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제정 결정은 경기도와 광주광역시에 이어 3번째다. 하지만 9만7000여 명의 주민이 직접 발의해 만든 주민조례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성적 지향, 임신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 그대로
![]() |
![]() |
이번 조례안은 19일 시의회 교육위의 김형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정동의안이다. 하지만 주민조례안 원안의 핵심 줄기는 그대로 살렸다는 게 시의원들의 평가다. 학교 적용은 내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례안은 5장 51조에 걸쳐 학생인권 보호 방법과 내용을 담았다. 제1장 총칙의 제1조(목적)에서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이 조례안의 목적으로 규정했다.
이어 제2장에서는 10개 절에 걸쳐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교육에 관한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등을 펼쳐보였다.
조례안 반대 단체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삼은 것은 ‘제1절 제5조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였다.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동성애와 임신조장론 등 보수단체의 반발에 밀린 일부 교육위 소속 야권 시의원들이 21개 종류로 나열한 차별의 이유를 뭉뚱그려 표현하는 수정안을 준비했지만 막판에 원안을 살리기로 했다. 성적소수자단체의 농성이 이어지는 데다 민주통합당도 원안 통과를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내용은 이미 경기도와 광주시 조례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법, 유엔 관련 규정 등에 명시된 국제표준에 맞는 내용이었다는 게 찬성 쪽의 생각이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2006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신을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을 포함한 성소수자라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은 9.4%였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임신이나 출산한 서울지역 중고등학생은 모두 6명(임신 2명, 출산 4명)이었다.
제12조(개성을 실현할 권리)는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수정안에서는 학교 교직원들의 우려를 의식“다만,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두발은 자유권을 완전히 인정했다.
제16조(양심․종교의 자유)는 “학생에게 예배․법회 등 종교적 행사의 참여나 기도․참선 등 종교적 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특정 종교과목의 수강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일부 사학과 종교단체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제17조(의사 표현의 자유)도 논란이 됐다. 이 내용은 수정안에서 “학교 내의 집회에 대해서는 학습권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학교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조례안 “학생은 교사 인권 침해해선 안 되고 규범 존중해야”
이번 조례안은 학교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논란이 된 내용 말고도 △학생자치 조직의 권한 실질화 △여학생 생리로 인한 결석 보장 △교육청에 학생인권위원회와 인권옹호관 신설 △서울 학생 인권의 날 지정 △학생인권교육센터 설치와 학생인권영향평가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조례안에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 말고도 학생의 의무를 규정한 내용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제4조(책무)가 그렇다.
“⑤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학생은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 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하여야 한다.”
전교조는 성명에서 다음처럼 평가했다.
“이제 학생인권조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요구이다. 이를 위해 하루바삐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 ․ 시행될 수 있도록 학교 문화를 바꾸고 구성원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후속 조치들이 마련돼 뒤따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