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ActOn] 점심

자, 점심은 맛나게 드셨습니까?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밥보다 맛있었을 겁니다. 낮잠 한숨 자고 오라고 말씀드렸지만 가슴이 벌렁벌렁해서 잠이 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오늘은 “혁명”이 진행되는 날이니까요. 자, 배불리 먹고 기력을 보충했으면 다시 시작해볼까요?

이제 무엇을 할지는 아침에 말씀드렸습니다. MS윈도가 지배하고 있던 공간을 해방시키고 어떻게 재분배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일단 리눅스가 토지를 접수하면, 모든 차별을 폐지하고 동등한 자격으로 서로 연결시킵니다. 또 가상의 명목(루트) 아래 모든 걸 재배치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지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일단 이렇게 알고 넘어갑시다. 리눅스 세계에서, 모든 장치는 평등하다. 그리고 모든 자원은 공유된다. 지금 당장은 할 일이 많으니, 숨 좀 돌리고 나서 나중에 다시 찬찬히 설명하죠.

토지 재분배

하드디스크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정합니다. 리눅스를 설치하면 루트(/) 디렉토리 아래 여러 서브디렉토리(sub-directory)가 만들어집니다. 각각의 서브 디렉토리는 다 정해진 쓰임새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bin 아래는 프로그램 실행 파일들이 들어가고, /usr 아래는 프로그램의 나머지 구성 파일들이 들어가며, /home 아래는 개인 파일이 들어가는 식입니다.

이 모든 디렉토리가 루트 디렉토리에서 시작해 뻗어나가므로, 루트 디렉토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 루트 디렉토리가 어디에 위치할지 리눅스 설치 프로그램에 말해줍니다.

설치 프로그램이 알아서 계산해서 뭔가 제안하는데, “수동으로” 직접 설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 하드디스크를 손대는 게 아니면 프로그램이 한두 개의 파티션(하드디스크의 분할영역)을 인식해 줄 겁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를 해 줄 건데, “스왑” 파티션을 만드는 것과, 하나의 큰 통짜 파티션을 만들어 “루트(/)” 디렉토리가 위치하는 루트 파티션으로 지정합니다.

* 스왑 파티션 : 컴퓨터를 쓰다 보면 메모리(램, RAM)에 있는 내용을 임시로 하드디스크에 써놓고 메모리 공간을 확보할 일이 생깁니다. 이럴 때 하드디스크 일부분을 메모리와 비슷한 형태로 미리 만들어놓으면 더 효율적으로 그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큰 파일 하나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쓰는 건데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집니다. 스왑 파티션의 크기는 실제 달린 메모리 크기의 두 배 크기로 잡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256MB의 메모리가 달려 있다면 스왑 파티션은 512MB 정도. 하지만, 요즘은 메모리가 대개 넉넉해 스왑 파티션을 쓸 일이 많지 않으니, 그렇게 많이 잡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 “새 파티션”을 클릭한 후, 크기(size)를 지정하고, “Use as”를 스왑(swap)으로 지정해주면 됩니다.

* 루트 파티션 : 지금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감이 안 올 수 있으니 일단 쉽게 갑시다. 나머지 하드디스크 영역을  더 쪼갤 것 없이 통째로 “루트” 파티션에 할당하겠습니다.

- “새 파티션”을 클릭, 사이즈는 자동으로 정해질 거고, “Use as”를 “ext3”, “Mount point”를 “/” 로 지정합니다.


루트 파티션을 포맷하지 않고 바로 파일을 복사해 넣을 수 있는데, 기왕이면 깔끔하게 갈아엎어 줍시다. “Format” 체크박스에 체크 해줍니다. 이제 준비가 끝났습니다. 윈도의 지배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주 정책

먼저 이삿짐을 쌉시다. 새 땅으로 가져갈 문서나 약속 내용 등이 있으면, 설치 프로그램이 찾아내 이전할 준비를 해줍니다. 그냥 가볍게 몸만 가서 새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처음 설치할 때라면 이 단계에서는 할 게 없습니다.


새로 분배한 땅에는 누가 살 것인가? 새 리눅스 컴퓨터를 사용할 사람의 계정을 만들어줍니다.

감격스럽게, 새 땅의 이름도 지어주죠. 해킹머신(hacking-machine) 정도면, 썩 괜찮지 않나요? :)

땅을 재분배하고, 누가 살 건지 정했고 이삿짐도 싸놨다면, 이제 모든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리눅스 설치를 위해 지정한 내용을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모두 제대로 됐다면 본격적인 “갈아엎음”을 시작합니다. 거침없이 “install”을 눌러줍시다.


이건 꿈이 아니야!

지금까지는 실제로 뭔가 이뤄진 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윈도의 지배에서 자유로워졌고, 새롭게 세상을 재구성할 준비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두렵기도 한 일입니다. 지금이라도 “취소”를 누른다면, 그리고 재부팅을 한다면, 다시 여러분은 윈도의 지배를 받는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네, 당연히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 전 단계에서 “Install”을 눌렀다면 이제는 돌아갈 곳은 없어졌습니다. 앞만 보고 나갈 뿐입니다. 꼬집어보세요.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자유로워지는 것을 두려워 마세요! :)

당신의 눈앞에서, 세상은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잠시 숨을 돌리고 신선한 바람을 즐기며 기다리면 됩니다. 땅을 갈아엎고, 새로운 집을 짓고, 길을 내고, 우물을 파는 등의 일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죠. 요즘 컴퓨터는 성능이 워낙 좋으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자, 이제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마을을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혁명은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새롭게 만든 것을 계속 가꾸어 나가고, 확고히 뿌리내려 다시금 낡은 질서와 가치들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혁명은 리눅스를 설치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제부터 시작인 셈입니다. 하지만, 일단 오늘은 많은 일을 해 꽤 피곤하군요. 해도 어느새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즐거운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제 집으로 들어갈까요? :)

출처: 웹진ActOn
덧붙이는 말

지각생 : 한계를 넘어 모든 개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온라인 공간을 바라보고 실험하는 정보통신노동자입니다. 자유소프트웨어가 당신과 함께 하길:) http://blog.jinbo.net/h2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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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 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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