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곽노현의 반성 “교사 손 비우지 못해서…”

2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일제고사 선택권 봉쇄는 졸렬”

기자회견하는 곽 교육감.

“저는 비워야 할 것을 비우지 못한 채 새로운 것을 하나 둘 얹어 채우는 일들에 급급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스스로 반성하는 말을 교사들에게 던졌다. 취임 1주년을 3일 앞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교육청 사업 80% 폐지하겠다”

곽 교육감은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연 이날 회견에서 “교육혁신의 현장은 무엇보다 교실”이라면서 “수업 준비와 학생지도에 헌신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청부터 낡은 사업을 털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2014년까지 기존 교육청 정책 사업의 80%를 폐지하며 당장 내년부터는 교육청이 주도하는 정책사업 50%를 없애겠다”면서 “우선 11개 교육지원청별 특색사업과 지구별 자율장학도 단계적으로 폐지해 ‘교육지원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학교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시범학교, 연구학교, 경시경연대회 등을 큰폭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과감히 떼어내겠다”면서 “이를 위해 교무행정업무지원팀제를 운영하고 내년부터 모든 학교에 행정 전담인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육연수원장과 교육연구정보원장의 공모제를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두 기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곽 교육감은 “수업 잘 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학교풍토를 정착시키는 것이 진정한 교권확립”이라면서 “교육장을 비롯한 전문직과 교감, 행정실장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성공적으로 지원하는 지 다면평가를 새로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고사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건 헛짚은 것”

곽 교육감은 다음 달 12일 치르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와 관련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양심적 시험거부도 허용되어야 한다. 지난해 (선택권을 보장한) 교육청 지침은 지금도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에는 교과부에서 선택권을 봉쇄하는 문건을 보냈는데 교육청은 이를 학교에 내려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교과부의 직무이행명령으로 갈등이 초래되며 이 일에 교육감직을 걸고 교과부와 대립하고 투쟁할 마음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교과부 태도와 관련 곽 교육감은 “시험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적 거부를 봉쇄한 것은 졸렬하다”면서 “2015년 이후 PISA(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도 창의역량 중심으로 선회하는 등 시대는 바뀌는데 (일제고사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것은 본질을 헛짚은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한 곽 교육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권 문제와 관련 “체벌금지 때문에 교권과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인과관계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교실붕괴는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고 경쟁교육을 앞세운 과거의 산물이 업보가 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와 함께 교권보호조례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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