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검찰, 기소 강행… “정치검찰 국민법정에 세우자”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강력 반발, 22~23일 500여명 1박2일 투쟁 벌여

<기사보강> 25일 오전 11시15분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소속 교사와 공무원 500여 명은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사,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 안옥수 기자

검찰이 끝내 정당에 후원했다는 이유로 교사와 공무원을 기소했다. 지난 해 이어 또 다시 법정에 세운 것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표적 수사, 정치 탄압”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1일 서울의 교사 210명을 기소했다. 이어 22일 광주지방검찰청이 광주‧전남의 교사 133명을 법정에 세웠다. 청주지방검찰청은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교사 60명을 기소했다. 이 숫자만으로 지난 해 첫 번째로 기소 인원 134명을 넘어섰다.

세 곳만 343명 기소, 벌써 1차 숫자 넘어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데 당에 가입했고 정치자금을 당비 명목으로 냈다는 것이 기소 이유였다. 지난 해 5월 기소했을 때와 똑같다. 공무원 43명도 함께 법정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소)대다수가 전교조 소속 교사나 전공노 소속 공무원이고 전교조의 시국선언, 전공노의 시국대회 등의 정치적 활동에 참여해 왔다”고 밝혔다. 또 이번 기소에 대해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현행법이 엄연히 존재하므로 공직사회에서의 불법 정치활동을 근절하고 법질서 확립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기소 역시 정부에 비판적인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노린 표적 탄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연 규탄대회에는 울산과 제주 등 전국에서 올라온 500여명이 참가해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참가자들은 “1차 수사 재판에서 대부분 무죄나 소액 벌금형에 그친 사건을 다시 들춰내 확대한 것은 정권의 수족이 되기를 거부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소로 대한민국 공무원 사회에서 가장 정치적인 집단이야말로 검찰임을 그들 스스로 입증해 주었다”고 했다.

“쥐죽은 듯 있었던 우리, 쥐 죽일 듯이 싸워야”
22일 저녁 서울 대한문 앞에서 촛불문화제 진행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500여 명은 22일과 23일 1박2일 노숙투쟁을 진행하며 민주노총 단식 농성장인 서울 대한문 앞에서 촛불문화제도 열었다. 침묵시위를 하는 모습. 안옥수 기자

22일 오후 7시 40,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사방이 조용했다. X자가 적힌 흰 마스크를 쓴 그들은 부채를 들고 있었다. 부채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어 있다.


“교사 공무원 정치자유 보장하라”.


10분이 흐른 7시 50분, 확성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제일 무서운 말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겁니다. 우리가 쥐 죽은 듯이 있었지만 이젠 쥐 죽일 듯이 싸워야 할 때입니다.”


정당 후원금을 낸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무더기 기소. 이에 항의하기 위해 500여 명의 전교조 소속 교사와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들의 촛불 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참석자들은 손에 부채 대신 촛불을 바꿔들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맡은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법률원)는 “1만원을 후원한 교사 공무원까지 기소한 행위는 헌법 스탠다드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했다. 이번 재판을 통해서 교사와 공무원의 기본권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호가 울려퍼졌다.


“한나라당 후원하면 무죄고 진보정당 후원하면 처벌 하냐. 정치기본권 쟁취하자!”


서울 영림중 내부형 공모로 교장으로 추천된 박수찬 교사는 “일반적으로 10일이면 교장 제청을 하는데 교과부가 아직도 하지 않는다. 정당에 후원금을 낸 탓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무혐의가 될 지도 모른다. 규정에도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면 교장 제청을 하도록 했다”며 “전교조 교사라는 게 작용한 것 같다. 반드시 임용돼 아이들과 행복을 꿈꾸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권력의 입맛에 맞춰 정권에 비판적인 전교조와 전공노를 탄압하지만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렸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다. 꼭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 민주주의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22일 열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치탄압을 규탄대회에서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을 참가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안옥수 기자
정치권에서도 검찰의 무더기 기소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정치 검찰이 됐다. 역사의 무덤을 팠다. 정치 검찰을 국민 이름으로 기소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성찬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해 사죄한다”면서 “이제는 때가 왔다. 정치적 자유를 되찾도록 내년에 반드시 진보개혁정권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자금법 개정 힘 쏟기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이날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23일까지 1박2일로 서울에서 정치자금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를 벌이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두 단체는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첫 단계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후원을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치자금법을 고치는 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이명박 정권 끝물에 자행되는 교사·공무원의 정치탄압은 썩은 동아줄에 권력을 연장시키려는 어리석은 몸부림”이라며 “정권과 검찰의 비열한 정치적 탄압을 반드시 이겨내고 아이들을 살리고 참교사, 국민을 위한 참공무원의 당당한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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