 지휘부는 회비 잘 내는 아이들에게는 악수해서 보내고 그 아이들 근처에 가지도 않고, 이 따위 노동운동은 바보들이 하는 백치들의 노동운동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르쳐 줬어요, 그 고생하는 아이들한테. 너희는 강한 자야, 저놈들은 나쁜 놈이야. 그러니까 저 대가리들한테 가서 너희들 갈 때 우리한테도 악수하고 가라고 내가 충동질을 했어요. 하지만 지휘부는 벌써 출발을 했어요. 저는 작가이기 때문에 이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마음을 읽는 데에는 뛰어납니다. 비정규직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쓰질 못해서 아프지요. 그래서 후배들을 만나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결국 문장을 어떻게 쓰고 그러는 게 아니야. 당장 너희들 방어해. 너희 미래가 엉망진창이야. 밀림 속에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나갈 길이 안 보입니다. 윗세대가 노력을 했어도 이 조국이 그렇게 좋은 나라는 안 됐습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지요. 난 싸우라고 그러는데. 격려하러 온 거 아니에요. 난 싸울 힘도 없어요. 겨우 가슴 뛰는 거 진정하고 온 건데, 내가 죽었다고 하면 아 조세희 죽었어, 그까짓 거 소문으로 치지도 마세요. 우리 늙은 세대는 이렇게 살다가 죽어 마땅해요.



이 시대에 행복한 사람은 바보와 도둑뿐


좋은 작품 쓸 자격이 없어서 안 썼어요. 그런데 70년대 이대로 두면 안 되겠던 거야. 당시 하도 갑갑해서 제3세계 공부를 했어요. 군부가 잠깐 동안에 독재하면 유익함을 주기도 해요. 히틀러가 밥을 먹게 해준 것처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민족과 국가에 큰 재앙을 줘요. 지난 3대 동안 우리는 세계 최장 시간 중노동을 하며 살았어요. 그러면 낙원에 도착해 있어야 해. 그런데 낙원에 도착하지 않고 아직 슬픈 시대에 살아왔어요. 젊은 여러분들의 미래는 밀림 속을 헤매고 있어. 미래는 여러분에게 달린 거야. 나는 여러분이 깜깜한 세상에 살 거라고 절대 믿지 않아. 한국인들이 뛰어난 점 분명히 있어. 잘못 이끌어지고 있어 그게 문제지요. 이번 선거 잘 할 거 같지? 안 그래. 떼로 하면 어떻게 그렇게 바보처럼 찍는지. 바보들만 갖다놔요. 어떤 금배지 단 바보가 나한테 와서 사인을 해 달래요. 그래서 내가 이게 금배지냐 하면서 (금배지에 손가락으로) 동글뱅이를 그리면서 사인을 해줬어요. 그랬더니 이 바보가 떨지 마세요, 그래. 지 앞이라고 내가 떠는지 아나봐. 난 수전증이에요.(웃음) 그 아이가 난 떨어질 줄 알았어. 그 지역구 사람도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이 아닌데 떨어졌어. 저희 당에서도 지식인이라고 폼을 잡는데 떨어졌어. 이게 인간답지 않은 짓을 하니까 그걸 피해서 찍어준 거야. 내가 원통한 것은 저따위 쓰레기 같은 것들이 한국에서 제일 비싼 건물에 빨간 카펫을 깔아 논 데를 밟고….


젊은이들 희망 없나? 우리가 해야 해. 우리 엄마 아버지들이 잘못했어. 여러분들이 해야 해. 이 가슴이 엉망진창인데 여기다가 철 기둥 하나씩 심어 넣어. 스무 살짜리들! 삼십대, 사십대도 다 심어 넣어요. 천하 없는 것이 와도 쓰러지지 않을 것들을 넣어요. 그것들을 넣은 사람들은 이 지구상에서 버텨가요. 빛이 보이는 개화지를 향해 달려야지. 스무 살짜리들은 넓은 땅, 개화지를 향해 밀림을 열고 나가길 바라는 겁니다.


저 같은 문학은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코미디 프로가 요즘 11시, 12시에도 하지요. 넌 바보가 돼, 보다가 자버려, 합니다. 보지도 않고, 자버릴 수도 없어요. 그렇게 이끌어 가거든요. 그런 것에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버텨야 합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더 길고 길게 끌려 다녀야 할 거예요. 그걸 위해서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글을 썼던 겁니다. 후배들은 이 글을 안 쓰지요. 역사는 생략이 없습니다. 박정희 이후에 기가 막힌 낙원으로 갈 수 없습니다. 거쳐야 할 단계를 거치는 거지요. 『난쏘공』도 『하얀 저고리』도 있어야 합니다. 이걸 다 쓰면 죽을 겁니다. 우리 개개인이 바보가 되면 안돼요.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동맹을 맺었습니다. 우리는 불행으로 동맹을 맺었습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바로 이 시간에 행복하다고 믿는 부류는 딱 두 부류예요. 한 가지는 도둑놈과 또 한 가지는 바보입니다. 이 말씀은 퍼뜨리지 마시고 그런 생각을 하더라, 해주십시오. 한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사실은 지금도 가슴이 후끈후끈 합니다.




정리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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