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사들의 열정과 협력이 교육을 바꿔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만나다

교육 관료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교육청에 시·도민이 선출한 진보교육감들이 발을 들였다. 우리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많은 학부모와 시·도민이 진보교육감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전교조 신문 '교육희망'은 진보교육감이 그간 입안하고 추진하기 시작한 교육혁신안을 살펴보고 앞날을 전망하는 집중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 시기가 진보교육감의 교육혁신의 미래를 말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만났다. -편집자주


'서울형 혁신학교'가 23개로 출발했다. 서울같은 대도시에서 혁신학교가 성공할 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다.  

- 걱정한 것과 달리 석 달 만에 성공적으로 싹을 틔웠다. 혁신학교가 확산되는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교사의 준비를 돕기 위해 '학습 동아리' 공모를 했다. 처음에는 60개 팀을 지원하려고 예산 편성을 하였으나, 무려 160개의 팀이 공모했다. 예산을 늘려 106개 팀을 최종 선정했다. 서울형 혁신학교의 두 가지 키워드는 '배움'과 '돌봄'이다. 구체적으로 '학교운영의 혁신', '교육과정의 혁신', '수업 및 평가방식의 혁신', '생활지도의 혁신', '교육복지의 혁신' 등 이다. 혁신학교는 수업 혁신과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학교 운영이 바탕이다. 각 학교의 처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혁신학교 교사와 대화를 많이 나눈다. 교사의 열정과 사명감이 학생과 학부모를 감화시켜 학교가 변하고 있다. 교사가 달라지니 학생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수업 혁신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학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소통한다. 잠자던 아이들이 일어나 수업에 집중하고, 교사의 품에 안기면서 교권이 살아나고 있다.
 
교육청은 혁신학교를 최대한 지원하고 2014년까지 3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서울 전체 학교의 23%에 해당한다.
 
단체교섭 중 이다. 노사 관계는 성실과 신의가 기본 정신이다. 노사관계 정립은 어떻게?  

- 노동법을 전공한 교수 출신으로 노동조합과 노동 인권의 중요성을 안다. 교사를 비롯한 어떤 직종이든 뭉쳐야 하며, 폭넓게 뭉칠수록 좋다. 그래야 사회경제적 위상을 확보한다. 사용자는 힘들더라도 성실과 신의에 따라 노동자와 단체교섭을 하는 것이 사회경제적 형평과 정의에 부합하는 길이다. 이런 과정에서 교원의 고충을 처리하고 교육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교육 관련 노사는 긴장 속의 협력 관계로 접점이 많다. 교육청과 교원노조는 전인적 교육이라는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한 솥밥을 먹는 식구와 같다. 교원노조의 요구안을 바탕으로 '교섭의제'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 할애했다. '교섭의제'는 ILO와 EI 등의 보편적 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존중하여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게 설정하려고 애썼다. 노사 간 바람직한 단체협약을 빠른 시일 안에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학생인권조례제정은 어떤 방식으로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 작년부터 '학생인권 및 생활지도 혁신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학생인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미 11개 지역교육지원청별로 교사, 학생, 학부모, 시민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했다.
 
'UN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학생인권을 예외 없이 최대한 허용해야 한다. 다만 권리 보장에는 긴장과 위험이 따를 수 있다. 학생인권에 대한 교육과 함께 학생의 의무와 책임의식을 깨우치는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주민발의안과 별도의 교육청안을 만들어 상반기 안에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학교현장에 가장 적합한 안을 만들려고 한다.
 
'협력 보다는 경쟁'에, '인성 보다는 성적'에 매몰된 현실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다. 개선 방안은?
 
- PISA 테스트 결과 우리 학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졌다. 그러나 학업흥미도,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사회적 소통능력, 체력 등 교육 활동의 본질적 영역은 모두 세계 최하위다. 우리 교육은 학력은 일등이나 인성은 꼴찌인, 극도의 모순에 빠져 어두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상대평가 체제 속에서 학력을 상향평준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성, 체력, 주관적 행복도 등의 영역은 상향평준화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예체(문화·예술·체육)교육, 민주시민교육, 진로적성교육을 강화하고자 한다.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보이기는 어렵겠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꾸준히 추진하겠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100살 수명의 초고도 고령화 사회이다. '엄마 주도학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고도의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배움의 즐거움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자기 주도적 평생학습이 필요하다.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 정책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교육 자치는 교육감 직선으로 꽃을 피웠다. 그러나 교과부가 교육 자치에 역행하는 경우가 많다. 직선제 교육감 시대에 임명제 교육감 때처럼 여전히 지시와 통제를 하고 있어 답답할 때가 있다. 교육 자치 시대에 걸맞게 직선 교육감의 자율권을 넓히는 법률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일제고사 논란, 교사와 공무원의 시국선언 참여,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견해와 교사의 정치 활동 보장에 대한 생각은?  

- 우리나라 교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제고사와 시국선언 참여 교사,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징계는 법의 단계도 거치지 않은 과잉 처벌이라고 본다. 선진국에 진입하는 국가답게 교원의 기본권 보장은 마땅하다. OECD수준이 준거가 될 수 있고, 특단의 사유가 아닌 한 교원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교육 관련한 정치적 의사 표현은 교사의 고유한 기본권이고, 특히 교원단체 전임자에게 보다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사의 정치 활동에 대해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금지를 해서는 안 된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교원 행정업무 경감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견해는?  

-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해 행정업무 경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난 1년동안 준비하느 라 시행이 늦춰져 가장 아쉬웠다. 교육청은 불필요한 행사와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업무와 행정업무를 합리적이고 엄격하게 분리해야 한다. 교사는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하는 학교문화가 정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TF팀을 운영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조만간 그 정책을 가시화할 것이다.
 
학생이 학교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고통은 방과후 반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교과목 위주의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다. 이에 대한 생각과 개선할 의향은?

- 강제보충수업, 자율학습을 금지하는 것은 이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정책이다. 서울지역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착되고 있다. 이를 재강조하는 지침을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확인하겠다.
 
수시평가제에 대해서 일부 학교와 교사가 불만이 있던데…  

- 교사의 평가 자율권을 회복시키고,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고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를 보자는 의도로 시작했다.
 
초등학교는 원칙적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없애고 수시 수행평가를 하고 있다. 일부 학교가 지나치게 횟수를 늘려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점차 개선하겠다.
 
중·고등학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는데다가 수시 수행평가가 늘어 학생과 교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장점을 살리는 선에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장선출보직제'와 '내부형 교장공모제''교육장 공모제'에 대한 견해는?  

-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선출된 교장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학교가 여러 면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객관적인 연구보고가 나온 바 있다. 교과부가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매우 어렵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했다. 초빙형을 늘리고 평교사가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를 유명무실화 했다. 관계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뿐만 아니라 교육전문직 임용 과정을 개선하려고 여러 측면에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장 공모제'는 검토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인사 혁신과 조직 개편은 잘 되었다고 보는가?  

- 서울 교육의 새로운 지표인 '희망교육', '책임교육', '혁신교육', '참여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조직을 혁신했다. 수십 년간 관행으로 이어져온 인사 청탁 문화를 청산했다. 물론 갈 길은 아직 멀다. 교육청 직원들과 새로운 서울교육의 방향을 실현하기 위해 합심하여 노력하고 있다.
 
임기 동안 교육감으로서 무엇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 말해 달라.  

- 학생의 학습 흥미도와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을 키워 주관적 행복도를 높여 주겠다. 특히 학교 부적응 학생이 일탈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최대한 학교 생활에 재미 붙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모든 학생에게 지식정보와 평생학습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 주고 싶다.
 
정리= 홍성봉 편집실장 prumi0415@hanmail.net
사진=안옥수 기자 okahn@ktu.or.kr

곽노현 교육감 그는 누구인가?  

1954년에 태어난 곽노현은 어린 시절 사시(斜視)장애 때문에 '사팔뜨기'라고 놀림 받았던 쓰라린 아픔이 있다. 운동에 소질이 없어 소외된 적도 많았다. 이런 아픈 기억들로 인해 다름을 이해하고 어울리는 교육 공동체로서 자리하는 학교, 차별 없이 누구나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었다.
 
방송대 법학과에서 노동법, 사회보장법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하였고,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참여연대 집행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1995년에는 5·18특별법 제정운동에 앞장 서 그 공로로 5·18 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장을 맡으며 학교현장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이후 민교협 등 교육시민단체의 추천으로 교육감 후보로 나서서 당선되었다.

좌우명이랄까? 평소에 자녀나 제자들에게 새겨주는 하는 말은?
- 악에게 지지 말고, 악을 선으로 이기자.

취미 생활은?
- 활, 창, 북, 춤에 관심이 많다. 공교롭게 전부 한 글자이다. 실내에서는 북치고 창하고 춤을 추고, 밖으로 나가서는 활쏘기를 하며 살고 싶다. 여가 시간이 별로 없어 아쉽다.

끝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 외에 하고 싶은 말은?
- 학교 교육은 불가피하게 비교와 경쟁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집단 활동으로 인한 폐해도 나타난다. 가정에서 결핍과 박탈, 상처나 멍에를 안은 학생이 학교로 오면 친구 사이의 우정과 교사의 환대, 학교가 제공하는 복지와 풍요로 이겨낼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공교육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학창 시절은 억압과 좌절이 아닌 기쁨의 시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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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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