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본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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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B교사는 3학년 들어 갑자기 가져온 3년 치 봉사활동 내역 수십시간을 생활기록부에 등재해 달라는 압력을 학부모로부터 받았다. B 교사가 봉사활동 확인서가 2년 전 것과 현재 것의 종이 빛바램 정도가 같다는 것, 일련번호가 수년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별 차이가 없다는 것 등 석연치 않은 점을 들어 등재를 거부하자 학부모는 학교 관리자인 교장, 교감에게 압력을 넣었고, 이에 B 교사는 마음 고생을 하며 해명을 하러 교장실에 불려 다니는 수모를 겪었다.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생활기록부 기록 내용이 중요해지며 학부모들, 특히 유력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본격화되고 있다. 학생들 스펙을 쌓기 위한 다양한 사교육 및 봉사․체험 활동 등에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하여 생활기록부 기록 내용에 대한 ‘맞춤형 주문 - 정확히 말하자면 조작’을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최근 실적에 눈먼 일부 특목고 등지에서 생활기록부의 기재 사항을 조작하여 큰 물의를 일으킨 바가 있는데 생활기록부 조작의 문제는 이들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교사의 평가 권한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입학 사정관제의 정당성 자체를 허물어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교사들은 기존 아이들의 앞날을 막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가급적 부정적 측면을 서술하지 않는 온정주의적 관행에 더해 학부모들과의 알력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학생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서술을 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다보니 입학사정관의 주요한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할 성적 외의 다양한 학생 활동 내용들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우수하고 성실하다는 식으로 획일화되게 된다.
결재 끝나지 않았는데도 볼 수 있다니...
현재 생활기록부는 교사의 행동발달 종합 평가 등이 생략된 생활기록부Ⅰ과 종합 평가 등이 기재된 생활기록부Ⅱ 두 종류가 있다. 원칙적으로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생활기록부Ⅰ만을 발급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교과부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학부모 서비스를 통해서 생활기록부Ⅱ 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들며, 이러한 문제들을 더욱 빈발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교사의 자의적 평가를 예방하고, 학생의 발달 상황을 알게 한다는 장점은 있겠으나, 이미 결재가 끝나 사실상 수정이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즉 현 학년 재학생)에서조차 학생 및 학부모 열람이 가능하게 만드는 처사는 결국 생활기록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실추시키고 교사의 평가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처사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