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교사가 학교에서 쫓겨난 것은 지난 2006년 6월. 서울시교육청에 실명으로 민원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재직했던 서울 동일여고 재단인 학교법인 동일학원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부당하게 예산을 편성하고 예·결산자문위원회를 편법으로 운영한 것을 교육청에 바로 잡아 달라는 요구였다. 재단은 이미 동창회비 불법모금 등의 비리가 확인된 상황이었다.
교육청의 민원 교사 ‘고발’ … 6년째 거리에서 떠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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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울교육청은 조 교사 등의 이름과 이름 옆에 도장까지 찍힌 민원서 원본을 동일학원 재단 이사장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그 때부터 이사장과 학교장은 확인서와 문답서 작성을 강요했다. 재단은 “사·공문서 위조, 무고와 명예훼손”이라며 형사고소하고 직위해제했다. 그리고 끝내 조 교사를 파면시켰다.
조 교사는 “지금 생각해도 황당해요. 민원을 제기한 교사의 신분을 고스란히 다시 비리재단에 제공하는 교육청이 어디 있나 싶어요”라고 떠올렸다.
서울교육청의 ‘황당한’ 처리는 이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쟁점이 됐고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은 “책임 있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 비리로 중간에 물러나면서 거리의 교사 신분은 길어져만 갔다.
그러던 중 이달 중순 서울교육청이 과거 잘못을 다시 확인하면서 ‘특별 채용’으로 다시 교실에 설 길을 열었다. 해직 상태의 교사를 위한 ‘복직’ 공립 특채였다.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보면 교원은 학교의 운영과 관련해 발생한 부패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와 비리 사실 등을 관계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거나 고발하는 행위로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조리 등 어떠한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근무조건 상의 차별을 받지 못한다.(6조 교원의 신분보장)
조 교사는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복직할 학교를 찾아 선생님과 인사를 했고 업무 조정도 했다. 1학년은 국어, 2학년은 문학을 가르치게 됐다. 개학날인 3월2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담임 맡고 업무 조정했는데, 교과부, 출근 하루 전 직권 취소
그런데 지난 1일 오후 학교에 출근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 교과부가 인사권자인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임용한 조 교사를 직권으로 취소시킨 것이다. 교과부는 “사법절차에 따른 복직 등의 절차에 따라 복직돼야 하는 것이 타당하고 복직되는 경우에도 당해 사립학교로 복직돼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조 교사는 “교사 목숨이 하루살이인가요? 3월1일 딱 하루 복직하고 다시 해직이 됐네요”라고 씁쓸해 하며 “교육청의 잘못으로 6년 째 떠돌고 있는데 더 거리를 해매거나 복직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아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이렇게 교실로 돌아가지 못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끝내 흐느꼈다.
조 교사와 같은 날 학교로 돌아갈 부푼 마음이었던 박정훈 교사와 이형빈 교사도 교과부의 직권 임용 취소로 단 하루 복직에 그치고 말았다. 복직 학교로 출근도 못했다.
박 교사는 200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해직됐다가 지난 2005년 사면·복권됐다. 이에 교과부는 “원직 복직 또는 공립 특채를 검토하라”는 공문을 서울교육청에 내려 보내기도 했다.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박 교사처럼 사면·복권된 교사 6명 가운데 의원면직한 1명을 뺀 5명 모두가 공립 특채나 원직 복직을 했다.
박 교사는 1학년 담임을, 이 교사는 2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러자 이것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이 교사는 “교과부의 복직 하루 전 임용 취소로 학교의 정당한 학사운영이 침해를 당했고 담임을 다시 배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수업 손실을 받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들 교사는 2일 학교 대신 교과부 후문 앞을 찾았다. 전교조와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교육, 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의 직권 임용 취소 철회를 요구했다.
“진보교육감 인사 정책 흔들어 정책 실현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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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체는 “서울교육청의 특별채용은 교육공무원법 12조에 근거해 교육청 인사위원회의 면접과 절차를 거쳐 적법한 인사권이 시행된 것”이라며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부푼 꿈을 꾼 교사들에게 교과부가 두 번째 해직을 선고했다. 이는 마치 유배형에서 풀려나와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에게 사약을 내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과부의 직권 임용 취소에 대해서는 곽노현 서울교육감으로 대표되는 진보교육감의 인사 정책을 흔들어 정책 실현을 방해하고 소란을 일으켜 진보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신을 끼치려는 정치적 탄압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국가권력이나 사학재단에 의해 피해를 입은 특정한 사안에 대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채용을 한 사례가 없다”고 확인하며 “진보교육계에 대한 탄압이고 정치쟁점화를 위한 희생양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대응 기구를 만들어 이주호 교과부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고 복직을 위한 행정소송을 벌이는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