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에 우리 학교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하는, 관리자 편의로 일방적으로 배정해서 하는 근무를 하지 않았다. 대부분 관리자들은 교사들이 돌아가며 방학 중 근무를 하지 않으면 학교가 큰일 날 것처럼 그러지만, 방학 중 근무를 하지 않아도 학교는 방학동안 별 이상이 없었고, 안녕하기만 했다. 누가 오라마라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 발로 할 일을 찾아 나온 교사들로 학교는 늘 북적였다. 이상하게도 다른 때보다 학교가 더 가고 싶었다.
2학기를 준비하기 위한 전체 출근 날짜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교사들은 개인적으로, 또는 동학년 선생님들과 협의해서 스스로 학교 또는 다른 장소에서 모여서 2학기 준비를 열심히 했다. 똑같이 학교에 출근해도 제 발로 스스로 학교에 가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척 가볍고 즐거웠다.
여름방학 전에 이미 전체교사가 모여서 1학기 교육과정평가회를 하면서 1학기를 점검하고 2학기를 계획했는데, 교사들이 가장 많이 한 얘기는 놀랍게도 스스로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올해 30년만에 처음으로 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았기에 그 마음이 뭔지 다 안다. 그래서 교사들에게는 방학기간이 자신을 채울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지난 1학기의 경험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는 일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배우고 외쳤지만,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대화와 타협과 협의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해 본 일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1학기의 경험과 성장을 바탕으로 2학기에도 역시 민주적인 교사회 운영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튼튼한 기둥이 될 것이다.
2학기에는 신설학교로 시작했기에 학교가 갖출 기본적인 시설과 교육과정 틀을 갖추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을 더욱 다져나가자고 합의를 했다. 수업에 대한 연구와 실천, 학부모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일이다. 교사들은 방학동안 누가 시키지 않아도 2학기를 위해 각종 연수를 받고 연구를 많이 했다.
2학기에도 우리 학교는 아이들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다. 하지만 함께 할 우리들이 있기에 그 어떤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