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경쟁의 사막에서 상생의 숲을 찾아

장휘국 광주교육감을 만나다

교육 관료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교육청에 시·도민이 선출한 진보교육감들이 발을 들였다. 변화를 바라는 많은 학부모와 시·도민이 교육감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전교조 신문 ‘교육희망’은 진보교육감이 그간 입안하고 추진한 교육혁신안을 살펴보고 앞날을 전망하는 집중 인터뷰를 기획했다. 출발 단계의 이 시기가 교육혁신의 미래를 말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장휘국 광주교육감을 만났다. - 편집자 주


올해 혁신학교 4개를 정했다. '빛고을 혁신학교'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혁신학교는 교사의 열정과 교장의 의지, 학부모의 관심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야 그 빛깔이 산다. 그동안 '빛고을 혁신학교' 기반 조성을 위해 기초연수와 심화연수, 선진 학교 탐방 등을 했다. 현재 20개의 혁신학교 연구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릴레이 공개강좌, 예비혁신학교 지정, 북유럽의 학교 탐방 등을 계획했다.
 
'빛고을 혁신학교'는 내년에 6개 학교를 추가 지정하고, 임기 내에 22개교까지 확대해 나간다. 학급당 학생수 탄력적 운영, 업무경감보조인력 배치, 예산 등을 지원한다. 교육과정 다양화와 특성화, 학습자 중심 맞춤형 개별학습,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운영시스템 구축, 학부모 참여 및 지역사회 협력 등을 추진할 것이다.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노사관계는 성실과 신의의 기본 정신이다. 이 원칙에 따라 관계를 만들 것이다. 노사 관계는 사안에 따라 갈등 관계일 수 있으나 상호보완적인 상생이 바람직하다. 교원노조는 법으로 보장받는 단체이고, 광주교육 발전을 위해 견제와 감시, 비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교육청이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 노사가 서로 상생과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특권교육 반대하고 상생교육 하겠다'고 했다. 상생교육을 어떻게 구현하는가?  

-교육의 기회를 고르게 주면 된다. 상생교육은 있는 집 아이나 없는 집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가 학교에서 서로 도와가면서 공부하자는 것이다. 뒤처진 아이도 손잡아 끌어주며 모든 학생이 적성과 능력에 맞게 잘하도록 돕는다. 광주시교육청은 최상의 공교육, 보편적 교육복지, 존중과 배려, 참여와 소통의 원칙을 바탕으로 상생교육을 구현하고 있다. 앞으로 상생교육의 성과에 민주평화인권교육과 5·18정신계승교육을 더할 것이다.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인정 도서를 전국적으로 보급하여 5·18 정신의 전국화도 시도할 것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를 논의할 생각이다.
 
학생인권조례제정은 어떤 방식으로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경기도교육청이 선구자처럼 앞서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였다. 요새는 식당들이 서로 자기가 원조라고 하는데, 학생인권조례는 광주가 원조가 아닌가 싶다. 이미 광주에서는 2003년 YMCA중등교사협의회가 '학생인권실태조사'를 하고 학생인권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또 2005년부터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YMCA, 흥사단 등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해 왔으며, 이미 조례 초안까지 나왔으나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시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였다. 타 지역과 달리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아래부터 확산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다. 현재 광주시교육청 차원에서 광주학생인권조례의 구체적 조항을 마무리하는 단계이며, 이에 대한 의견수렴을 보완하는 단계이다.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 6~7월 중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시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며, 학교 현장에서 교권과 학생인권이 함께 존중받고 배려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정책'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16개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2009개정교육과정과 교원성과급 문제, 지방교육자치 훼손에 대해서 논의하고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했다. 다만 일제고사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학교 평가에 대해 시·도의 자율성을 요구하고 교장공모제에 대한 지침이 지나치다는 것에 대해서도 대부분 공감을 했다. 의견을 수렴하여 교과부에 건의를 했으나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으로 시·도교육감이 갖고 있는 권한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막아내겠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6개 시·도 진보교육감이 공동대응하거나 16개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하여 대응해 나가겠다.
 
사진제공: 광주교육청
일부에서 평준화가 학력저하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평준화 지역인 광주 학력은 전국 최고이다. 광주가 좋은 성적을 낸 까닭은 무엇일까?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평준화 제도가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잘 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하니 서로 상승효과를 낸다. 이른바 명문학교로 우수학생을 몰아 놓으면 이런 성적 나오지 않는다. 또 교사들이 잘 가르쳤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열정을 쏟는 교사들이 많으니까 성적이 높은 것이다. 그동안 광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과학고를 제외하고, 국제고, 자사고, 외고 등 상위권 학생이 진학할 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평준화 제도가 유지 되었다. 이런 이유로 광주 지역의 학력이 높았다는 것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인정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다른 지역보다 높은 비율로 자사고 3개교, 자공고(자율형공립고) 3개교에 기존의 과학고 1개교를 운영한다. 이들 학교로 우수학생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 평준화 체제가 어그러질 개연성이 높다. 이미 자율형으로 지정한 공·사립고를 없애는 것은 어렵다. 다만 교육과정을 정상 운영하라고 권고할 것이며 파행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
 
교원 평가가 올해 전면 시행되는데, 말 많고 탈도 많은 교원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교과부가 하는 교원평가 교사의 자기 계발과 발전보다는 잡무만 늘어나는 평가가 되었다. 보여주는 식의 수업 공개, 이런 것 실효성이 없다. 학부모가 컴퓨터 클릭하는 평가가 아니라 교사들이 자기발전을 위해서 연수를 하도록 계기를 주는 자기계발평가 모형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교원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교원 평가는 각 시·도 교육청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은 서술형을 병행한 평가와 교사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 자기 개발 연수를 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평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거쳐 정부의 교원평가에 대해 대처해 나가겠다.
 
적성과 능력에 맞게 교육 기회를 고르게 주자는 것이 상생교육
어려움 속에도 처음 뜻을 굽히지 않고 살면 언젠가 그 뜻을 이루어


교사와 공무원의 시국선언 참여,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견해와 교사의 정치 활동 보장에 대한 생각은?  

- 시국선언 참여와 정당 후원 교사 징계 문제는 지나치게 형평성이 어긋났다. 교과부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징계 대상자가 전교조이기 때문이다. 교장들이 정당이나 의원을 후원한 사례가 있는데 유독 전교조 교사만 징계하란다. 공정한 사회를 주장하는 정부답지 않은 행동이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도 시국선언을 했다고 이번 정부와 같이 모질게 대했던 적이 없었다. 정당 후원도 법적 사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정부가 마녀 사냥식으로 몰아간 것은 문제가 있다. 불과 몇 년 전에 광주지역에서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은 교원에 대해 경고나 견책 등의 징계에 그쳤던 것에 비춰보면 시국선언 참여 교사, 정당후원 교사에 대한 징계는 형평성을 잃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교사의 정치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적 한계가 있으므로 관련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
 
학생이 학교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고통은 방과후 반강제적으로 진행하는 교과목 위주의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다. 이를 고칠 의향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정규 교육과정 이외 교육활동 개선 방안을 시교육청이 마련하여 학교로 보냈다. 방과후수업(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선택권을 보장했다. 방과후수업도 저녁 7시 이후는 금지했으며, 자율학습은 저녁 10시 이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교육감이 학생들을 놀리고, 학원 등 사교육 시장으로 내몬다며 비판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원 행정업무 경감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견해는?  

-교원 행정업무 경감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각 학교에 교감을 팀장으로 하는 교무업무지원팀을 구성하라고 했다. 앞으로 교원이 교과지도와 생활지도에 전념하도록 교원 행정 업무를 대폭 경감하겠다. 현재 광주시교육청은 교원 업무경감을 교육청의 주요한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조바심을 눅이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교장선출보직제'와 '내부형 교장공모제' '교육장 공모제'에 대한 견해는?  

- 학교구성원의 참여와 소통을 통한 민주적 학교 운영과 학교혁신을 위해서 '교장선출보직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교장선출보직제가 어렵다면 '내부형 교장공모제'라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MB정부에서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매우 어렵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해 놓았다. 교장공모제 시행 이후, 나름대로 학교구성원에게 만족과 신뢰를 주는 학교는 대부분 평교사가 교장이 되는 '내부형교장공모제'였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따라서 '교장선출보직제'나 평교사가 교장이 되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장 공모제'는 이미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교육감으로서 무엇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  

- 입시경쟁교육이라는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서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고등학생들이 자율적인 학습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를 무시한 억지 춘향격의 방과후 자율학습은 없어져야 한다. 사교육 조장이라는 일부 언론의 오해와 일부 학부모의 반발은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고 있다.  

정리=홍성봉 편집실장 prumi0415@hanmail.net
사진=안옥수 기자 okahn@ktu.or.kr
 
장휘국 교육감 그는 누구인가?
 
-한국전쟁이 발발한 격동의 시기인 1950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났다. 광주 수창초, 서중, 광주고, 광주교대를 졸업했다. 1970년 초등학교 근무를 시작으로 교사생활을 시작했으며, 1978년부터는 중·고등학교에 재직했다. 역사 교사였던 그는 과학고 재직 시에 입시교과 위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것에 실망을 느끼고,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5.10 교육민주화선언, 전교조 결성 주도 및 해직, 복직 등을 거치며 전교조 활동과 교육 운동에 헌신했다.
 
전교조 광주지부장, 반부패국민운동광주본부 공동대표, (사)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이사, 광주시교육의원 등을 거쳤다.
 
교사생활 28년 동안 줄곧 담임교사를 맡은 평교사 출신 교육감이며, 주변에서 소탈하고 온화한 품성이면서도 확고한 소신과 원칙을 견지한 신념의 소유자로 평가하고 있다.
 
좌우명은?
 
- '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심성구지 수불중 불원의)'마음을 다해 구하면 비록 적중(달성)하지 못해도 멀지 않으니라.
 
어려운 말씀이다. 어디에 있는 말씀이며 더 쉽게 풀이하면?

-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로 쉽게 말해 '지성이면 감천이다'는 뜻이다.
 
취미 생활은?
 
-산을 좋아하고 생태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을 자주한다.
 
끝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 외에 하고 싶은 말은?
 
-수많은 어려움에도 처음 뜻을 굽히지 않고 살면 언젠가 그 뜻을 이룬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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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교원평가 , 장휘국 , 교육감 , 광주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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