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운영하는 ‘2009개정교육과정’ 홍보 누리집(curri.mest.go.kr)에 소개된 “학습 부담은 줄어들고 학습효과는 높아집니다”라는 등의 문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교육과정을 2년 만에 또 고치면서 ‘창의‧인성교육’을 내세웠지만 정작 학생들은 공부에만 내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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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지난 달 14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중학교 1학년 734명과 고등학교 1학년 1147명에게 2009교육과정에 대한 물은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특정 과목을 한 학기에 집중적으로 배우는 집중이수제에 대해 중학생 49.3%는 “과목당 수업 시간이 많아져 오히려 학습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1주일 동안 배우는 과목 수가 적어져서 학습부담이 줄었다”는 답에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17.7%는 학습부담에 차이가 없다고 했다.
동시에 중학생 10명 가운데 6명가량은 “과목당 시험범위가 많아져서 시험부담이 늘었다”(54.7%)고 생각했다. 이 답도 그렇지 않다는 의견(20.9%)보다 3배 정도 많았다.
고등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 50.3%와 45.2%가 각각 “과목당 수업 시간이 많아져 오히려 학습부담이 늘었다”, “과목당 시험범위가 많아져서 시험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 역시 “부담이 줄었다”는 답보다 2배가량 많은 응답이었다.
또 중학생 73.8%, 고등학생 72.3%가 체육 수업을 특정 학기에 몰아배우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특히 고등학생은 집중이수 과목을 1, 2학기에 교차해서 수업하는 것(1학기 홀수 반은 정보, 짝수 반은 기술‧가정 수업, 2학기에는 반대로 수업)에 대해서도 44.6%가 “반대”했다. 중학생은 집중이수제로 학교마다 학기별로 배우는 과목이 달라 전학을 하면 아예 못 배우거나 중복해서 배워야 하는 과목이 생기는 문제에 대해 55.5%가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어와 수학 수업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중학생(59.6%), 고등학생(49.2%) 모두 반대 의견이 많았다.
도덕‧사회‧지리‧기술가정 등 선택과목의 수업시간을 줄이거나 개설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중학생은 44.3%가 “찬성”이었고 고등학생은 55.8%가 “반대”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은 “과목의 수업시간이 줄어도 전체 수업 시수가 줄어들지 않고 대신 국어와 영어, 수학 과목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라며 “이들 과목들의 내용이 재미도 없고 내용도 많고 체험이나 실기 위주가 아닌 지식 위주로 돼 있어서 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반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교조는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발달단계가 고려되고 전인적 성장이 가능한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교육계의 요구가 매우 시급한 과제라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