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직무이행명령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이 직접 뽑은 선거로 당선된 교육감이 공약을 지키려는 데도 교과부는 “말 들어라”라는 으름장만 놓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과부가 전북과 강원, 경기도교육청에 내린 직무이행명령은 6차례에 달한다. 특히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동안 3번이나 된다.
올해만 5차례 직무이행명령
첫 번째 직무이행명령을 받은 때는 지난 3월. 시국선언과 관련해 교사 3명을 징계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현재 이 사안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심에서는 무죄, 2심에는 유죄로 엇갈렸다. 당시 전북교육청은 “상반되는 판결이 나올 정도로 법리논쟁이 첨예한 사건으로 신중해야 하고 헌법이 규정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아랑곳없었다.
지난달에도 교과부의 교원평가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번째 직무이행명령을 받았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교과부의 조치가 “위법하고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른 다음 날인 지난 13일에도 교과부에게 직무이행명령을 받았다. 일제고사와 관련한 출결사항을 차세대 교육정보화시스템(NEIS)로 보고하라는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교과부가 만든 교육정보화시스템 출결사항에는 기존과는 달리 조퇴와 결과 분류에서 질병‧무단‧기타 란만 있다. 학교장이 인정하는 조퇴나 결과는 아예 체크조차 못하게 한 것이다.
전북교육청은 이를 등교를 하고도 일제고사를 보지 않은 학생을 인정하지 않는 조치로 봤다. 그래서 전북교육청은 결과 분류에 대체프로그램 참여 등의 란을 넣은 자체 출결 집계 시스템을 사용했다. 지난해도 이 같이 했다.
모두 교원평가, 일제고사, 시국선언 징계 관련 사안
지난 해 일제고사와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공약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전북교육청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자신들의 교육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압력과 명령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래서야 도민이 뽑은 교육감이 공약을 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주민직선만으로 교육 자치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김상곤 교육감이 취임한 뒤 2차례 직무이행명령을 받았다. 사안은 모두 시국선언 징계와 관련됐다. 교과부는 지난 2009년 전북교육청과 같은 이유로 첫 직무이행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난 11일 시국선언 관련 교사를 중징계하라고 직무이행명령을 했다. 같은 사안에 두 번이나 했다. 경기교육청이 이들 교사들에게 경고‧주의 조처를 한 데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파면이나 해임, 정직만을 고집한 셈이다. 앞서 지난 4일 경기교육청의 징계 결정을 직권 취소하기도 했다.
강원도교육청도 지난 11일 일제고사와 관련해 첫 번째로 직무이행명령을 받았다. “등교를 한 뒤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을 무단결과로 처리하라”는 게 교과부의 명령 내용이었다.
“주민보다 위에 있나, 군사정권 연상”
강원교육청 한 관계자는 “교과부 훈령에도 출결사항은 학교장 권한인데도 학교자율성까지 침해하면서 무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자신의 교육정책과 공약을 인정받아 첫 민선교육감으로 출발을 했지만 교과부는 직무이행명령으로 진보 교육의 발걸음을 잡는 것이다.
오동선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국가의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군사정권시절을 연상시키는 행정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교과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직무이행명령이 직접 뽑아 권한을 준 주민보다 위에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