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지원실 운영하여 교사는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
보편적 교육복지의 지평을 지속적으로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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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 혁신학교 71개를 선정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우리나라 혁신학교의 발원지이다. 혁신학교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으며 의도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는가?
-경기도 혁신학교는 이제 2년째다.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헌신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성과도 나오고 있어 참 고맙다. 혁신학교를 제대로 만들어 미래지향적 선진교육과 보편적 학교복지를 이뤄야 한다. 혁신학교는 그 학교만 잘 되자는 것이 아니므로 좋은 사례를 창출하고 퍼뜨려 일반화시켜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수업혁신 정책은 혁신학교의 성과를 보고 입안한 것이다.
혁신교육지구 모집에 지자체 15곳이 신청하여 반응과 열기를 확인했다. 이중 6곳을 선정했다. 혁신교육지구는 같은 학교급간 연계로 지역이 처한 상황에 따른 공통 고민을 협력을 통해 함께 풀어 나가는데 좋다. 그리고 초-중-고가 이어지는 혁신학교 밸트를 몇 곳에 만들어 혁신 교육이 끊어지지 않고 지속하도록 하겠다.
혁신학교를 2014년 임기까지 200여 개 학교로 늘리겠다. 전체 학교 수의 약 10%이다. 일부 사람들이 혁신학교에 대해 '특혜'라고 왜곡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학교공동체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바탕으로 학교개혁을 이루자는 것이 혁신학교다. 혁신학교에 학교당 평균 1억 2천만 원 정도를 지원한다. 예산 범위 내에서 교무업무 전담 인력과 전문상담교사를 고용하는 등 실질적인 교육력을 높이는데 주로 쓰고 있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원 행정업무 경감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견해는?
-작년까지 1단계에서는 "공문 하나는 확실히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2단계에서는 학교의 조직을 수업 중심으로 개편하는 '학교조직 효율화' 시범운영 학교를 91개교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히 행정실과 교무실을 통합한 교육지원실을 운영하고, 더 나아가 교장실과 행정실과 교무실을 통합한 교육지원실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이 교육지원실에 교육행정 전담 인력을 확충하여 교사들이 수업 연구와 학생 지도만 충실하도록 여건을 만들고 있다.
초등학교는 동학년 협의실, 중·고등학교는 언어 교과실, 예체능 교과실 등 과목군별 협의실 체제로 바꿔 학교를 행정 업무형 편제에서 수업과 교육 활동형 편제로 바꿔 나가겠다.
만시지탄이나 교과부도 교원행정업무 경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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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직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하여 교육자치 시대를 열었다. 16개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여 보다 나은 교육으로 수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감의 재량권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권한이나 인사와 징계 권한 등은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는 게 교육 자치 시대에 걸맞다. 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사 정원 확보에 필요한 재정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교과부는 예전 중앙집권 시대의 임명제 교육감 때처럼 지시와 통제를 하려고 든다. 자치의 근간은 존중과 협력이다.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자치단체간의 권한과 역할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
노사 관계는 성실과 신의가 기본 정신이다. 노사관계 정립은 어떻게?
- 성실과 신의로 교원노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재작년 대부분의 지역에서 단체협약이 해지된 가운데, 2010년 2월 교원노조와 전국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성실과 신의 원칙과 '무신불립'의 정신으로 교직원노조와 만날 생각이다.
'무신불립'의 의미는? '논어'에 나온 말씀 같은데….
-그렇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설 땅이 없다는 말이다"
맨 처음 시행한 학생인권조례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제정 이후 학교 상황은 어떤가?
- 평가는 엇갈리지만, 학교현장에 큰 혼란은 없다. 체벌이 감소하고, 학생회나 동아리 등 학생자치활동은 살아나고 있다. 강제 보충수업과 강제 야간자율학습이 사라졌고,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 사이의 소통이 많아졌다. 야간 자율학습을 자율적으로 바꾸었더니, 하겠다는 학생만 공부하면서 면학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뭐니뭐니해도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우리는 소통과 배려, 상호존중의 학교문화를 만들고 이끌어갈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앞서 2010년 4월에 이미 '교권보호헌장'을 제정했다.
'3 + 3'제인 중고교 과정을 '4 + 2'제로 바꾸자고 말씀한 적이 있다. 중고교 과정을 개편하려는 이유는?
- 2009 개정 교육과정은 3+3제 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선택 중심으로 간다. 현실적으로 무리다.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자신의 진로를 확정하고 그에 따른 교육을 받기보다, 좀 더 기본소양을 기르고 다양한 경험과 탐색의 과정을 갖는 편이 낫다.
4+2는 학제나 교육과정 개편이 아니다. 지역 특성과 수준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것이다. '4+2제'는 창의력을 최대한 신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다가오는 사회는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통합적 사고와 분석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타인과 소통, 풍부한 체험, 비판적 사고력, 다양성, 상상력, 통찰력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융합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1년 등 4년 동안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창의지성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2년 동안은 진학 등 진로교육에 매진하자는 것이다.
교원평가에 대한 교육감의 견해는?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피드백으로서, 학생·학부모·동료 교사와 함께 스스로 교육활동을 뒤돌아 보고 보다 나은 교수학습을 모색하여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해 교원평가는 필요하다. 다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가 여기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아니라 교원을 줄 세우고 경쟁시키는 방식이라 적절하지 않다. 전문성 신장 차원이라면, 교원 연수 및 교직문화 개선이 먼저이거나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근무평정, 성과급 평가, 교원능력 개발 평가 등 평가가 너무 다중적인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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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법령으로 규정한 것을 시행하면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무리한 조치를 취하면 사회 정의와 상식, 그리고 법률적 판단에 따라 대처할 것이다. 맞서겠다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정부에 의견을 내겠다는 의미다. 중앙정부가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7월에 일제고사가 있다. 뜨거운 감자다. 일제고사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은?
-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교과부가 교육감에게 어떠한 재량권도 허용하지 않는다. 세세한 부분까지 교과부가 신경 쓴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전수 평가 보다는 표집이 바람직하다. 주민직선 교육자치 시대이고 자율을 이야기하지만, 이 평가만은 교육청과 학교에 어떠한 재량권도 없다. 일방통행이다. 일방통행은 양방향 소통의 시대에 맞지 않다. 교육자치 시대에 걸맞게 교육감에게 평가의 시행 시기와 방법 등을 위임해야 옳다. 국가가 주도하는 한 줄 세우기식 학업성취도 평가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득보다 실이 많은데 강행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더구나 평가 결과를 학교성과급에도 반영한다고 한다. 적절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7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앞서 이번 달 중학생 창의서술형 평가를 치렀다. 미래지향적인 문항, 학생과 학교에 선택권 부여, 줄 세우기가 아닌 교수학습 피드백에 충실한 결과 활용 등 한 단계 나은 평가였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시국선언 참여,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견해와 교사의 정치 활동 보장에 대한 생각은?
-교사 시국선언 징계 유보로 교과부와 검찰의 무리한 고발과 기소로 법정에 여러 차례 나갔지만 다행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당 후원 교사 징계에 대해 교과부의 공문을 지금도 받고 있다. 시국선언 교사 관련 징계는 일단 1심 판결에서 유죄가 나온 상태이고 징계시효 완성일이 다가옴에 따라 징계 의결 요구는 불가피한 측면 있다. 다만 사법부가 판결문에서 시국선언이 위헌적이거나 반사회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으므로 징계양정은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이 사건 처벌조항에 대하여 이를 개정하려는 입법적 시도를 포함하여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활동의 한계를 어디까지 넓혀야 하는 지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교사의 정치 활동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같은 교육계의 교수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견해는?
- 농산어촌 학교는 교육 기능 외에도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자 지역 문화의 구심이다. 경기교육청은전원형 혁신학교를 지정하여 새로운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고 학부모와 지역민이 참여할 공간을 열었다. 통폐합 대상학교가 80여 개교에 이른다. 교육을 경제적인 논리로 재단하면 안 된다. 교육은 교육 논리와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나 학령인구 감소를 시장의 눈으로 보면, 학교 통폐합이나 폐교로 귀결된다. 하지만 교육의 눈으로 보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나 교육여건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교장선출보직제'와 '내부형 교장공모제' '교육장 공모제'에 대한 견해는?
- 교장선출보직제는 중장기적 준비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시행하고는 있지만 교과부가 갈수록 자격을 제한하고 수를 줄이고 있어 안타깝다. 앞으로 점차 확대하여 우리 교직사회가 안고 있는 승진 위주 문화를 개선하고 수업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풍토를 조성하겠다. 교육장 공모제는 학기마다 2곳 이상 공모제를 하고 있다. 추이를 보고 늘릴 것을 검토하겠다.
정리=홍성봉 편집실장 prumi0415@hanmail.net
사진=안옥수 기자 soosoo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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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9년 광주 출생. 광주서중·일고 졸업. 서울대 총학생회장 시절 교련 반대 운동으로 제적 후 강제 징집 당했다. 한신대 교수로 있으면서 87년 교수시국선언을 이끌어 6월 항쟁의 단초를 열었고, 이듬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창립을 주도하고 공동위원장을 역임했다. 전국교수노조위원장과 '등록금후불제를 위한 교수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이라는 보편적 교육복지를 화두로 내세워 우리나라 의무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공교육을 살려내기 위해 혁신학교를 세우고 공교육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가는데 앞장섰다. 부드럽고 온화하여 대인관계 등에 유연하지만 정책 실현 의지는 매우 단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우명이랄까? 평소에 자녀나 제자들에게 새겨주는 하는 말은?
-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라는 뜻이다. 사람살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두루 화합하는 재능을 갖고 있지만 무조건 맹종하지는 않고 자기 나름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이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사람이다.
취미 생활은?
- 등산을 좋아한다. 산에 자주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끝으로 질문을 벗어나 하고 싶은 말씀은?
- 교사가 주체가 되어야 교육을 바꿀 수 있다. 교사가 교육 혁신의 중심에 서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교육감이 되겠다. 교사가 미래지향적인 마인드와 전문성을 갖추도록 NTTP(New Teachers Training Program)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자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살려주는 복지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여교사가 절대 다수다. 여교사 복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