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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5시10분 서울 청계광장. 한 무리의 사람들이 광장에 들어선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을 반갑게 맞았다. 교사와 교수, 학생, 학부모, 노동자인 이들 50여명은 하나같이 주황색으로 된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 조끼에는 이런 글귀가 쓰였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대학등록금 폐지
대학비정규직 정규직화
국립대 법인화 반대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지난 달 27일 이후 16일 만이다. 이들은 동부와 서부 2팀으로 나눠져 지난 달 28일 각각 부산과 전남 목포를 출발해 이 문구로 대변되는 ‘교육공공성 실현’을 알려오는 길이다.
동부팀은 울산-경주-구미-충주-이천 등을, 서부팀은 나주-전주-대전-청주-평택 등을 지나 서울에 들어왔다. 이들이 걸어온 길만 동부팀 503km, 서부팀 492km으로 모두 1000km에 달한다. 이 기간 이들과 함께 특정 구간을 걸은 지역주민 등이 연인원 1000명이었다.
이들이 내 건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 등에 호응한 것이다. 같이 걷지 못한 시민들은 5만원 전달, 저녁 식사 제공 등 각자의 방식으로 도보대장정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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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전국도보대장정조직위원회(조직위)는 “진작 이 사업을 하시지라며 반찬을 듬뿍 얹어주신 식당 아주머니, 하루 일당의 액수를 기꺼이 후원금으로 건네주신 트럭기사, 들판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손을 흔들어 주던 농민, 거리에서 그리고 차창을 내리고 힘내라고 건네주신 무수히 많은 시민들에게서 교육혁명의 염원을 듣고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완주자는 두 팀 합쳐 모두 13명. 교사 4명과 공무원 1명, 노동자 1명, 대학생 1명 등이다. 동부팀에서 502km를 모두 걸은 신윤철 전 전교조 울산지부장(울산공업고)은 “고3인 둘째 아들이 지난 달 16일 토요일 방학을 했는데 월요일 날부터 보충수업을 하더라. 방학 때 딱 5일 쉰다더라. 방학만이라도 학교 밖에서 다른 경험을 해야 하는데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가려는 입시로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면서 “그 원인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서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부팀에서 492km를 모두 걸은 신선식 전남 완도 노화중 넙도분교 교사는 “이렇게 걸어오면서 흘린 땀방울과 아픈 발걸음이 32개 지역에서 교육혁명을 일으키는 커다란 바람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학생도 대장정 완주 “교육선진국 아직 멀었다” 일침
특히 중학생 5명과 고등학생 1명도 도보대장정을 완주해 눈길을 끌었다. 전남 순천시 금당중학교 3학년인 이재원 학생은 “우리나라 경제력이 선진국이라는 데 교육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었다”고 진단하며 “사교육을 키우는 입시제도와 대학 등록금을 폐지하면 교육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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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두 팀은 서울을 둘로 나눠 강남역과 신촌역 등지에서 요구 사항을 담은 선전물을 신민들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저녁에는 청계광정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조직위는 이날 도보대장정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대학등록금의 고통으로부터, 사교육비와 입시지옥의 고난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절절한 함성이다. 만일 이런 염원에 아랑곳 않고 신자유주의교육으로 역주행을 계속한다면 머지않아 국민들의 단호한 심판과 성난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열정과 힘을 바탕으로 교육혁명이 이뤄질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