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과부 “댓글 달면 봉사점수 준다”...‘선플’의 비밀

‘조회수 0’ 게시판에 게시 글 하루에만 5000개, 알고 보니

선플운동본부 사이트의 게시판. 하루가 지났지만 조회수는 모두 0이다.

조회수는 0 또는 1회. 사정이 이런데도 하루 평균 5000∼6000개의 게시 글이 올라가는 사이트가 있다. 2008년 5월 이래로 올해 7월 12일 오후 4시 41분 현재, 290만 2765개의 게시 글이 올라왔다.

선플운동본부 게시판에 글 올려야 봉사활동 점수 받아

사람들이 거의 읽지 않는 게시판에 줄줄이 달리고 있는 게시 글의 비밀은 무엇일까?

선플운동본부 사이트의 ‘선플 달기’ 게시판에는 지난 11일 하루에만 5290개의 게시 글이 올라왔다. 김 아무개 학생은 이날 밤 9시 6분쯤 다음과 같은 게시 글을 올렸다.

“학교 폭력 해결은 당연히 교원으로써 해야 할일이지만 이렇게 보상을 바라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금 걱정스럽다.”

‘학교폭력 해결 기여하는 교원에게 가산점’이라는 포털 기사에 달아놓은 자신의 댓글을 선플운동본부 게시판에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보상을 바라고 행동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이 학생은 왜 이 게시판에 ‘선플’(착한 댓글)을 올려놔야 했을까? 그 까닭은 ‘봉사활동 점수’라는 보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교과부는 올해 초 선플을 단 활동에 대해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주도록 처음으로 공식 승인한 사실이 12일 뒤늦게 밝혀졌다. 올해 1월 11일 16개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선플 20개를 달 경우 1시간의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라”고 지시한 것. 이렇게 해서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봉사활동 점수는 한 해에 52시간이다.

하지만 이 지시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학생들이 다른 사이트에 쓴 선플을 반드시 선플운동본부 사이트에 복사해 넣어야 한다는 것.

선플운동본부로부터 봉사확인서를 받기 위해서는 초등학생은 40자 이상, 중학생은 50자 이상, 고등학생은 60자 이상의 선플을 달아야 한다.

이에 따라 봉사활동 점수가 대입전형과 직결되어 있다고 믿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플운동본부 게시판으로 몰려들게 된 것이다.

교과부 공문에 따라 올해 7월 초 한 시도교육청이 일선학교에 보낸 공문.

2008년 제주교육청이 선플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상당수 교육청에서 자체 판단으로 선플 작성 행동을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초 교과부 차원에서도 이런 행동이 공식 인정되자 선플운동본부 게시판은 더 북새통이 되었다.

이렇게 적어놓은 학생들의 선플 내용이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조승수(진보신당) 의원은 지난 해 9월 21일 국감에서 학생들이 달아놓은 선플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야구장 키스타임’ 기사에 대해 학생들은 “좋은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자상한 이미지가 보여진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조 의원은 “이런 수준의 댓글을 달도록 하는 선플달기운동본부가 행안부로부터 국비 4천900만원을 지원 받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과부가 선플에 봉사활동 점수 인정? 선플 순수성 파괴”

조용식 전교조 울산지부장(고교교사)은 “학생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스스로 선플을 적도록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필요한 일이고 권장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교과부의 지시 때문에 학생들의 선플 행위 자체가 봉사활동 점수를 얻는 수단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선플 행위에 대한 봉사활동 점수는 선플의 순수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선플운동본부 중견간부는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면 선플 체험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게 되며,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학생들에 대한 의미 있는 교육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교과부 학생자치과 관계자는 “올해 교과부는 선플에 대한 봉사활동 시간 인정을 더 엄격하게 하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이라면서 “앞으로 봉사활동 시간 인정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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