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집중이수로 미이수 과목 본인 탓” 사실상 각서 받아

시·도교육청, 전학생과 학부모에 확인서 파문

많은 시·도교육청이 2009개정교육과정 탓에 특정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전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본인 책임’이라는 문서를 받아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시·도교육청과 전교조에 따르면 올해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집중이수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특정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전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중 미이수 과목에 대한 보충학습 과정 운영을 추진 중이다. 방학 때 지역교육청별로 1~2개의 거점학교를 정해 미이수 과목을 다시 ‘집중이수’시키는 셈이다.

문제는 교과부가 만들어 놓고 책임은…

광주교육청이 특정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학 중 보충학습 과정을 추진하면서 받은 문서

지난 2009년 교과부가 고시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 명시한 ‘전입 학생이 특정 교과목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보충 학습 과정 등을 통해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라는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도교육청은 전학생과 그 학부모를 대상으로 보충학습 과정 참가 여부를 확인하면서 희망서와 불참서를 작성하게 했다. 여기에 많은 교육청은 미이수 교과 보충학습을 희망하거나 불참하는 것에 따른 사항을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이라고 명시했다.

광주교육청은 중학교 참가자용 방학 중 공통 교과 보충 학습 과정 참가 신청서에서 ‘본 과정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제반 사항에 대해서는 본인(학생과 학부모)이 그 책임을 감수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또 공통 교과 미이수 학생 불참 확인서에서는 ‘미이수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사항(불이익 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본인(학생과 학부모)에게 그 책임이 있음을 확인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광주교육청 교육과정과 관계자는 “방학 중에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고 이마저도 듣지 않을 경우에 한해 책임 소재를 밝힌 정도”라며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집중이수제로 나타나는 큰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울산교육청 역시 같은 내용의 문구를 중학교 공통교육과정 미이수 학생 이수 불희망 신청서에 명시했다. 전남교육청은 보충학습 과정 미참여 확인서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미 이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제반 사항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확인서를 제출토록 했다.

경기와 경북, 인천, 제주, 충북 등의 교육청도 비슷한 내용을 확인서에 적었다. 사실상 공통교과 미이수에 대한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김태균 평등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는 “잘못된 교육과정 고시를 강행하고 집중이수제라는 괴물로 아무런 잘못 없는 전학생들에게 학습 결손을 안겨놓고 그 책임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원과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은 희망서와 불참서를 받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원인 제공자 교과부, 파악도 못 해

상황이 이런데도 2009개정교육과정 고시를 강행해 이 같은 상황을 만든 교과부는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교과부 교육과정과는 취재에 들어가자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교과부 교육과정과 관계자는 “16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겠다. 문제가 있는 걸로 확인이 되면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은 “전학생들이 불필요하게 방학 중 보충수업을 받게 된 상황을 교과부가 만들어놓고 그 피해도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감당하는 사실상의 각서를 받은 것은 매우 비교육적이다”면서 “입시몰입교육을 초래하는 2009개정교육과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게 교과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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