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과부, 기소만으로 또 ‘무리한 징계’하나

지난 해도 중징계로 9명 해직·38명 정직, 법원은 사실상 무죄 판결

검찰이 정당 후원과 관련한 교사 1400여명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면서 교과부가 또 다시 무리하게 징계를 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지난 21일 서울 210명 등 정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수사 중인 1400여명의 교사에 대한 기소를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월 5000원~1만원을 후원금으로 내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기소 이유다.

올 1월 재판서 “교과부 틀렸다” 입증

지난 1월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법원 판결로 교과부가 무리하게 징계를 강행했다는 점이 입증됐다. 지난 해 교과부의 중징계 방침으로 해임을 당한 김동근 충남 천안 성환고 교사가 지난 해 11월22일 마지막 수업을 하고 학교를 나오면서 학생들과 눈물의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김 교사는 지난 3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정직3개월로 조정해 학교로 돌아갔다. 최대현 기자

이에 따라 교과부가 이번에도 기소된 교사들을 중징계 처리하라는 방침을 정할 것인지에 대해 눈길이 모아진다.

교과부 교원단체협력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아직 기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공식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각 교육청에 기소명단을 통보한 공소장을 본 뒤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1차 때 진행한 방침이 있어 거기에 따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미 교과부는 지난 해 같은 사안으로 검찰이 기소한 183명에 대해 직위해제와 파면‧해임 등 배제징계, 중징계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검찰이 같은 해 5월6일 기소를 발표한 지 13일 만인 19일 초고속으로 결정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교과부의 방침은 지난 1월 열린 1심 선고 판결로 “틀렸다”는 점이 입증됐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와 22부는 이들 교사에 대해 당원으로 볼 증거가 없어 정당법상으로는 ‘죄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또 죄를 물을 수 있는 기간을 따지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교사에 대해서는 아예 공소에서 제외하는 ‘면소’를 내렸다. 교과부의 핵심 징계 사유가 힘을 잃은 것이다.

당시 교과부는 검찰의 기소 사유를 그대로 받아들여 ‘정당가입행위’를 기정사실화 했다. 명백한 당원이니 정치운동 금지 내용의 국가공무원법을 연동시켜 핵심 징계 사유로 만들었다.

교과부가 징계 양정 기준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교과부는 지난 해 5월과 10월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당시 기소된 교사 134명에 대해서는 파면, 해임이라는 배제징계를, 기소 유예된 교사 4명은 중징계(정직) 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부산과 충북 등 10개 시‧도교육청은 9명을 해직시키고 37명을 정직 처분했다. 그마나 지난 3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해임된 충남 한 교사가 정직으로 낮춰졌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은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면서도 30~50만원 비교적 작은 액수의 ‘벌금형’을 내렸다. 후원 액수가 적고 후원제도가 바뀐 것을 몰랐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치자금법 57조를 보면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받았을 때만 당연 퇴직으로 처리한다.

“벌금 30만원에 쫓겨나는 자체가 황당”

지난 해 교과부가 검찰의 기소만으로 중징계 방침을 결정하자 전교조가 교과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육희망> 자료 사진

이를 종합하면 재판부는 정당에 후원한 교사들이 해직을 당할 정도로 죄가 무겁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는 교과부가 정당 후원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면서 정한 징계 양정 기준이 틀렸다는 점을 확인시킨 셈이다.

반면 서울과 광주, 강원 등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6개 시‧교육청만이 법원의 최종 판단 이후로 징계 여부를 미뤘다.

교과부가 1심 재판으로 중징계 처리가 무리였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이번에는 기소만으로 징계 절차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해 검찰 기소로 교과부와 대구교육청으로부터 ‘해임’된 김병하 대구 강동중 교사는 “악덕기업 사장이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일단 자르고 보는 것 같다. 벌금형을 받았는데 학교에서 쫓겨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교과부가 상식이 있다면 자의적인 해석으로 법을 무시하는 짓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하 교사는 1심 재판에서 정당 가입은 면소 판결을 받았고 후원금을 이유로 벌금 50만원을 받은 바 있다.

장관호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과부는 1심에서 판결 내용을 보고 반성하고 기소만으로 징계 시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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