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교 안 교원노조 활동” 단협은 적법

노동부 유권해석, 교과부 위법 요청 묵살 하지만 57개항은…

노동부가 교원노조 등에 보낸 공문.


서울시교육청과 교원노조가 지난 7월 14일 맺은 단체협약(단협)에 ‘위법 조항은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이는 ‘위법 요소가 있으니 시정명령을 내려달라’는 교과부의 요청이 사실상 묵살당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동부는 지난 2일 이 같은 취지를 담은 ‘단협 자율시정 권고’란 제목의 공문을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 등 교원노조에 보낸 사실이 12일 뒤늦게 확인됐다.

“위법으로 해 달라” 요청 묵살당한 교과부의 수모

하지만 학생인권, 교육정책 관련 항목 등 57개항에 대해서는 “불합리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자율적으로 시정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율 시정권고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 기존 단협에 대한 이행계획서 작성 등 계획된 일정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부와 교과부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 달 20일쯤 57조 187개 항의 단협 조항 가운데 약 30%인 50여개 항에 대해 시정권고와 시정명령을 내려달라는 요청서를 노동부에 보냈다.

특히 교과부는 2개 조항(‘교원 노조 활동은 학생수업과 학사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_제46조 3항, ‘교육청은 수업 및 학교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홍보활동 등 최소한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_46조 8항)에 대해서는 위법 가능성이 있으니 시정명령을 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위 조항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 자율 권고 항목에도 넣지 않았다. 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 관계자는 “학교 노조활동을 적법 절차를 거쳐 보장하는 내용은 교섭 대상이기도 한데다 위법한 내용이 아니라고 보아 시정 권고 내용에서도 뺐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학습지도안은 교사가 자율적으로 작성하고 별도 결재하지 않는다’(5조), ‘초등학교 저학년의 조기청소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지도한다’(8조 5항), ‘출근보조부는 폐지한다’(8조 12항), ‘각 학교의 인사자문위 운영규정은 전체 교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민주적으로 설치 운영되도록 지도한다'(9조 2항) 등에 대해서는 ‘불합리’ 결정을 내렸다. 위법은 아니지만 기관의 관리·운영과 정책결정에 대한 사항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시정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학교의 약자들 여건 개선이 불합리?

특히 노동부는 학생인권과 기간제 교사에 대한 단협 내용을 대부분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특성화고 학생의 실습을 위하여 노동권, 안전사고 예방 등 직업준비교육에 노력한다’(38조 3항), ‘교육청은 학생생활규정의 제·개정시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지도한다’(44조), ‘기간제교사의 처우개선을 통한 우수 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14조 5항), ‘사립학교에서 기간제 교원 임용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한다(23조 2항) 등이 그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학생과 비정규직 생활환경에 대한 것은 '제3자 관련사항’”이라면서 “교원의 근로조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서 불합리한 내용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용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교원노조가 학교의 약자인 학생과 기간제 교사의 여건 개선을 위한 단협을 맺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고 당연한 의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교과부의 부탁으로 노동부가 자의적인 잣대를 만들어 법에도 없는 권고를 하는 것은 전형적인 ‘줄타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노동부의 시정권고 공문과 상관없이 단협 후속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른 시간 안에 기존 단협에 대한 이행계획서를 학교에 보내 단협 내용이 이행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교육복지담당관실 관계자는 “노동부의 공문은 단협 내용이 위법하지 않지만 일부 항목이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선언적인 내용”이라면서 “기존 단협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며 단협 이행계획서 작성도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 시정권고 조항에 대해서는 조만간 교원노조 대표들과 회의를 갖고 재교섭을 할 것인지, 내년 교섭에서 적용할 것인지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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