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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로 수학여행 갔는데 할머니가 알아봤어요."(주시현 학생)
"신호등에 서 있는 데 '네가 대상이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신기했어요."(명수호 학생)
한국방송(KBS)에 얼굴을 비춘 서울 강북중학교 3학년4반 학생들은 방송의 힘을 느꼈다. 가장 큰 화제는 역시 '선생님'이었다.
남윤구 학생은 "아들을 소개시켜 준다는 할아버지 전화가 학교로 왔대요"라고 공개했다. 담임선생님인 유세진 교사와 학생들이 지난 달 15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탄 후폭풍이다. 이날 방송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은 가수 박진영의 '허니(honey)'를 불렀다. 이 말을 들은 유 교사가 손사래를 치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반 아이들에게 전국노래자랑에 나가자고 한 것은 유 교사였다.
유 교사는 "4월에 공문이 왔는데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았어요. 다행히 같이 나가겠다는 학생들이 있어 힘을 얻었습니다"라고 되돌아봤다. 예선 날짜(5월1일)가 잡히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흥이 났다. 수업을 마치고 일주일 가량 손과 발을 맞췄다. 댄스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안무를 짜고 선생님은 노래를 연마했다.
예선을 통과하자 아이들은 더욱 흥이 났다. 남자친구가 없는 선생님을 착안 해 '공개구혼'이라는 이야기도 만들었다. 엄성솔 학생은 "다른 팀이 준비를 많이 했더라구요. 그래서 선생님을 희생시켰어요"라며 웃었다.
내심 인기상을 노렸는데 최우수상을 덜컥 받았다. 유세진 교사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뒀는데요.(웃음) 삶은 계란과 빵도 사서 소풍하는 기분으로 했거든요"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아이들과 준비하면서 많이 얘기하고 좀 더 알게 됐어요. 더 친근해졌어요. 살아있는 교육을 한 것 같네요"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이냐'고 묻자 "교육에 열정이 대단하신 선생님"이라고 입을 모았다. "친구 같은 선생님"(차주원 학생)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유 교사는 학생들에 대해 "꾸밈없는 개구쟁이들"이라고 답했다. "선생님과 저희가 가장 잘 어울려서 최우수상을 탄 것 같아요"라는 학생들의 예리한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