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 편집자의 글

바야흐로 돈의 시대다.
90년대말 외환위기를 겪은 뒤 ‘부자되세요’라는 광고가 유행하더니 부동산이며 증권이며 로또복권까지 온통 돈의 광풍이 불어제낀다. 어떠한 도덕적 잣대도 없이 오로지 목표와 기준이 돈이면 되는 살벌하고 천박한 자본주의시대. 오죽하면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대중의 공감을 얻을까.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하는 동지들에게도 바야흐로 돈의 시대다. 아니 ‘쩐의 전쟁’을 치른다. 고리사채업 이야기가 아니다. ‘차별철폐’의 절절한 외침에는 관심도 없다가 그들의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검찰과 경찰이 동지들에게 융단폭격을 퍼붓는 ‘벌금폭탄’과의 전쟁 말이다.
몸을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인이 5백여만원의 벌금을 미납했다는 이유로 부모 앞에서 협박당하고 야밤에 강제 연행 뒤 구치소에 처넣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동권 투쟁부터 늘 현장에서 앞장섰던 이규식 동지는 보름여의 수감생활동안 엎어진 채로 생활하면서 소화불량과 생리작용의 불편함 등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렸다.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이 장차법 제정 투쟁, 비리시설 성람재단 투쟁,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활동보조인제도화 투쟁 등으로 수년동안 부과받은 벌금은 1억6천여만원에 이른다. 장애인이 골방에서, 시설에서, 지하철에서 인권을 짓밟히며 죽어나갈 때, 이 권력기관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이제 당사자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치열한 현장투쟁을 통해 당연한 권리를 외치자, ‘실정법’ 운운하며 벌금폭탄을 들이댄다. 그동안 수많은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몬 복지부와 교육부와 건교부에는 어떤 책임을 물었는가? 자본가와 신자유주의 정권은 그들의 책무를 잊은지 오래다.
돈으로 투쟁의 의지를 짓누를 수 없다. 반자본의 몸으로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기에, 장애해방을 향한 동지들의 투쟁은 적들의 신종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더욱 치열하게 계속될 것이다.

이번호 특집은 신변처리조차 힘든 중증장애인이 '저들의' 판정표에 따라 활동보조 0시간을 판정받는 등 올해 5월부터 시행되면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장애연금의 각 입장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함께 모색해본다.
기획좌담에서는 장애인운동에 관한 활동가들과의 좌담을 실었다. 올해 상반기에 통과된 장애인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서울시 이동 조례 등 현장투쟁의 역량을 집중시킨 법령제정투쟁이 진보적 장애인운동에 끼친 영향과 한계를 살펴보고 대안을 짚어보았다.
특별기고에서는 최근 운동진영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회운동포럼에 대해 소개한다. 필자는 87년 헌법이 자유주의정치세력들의 정치적 담합으로 귀결되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한미FTA, 비정규직보호법 등 패배의 기록만이 쌓여가는 현실을 지적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운동들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진보운동’을 제안한다.

전장연 본조직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투쟁,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등 준비위원회의 이름으로 우리는 수년동안 전국에서 많은 현장투쟁을 전개해왔다. 이제 더 많은 장애인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깃발아래 장애해방을 외치는 큰 함성이 전국에서 울려퍼지길 가슴 뛰게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말

김종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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