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재호(새내기 교사, 서울 원당초)
우동희(예비 교사, 교육학과 3학년)
사회자: 홍성봉(전교조편집실장)
사회자: 반갑다. (인사를 나누고, 서로 소개) 위원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격식에 얽매이지 말고 편안하게 말해 달라.
우동희: 전교조 위원장으로서 제일 힘이 나실 때와 속상하실 때를 말씀해 달라.
위원장: 일제고사 반대와 교육 정책을 바꾸라는 시국선언, 그리고 소액의 정당 후원금 때문에 해직되는 것 보면서 너무 속상했다. 일제고사 해직교사는 무죄 추정에 가까운 법원 판결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시국선언과 정당 후원금 관련 해직교사도 재판의 진행 추이를 볼 때 머잖아 복직할 것으로 보여 힘이 난다.
위재호: 전교조는 교육에 대한 열정과 교육민주화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정체되어 있고 시대와 동떨어진 거대한 집단과 같은 느낌이다. 젊은 교사와 함께 호흡할 방안은 있으신지?
위원장: 전교조의 정체성이 무엇이냐 하면 희생, 헌신, 용기, 양심, 신념이다. 그런 전교조였기에 무거웠다. 이것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지속가능하고 혁신하는 전교조를 위해 젊은 교사들이 많이 필요하다. 전교조가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교사들과 함께 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
사회자: 위재호 선생님은 젊은 교사들이 전교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위재호: 정확한 진단인지 모르겠으나, 이유 중 하나는 열심히 활동하시는 조합원 선생님들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전교조'라는 이름을 새내기 교사가 단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보수 쪽이 전교조 이미지를 나쁘게 덧칠하여 공격하는 프레임에 갇혀 꺼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동희: 위원장님은 언제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고, 어떤 계기로 교육운동을 하시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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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희: 초창기의 전교조와 지금의 전교조는 어떻게 다른가?
위원장: 교사로서의 가장 큰 덕목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의 전교조는 열정과 패기가 질풍노도와 같이 넘쳤고 교육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지금의 전교조는 나이가 들고 열정도 약해졌다. 교육적 요구에 대해 예전보다 둔감해진 면도 있고, 학생과 학부모와 소통이 부족하다. 연륜이 쌓이다보니 세련되고 체계적으로 일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교육철학을 제시하는데 소홀했다.
위재호: 신규교사를 위해서 전교조가 하고 있는 노력에 어떤 것이 있는지?
위원장: 젊은 교사들은 교과와 학급운영에 대한 연수 요구가 많다. 시군단위에서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학급운영 연수를 하면 꽉 찬다. 교과에 대해서도 선생님들이 아주 관심이 많다. 선배 교사가 교과와 학급운영에 대해 새내기 교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멘토가 되어주는 체계를 갖추고, 젊은 교사의 호응이 많은 유연하고 실용적인 연수를 배치해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연수나 소모임도 고려해야 한다.
위재호: 국제심포지엄에 가 봐도, 혁신학교 연수에 가 봐도 젊은 교사들이 적다. 교단에 서보니 첫 해, 두 해 때는 배워야 할 것도 많았고, 큰 교육담론에 참여하기가 버거웠다. 새내기 교사들이 좋은 교사로 서도록 돕는 지속적인 사업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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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신규 교사들 가운데 선배 교사에게 전교조 가입 권유도 못 받아봤다는 경우가 많다. 광주와 전남지역에는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가 함께하는 '여름 숲'과 '겨울 산' 캠프가 있다. 이 캠프를 거친 예비교사가 현직 교사가 되면 전교조 가입률이 매우 높다. 다른 지역에 이 사례를 많이 확산시키고 싶다. 젊은 교사들은 교총도 전교조도 안 들어간다. 전교조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고, 재미도 없는 것 같고, 전망과 대안제시가 아니라 비판에 그치는 것 같고...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새내기 교사의 생활 문화에 파고드는 정책을 구상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동희: 캠프는 일회성이 성격이 강하다. 캠프 이후에는 지속적인 만남이 없다. 대학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는 일상적인 교류가 있으면 좋겠다.
위원장: 예비교사 지원국을 통해서 보완하겠다. 본부에서 SNS 연수도 하며 20~30대와 생활 문화 속에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동희: 저희는 '교원수급'이 '생존권'과 동의어라고 할 정도로 절박한 문제다. 요즘은 전교조가 교원정원을 확대하기 위한 투쟁이나 수업시수를 줄이기 위한 투쟁이 뜸 하던데, 예비교사에게 절박한 문제인 교원수급문제가 전교조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위원장: 초등은 표준수업시수 법제화를 해서 주당 시수를 줄여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교과 전담 교사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면 수업의 질도 높아지고 교사들의 수업시수부담도 많이 낮아질 것이다. 단체교섭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잘 준비하겠다. 중등은 개정교육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예 교사를 안 뽑는 과목도 있고 아주 심각하다. 개정교육과정과 관련해서 투쟁을 준비 중이다. 예비교사,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받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개정교육과정 투쟁으로부터 교원수급에 대해 문제제기를 다시 시작하겠다.
사회자: 중등은 교원법정정원 확보율이 시도별로 약간 차이가 있는데 낮은 데는 76%, 높은 데가 81% 정도이다. 교원 정원 확대 이전에 법정정원만 채우는 데도 4만 5천 명 가량이 필요하다. 교원법정정원 확보는 양질의 일자리로서 청년실업해소를,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질 높은 교육을, 현직 교사에게는 수업시수 감소를 통한 교육 활동과 연구 시간 확보 등의 다중적 효과가 있다.
우동희: 전교조에서 기간제 교사의 처우개선과 이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문제를 고민해 보시는지?
위원장: 기간제 교사 문제는 특히 사립학교가 심각하다. 심한 곳은 절반 가까이 기간제 교사인 곳도 있다. 전교조는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고, 이를 정규직화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기간제 교사는 성과급을 못 받고 있다. 전교조가 소송비를 내고 소송을 걸었다.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은 정당한 것이다. 기간제 교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문제는, 규약에 '준조합원제'가 있는데 이를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
위재호: 우리 학교는 조합원이 네 분이다. 2년차 신규교사지만 제가 분회장을 맡았는데 선배교사들에게 성과급 반대 투쟁을 하자고 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반대투쟁도 중요하지만, 업무경감과 같이 교사가 관심을 두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위원장: 거의 모든 지부에서 업무경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들어서면서 실제 교육현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요구와 맞물려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업무경감을 실천한 학교가 혁신학교를 비롯하여 더러 있다. 올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고 있다. 절박한 요구인 행정업무경감을 해결하여 학교를 숨통 트이게 하는 것은 중요하므로 적극적으로 지평을 넓혀 가겠다.
위재호: '열린 교육'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고 혁신학교가 성공하기 위한 비전은?
위원장: 국제 심포지엄에서 진지한 교사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은 이제 더 이상 안 된다는 절박함,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을 느꼈다. 연구학교, 시범학교 수천 개가 그동안 실패한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 재정지원, 인센티브… 그러나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간다.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열정과 자발성을 전제로 한다. 진보교육감 정책과 맞물려 제도화하고 확산하면 우리 교육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한국 교육은 혁신학교 운동이 이뤄지기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이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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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가치의 문제인 것 같다. 민주주의 ,생태, 인권, 평화…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치와 사회의 현상에 대해서 교사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교사를 이념 주입의 도구로 써왔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은 역대 정권이었다. 과거에는 교사를 유신헌법 찬성이나 여당 지지 활동에 동원하기도 했다.
위재호: 올해 분회장을 맡았는데, 분회 활동이 잘 되지 않는다. 즐거운 분회 활동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위원장: 분회활동은 조합 활동의 꽃이다. 조합원이 많은 분회는 연구 소모임이나 동호회, 교육 현안 토론 등으로 분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분회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것이 지회의 역할이다. 지회가 조합원 수가 적은 분회를 챙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누가 조합원인지, 누가 분회장인지 조차 모르는 곳이 상당하다. 그러나 올해 4~5월을 넘어가면서 희망이 생기고 있다. 조합원 감소도 바닥을 친 것 같다. 혁신학교 연구 모임이 전국에서 만들어 지고 있는데 이 추세로 보아 상반기가 지나면 1000 여 개가 될 성 싶다. 기대와 희망의 기조를 분회까지 파급하도록 본부가 나서서 끌어가겠다. 국제 심포지엄과 같은 조합원이 대중적으로 참여할 공간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교육 대안자로 자리매김을 하겠다.
사회자: 전교조 위원장이 예비교사와 새내기 교사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소중한 자리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앞으로 가끔 이런 자리를 갖고 의견을 나누면 좋겠다.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박수로 마무리)
정리= 홍성봉 편집실장 prumi0415@hanmail.net
사진=안옥수 기자 okahn@kt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