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초등생 50만 명 생기부 기록 바뀌었다

교과부, 차세대NEIS하면서 초1년생 평가영역 변경...“9월 환원” 해명

전국 초등학교 2학년생 50여만 명의 생활기록부(생기부) ‘1학년 평가’ 내용이 지난 해 담임교사가 작성한 평가 영역과 다르게 바뀐 사실이 8일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초등 교사들은 “이미 마감 처리된 평가 내용을 교과부가 무단 변경한 것은 생기부 조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감 처리된 생기부 손댄 교과부 뒤늦게 ‘환원’?

현 초등 2학년생의 '1학년 생기부' 원래 모습. 지난 해 담임교사가 작성한 형식에 맞춰 가상으로 만들어본 것임.

현 초등 2학년생의 '1학년 생기부' 내용이 차세대NEIS에서 임의로 변경된 모습. 가상으로 작성해본 것임.


교과부는 올해 생기부가 담겨 있는 차세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가동하면서 2009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초등 1, 2학년의 생기부 평가 영역도 함께 바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미 지난해 2007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작성이 끝난 ‘1학년’의 생기부 기록 내용을 새 시스템의 틀에 맞춰 강제로 끼어 맞추면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1학년의 기록 내용이 상당 부분 엉뚱한 영역으로 배치됐다. 실제로 생기부 변경 내용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계발활동’(특활의 부서별 활동)이란 영역으로 작성된 평가 내용이 ‘동아리활동’ 난에 들어가 있었다. 기존 창의적 재량활동은 물론 특별활동 범주에 포함된 ‘자치활동’, ‘적응활동’, ‘행사활동’이란 영역에 맞춰 각각 따로 작성된 평가 결과도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범주 속 ‘자율활동’이란 한 영역으로 뭉쳐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2학년생들은 지난 해 1학년 때 ‘동아리활동’, ‘자율활동’이란 영역을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교과부가 임의로 평가 결과를 집어넣었다는 얘기다.

초등 교사들은 “지난 해 1학년 학생들은 2007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창의적 재량활동과 특활을 배웠는데 올해부터 2009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고 해서 지난 해 작성이 완료된 영역까지 손을 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 교과부가 이미 작성이 완료된 생기부를 자의적으로 뜯어고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담임교사들이 영역에 맞춰 평가, 기록한 맥락과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학교선진화과 관계자는 “분류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2학년 생기부의 평가 영역이 바뀐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들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3월 시스템 변경 작업에 들어갔고 늦어도 9월 1일 이전에는 기존 기록대로 환원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009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생기부 작성 훈령이 올해 2월에 나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초등교사들 “생기부 조작”, 교과부 “훈령이 늦어서…”

하지만 교과부의 뒷북 행정이 ‘성적 조작’이란 험한 말까지 나오게 했고 생기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NEIS가 본격 준비된 때는 지난 해 3월이고 2009개정 교육과정은 2009년 12월에 공표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올해 3월 뒤늦게 시스템 변경작업을 계획했다는 것은 심한 뒷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기부가 뒤바뀐 채로 6개월 이상 방치되도록 한 교과부에 대해 신은희 충북 비봉초 교사(<교과서를 믿지 마라> 저자)는 “올해 2월 내린 지침에서 교사들에겐 성적조작방지를 위해 생기부를 고치지 못하도록 한 교과부가 자신들은 제멋대로 생기부 자료에 손을 댔다”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도 모르게 기록 내용이 바뀐 점에 비춰보면 이것은 생기부 조작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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