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사실상 월말고사 부활…” 서울 초교들 부글부글

학교의 29%가 1학기 동안 20회 이상 평가, 서울교육청 “개선안 마련 중”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29%가 올해 1학기 5달 동안 20회 이상의 평가를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이 지역 591개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수시평가 실시 현황’을 최근 조사한 결과다.

한 학기 시험 40∼60번 치른 학교도 있어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 6학년생의 1학기 평균 수시평가 횟수는 15.5회로 나타나 사실상 월말고사가 부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회에서 25회의 평가를 진행한 학교는 94개교(16.0%), 25회 이상은 75개교(12.7%)였다. 심지어 40∼60회의 시험을 치른 학교도 일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시험 태풍의 원인은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수시평가 시행을 학교에 강하게 지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수시평가=지필평가’로 받아들인 상당수 학교들이 문제풀이 식 평가를 대폭 늘린 탓이라는 것이다.

이 아무개 교사(서울H초)는 “시교육청이 수시평가 예시문항에서 문제풀이 형태를 제시함에 따라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월말고사 식으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에 대해 반별, 학년별 고사를 실시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문제를 내는 교사들과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생들 모두 ‘시험 때문에 학습시간을 뺏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시교육청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은 ‘개별 출제로 인한 업무과중’(49.4%)과 ‘잦은 평가 실시에 따른 수업 결손’(29.7%)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과 같은 수시평가 실시에 찬성하는 의견은 10.2%에 그쳤다.

“지필평가 보느라 학습시간 뺏기는 황당한 일도…”

박형준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과정중심의 질적 평가를 확대하려는 곽노현 교육감의 애초 제안 취지가 사라지고 학교별 일제고사가 수시로 보는 월말고사로 변형된 상황이 되었다”면서 “‘수시 단원평가’란 용어를 없애고 수행평가 위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개선방안이 나오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학생과 교사들의 원성을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행평가는 포트폴리오평가, 대면평가, 면접평가, 지필평가 등을 포괄하는 과정 중심의 평가인데, 유인종 교육감 시절에는 초등학교의 경우 지필평가 시행 자체를 금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교육과정과 담당자는 “지난해보다 시험횟수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과목별 시험을 1회로 계산하다보니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면서 “시교육청도 학교의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으며 학교에 자율성을 주고 교원의 평가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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