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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모여 숲이 된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토양환경에 맞아야 한다. 이식한 나무보다는 우리 소나무가 더 푸른 까닭은 이 때문이리라.
혁신학교라는 나무들이 모여 학교혁신이라는 숲을 이루기 위해 자라고 있다. 올해만 해도 6개 시도에 걸쳐 157개교다.
언제부턴가 혁신학교 교육이념 속엔 프랑스 프레네 교육에 이어 핀란드 교육, 그리고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 등이 들어와 있다.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한 진보 교육감은 사토 마나부 교수(일본 동경대)의 책 수백 권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언제부턴가 혁신학교 교사들 상당수도 그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혁신학교의 모습에 대해 한 진보 교육학자가 주먹 같은 의견을 날렸다.
"학교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교수주의 패러다임이 다시 강화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열린교육이 그랬던 것처럼 '배움의 공동체'는 지금 교수주의 방식으로 학교에 전파되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국제혁신교육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나선 서근원 교수(대구가톨릭대)가 한 말이다.
앞서 사토 마나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일본 초중고 3500여 개교에서 적용되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에 대해 설명했다.
서 교수는 사토 교수의 발표 내용에 대해 외국 교육사상을 무턱대고 들여온 한국 학교교육의 현실을 거론하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대한제국 이래 한국은 교육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외국에 의존해왔다"면서 "이것은 자신을 문화적 식민지로 만드는 일이며 이제는 자신이 문화적 식민지라는 사실 조차도 의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걱정했다. "사토 교수의 교육방법론을 받아들이는 혁신학교의 현재 모습도 그런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서 교수의 발언이다.
"배움의 공동체를 정답으로 설정하고 기계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다면 그것은 배움의 공동체를 껍데기만 모방한 것일 뿐, 배움의 공동체가 실현하고자 하는 듀이의 민주주의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서 교수는 "학교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배움의 공동체'는 지금 교수주의 방식으로 한국학교에 전파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배움의 공동체가 지향하는 내용과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불일치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일부 혁신학교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도입하면서 체크리스트를 만들거나 수업협의를 할 때 학생의 행위를 관찰자인 교사의 입장에서 성급하게 판단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