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마을 놀이터에 낙서한 10살 여아4명
학생부에 8년간 징계 ‘빨간 줄’ 논란

[발굴] 서울 A초 “교과부 지침 지키려고”, 교육청 “심한 일”

서울에 있는 어린이용 놀이터.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마을 놀이터에 동료 학생을 비방하는 낙서를 했다’는 혐의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4명이 학교폭력 징계를 받고 학교 생활기록부(학생부) 등재를 앞두고 있는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이들 학생의 학생부에 적힌 ‘학교폭력’ 기록은 ‘졸업 후 5년 보관’을 명시한 교과부 지침에 따라 8년 뒤인 고교 2학년 때까지 보관된다.

길게는 11년까지 보관되는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

서울 A초와 서울시교육청, 전교조 서울지부 등에 따르면 해당 4학년 여학생 4명은 지난 5월초쯤 평소에 같이 어울리던 한 동료 여학생을 비방하는 낙서를 마을 놀이터 담벼락에 적었다.

같은 달 A초는 피해 학생의 학부모 요구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폭자위)를 열고 낙서행위를 한 학생 4명에 대해 ‘서면사과’와 ‘특별교육이수’를 결정했다. 중학교 입시와 고교 입시를 앞둔 가해 학생의 학부모들은 학생부 기록이 8년간 보관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행정 심판 등을 준비하고 있다.

A초 교감은 “정서적인 피해는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판단이 존중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폭자위를 열어 선도 조치를 했다”면서 “교과부 지침을 어길 수는 없어서 학생부에도 기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감은 “낙서는 어릴 때 많이 하는 것이고 어른들도 한 두 번은 했을 텐데 안타깝다”면서 “다른 초등학교들도 비슷한 사례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과부가 올해 3월 전국 학교에 보낸 학생부 기재지침의 표지.

서울시교육청 중견관리는 “담임 수준에서 해결해도 될 일이 최근 폭자위로 넘어가 평생 주홍글씨를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초등학교 때 한 번의 낙서로 중고등학교 입시가 좌우되는 이중처벌은 정말 심한 것이라는 게 우리교육청 생각”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경우 90% 이상인데, 모두 기록?”

이금천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고등학생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90% 이상이라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학생부에 폭자위 결과를 모두 기록하도록 한 것은 반교육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권재호 서울 선사고 학생부장(인권상담부장)도 “7명의 학생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한 학생이 욕을 해 싸움이 벌어져 ‘따돌림’과 ‘언어폭력’이라는 쌍방과실이 말썽이 된 경우도 있다”면서 “쌍방과실에 따라 폭자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할 것 없이 모두 징계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모든 처분 결과를 학생부에 기재토록 한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폭자위에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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