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 활동보조인서비스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전망(1)

특집 1

2007년 5월, 활동보조사업의 역사적 시행! 그러나......

2007년 5월 1일부터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의 예산으로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시범사업으로 극히 일부의 중증장애인에게 불안정하게 제공되긴 했지만, 전국적 본격적 사업으로서 활동보조인서비스가 한국사회에 첫 출발을 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이 단어 속에는 중증장애인의 한과 눈물과 고통이 들어있다. 또한 이 단어 속에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희망과 의지가 담겨 있다. 고통의 세월과 투쟁의 시간이 녹아 있다.
다른 나라에서 수십 년 전에 시행된 제도, 그나마 많은 무고한 장애인들이 비참하게 죽고 나서, 살아남은 중증장애인들이 목숨을 걸고 극한의 투쟁을 치른 후에야, 한국사회에서 활동보조사업의 본격적 시행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윤곽을 드러낸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사업계획은 중증장애인들의 이러한 기대를 비웃으며, 철저하게 장애인의 생존권을 우롱하는 것이었다. 최초의 본격적 시행이고, 제한된 예산에 짜맞추는 것이라고 해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사업은 졸속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해도 없고, 장애인의 권리도 무시한 채 철저히 대상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의 문제점과 기만성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기만적 보건복지부에 맞서, 보건복지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지자체에 맞서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활동보조사업 본격 시행 후 불과 몇 달 사이, 각 지역에서의 투쟁은 보건복지부의 기만적 사업방침을 무력화시키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땅의 중증장애인의 삶이란, 골방에 버려진 채 나뒹굴고 있거나 거리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의 내용

★ 사업개요
◦ 기간 : 2007년 5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후에도 사업 계속)
◦ 2007년 예산 : 410억 (국고지원 약286억원. 국고보조율 서울50%. 각지방 70% 또는 80%).
◦ 서비스 대상 (임의의 사업목표량) : 1만6천명. 활동보조인 8천명.
◦ 서비스 신청 : 만6세이상~만65세미만 장애1급 장애인에 한함.
◦ 인정 절차 : 서비스 신청자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정한 ‘인정기준표’에 따라 방문 조사.
◦ 서비스 시간판정 : 인정기준표에 의해 4등급으로 구분하여 월20~80시간 제공. 18세 미만의 장애아동의 경우 월20~40시간 제공.
◦ 서비스 내용 : 가사지원,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 등 포괄적 제공.
◦ 서비스 단가 : 시간당 7천원.
◦ 장애인 본인부담 : 가구소득기준 기초수급 및 최저생계비 120%이내는 시간당 10%, 월 최대 2만원. 최저생계비 120% 초과시 시간당 20%, 월 최대 4만원, 서비스 이용료 부과.
◦ 전달체계 : 시군구별로 사업기관을 2개소씩 지정 (사업경험이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복지관 및 자활후견기관 우선 지정). 활동보조인 교육기관은 시도별 2개소씩 지정.
◦ 사업기관 운영 : 사업수익금을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사용 (서비스 단가에서 활동보조인 임금지출분 이외의 부분과 장애인 본인부담금 등에서 수익 창출).
◦ 활동보조인 자격 : 학력 제한 없이 만 18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신체적·정신적으로 활동보조가 가능한 자 중에서 소정의 연수를 거친 자.
◦ 활동보조인 교육 : 연간60시간 이수 (교육기관에서 40시간, 사업기관에서 20시간).
◦ 활동보조인 임금 : 활동보조인 시간당 임금은 7천원의 75%이상으로 사업기관에서 결정.



활동보조사업의 현실과 문제점

1) 극히 미약한 사업실적 -- 장애인의 욕구를 원천봉쇄하는 사업
자료에 의하면 사업시행 첫 달인 2007년 5월에, 전국적으로 서비스 신청자수는 불과 2,542여명이었다. 이중에서도 무려 545명이 부적합(0시간)판정을 받고, 1997명에게 총 81,620시간, 결국 1인 평균 한 달 평균 월40시간 정도의 시간이 제공되었다.
6월부터 신청자수가 두 배로 늘었다고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사업대상자라고 이야기한 8만7천명은 고사하고, 2007년 사업목표량 1만 6천명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보건복지부가 적은 예산에 사업을 짜맞추느라 의도적으로 홍보도 별로 하지 않고, 유사서비스 중복수혜금지라는 악질적 독소조항까지 만들고, 본인부담을 강요하고 해서 생겨난 결과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본인부담금까지 내면서 쥐꼬리만한 서비스 (그것도 몇 시간 나올지 보장도 없는) 이용하느니, 그냥 본인부담 안 내고 기존에 받던 가사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계속 받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2) 졸속행정의 극치
최초의 사업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업의 준비와 진행과정은 너무나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사업시행 시기도 당초 4월에서 5월로 미루어졌고, 아직까지 사업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시군들도 상당히 있다. 서비스신청을 하려해도 지자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업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직도 사업을 전혀 모르거나, 보건복지부의 사업지침조차 제대로 이해 못하는 담당공무원들이 허다한 실정이다.
사업에 대한 홍보도 의식적으로 소홀히 했고, 인정위원회 구성 등 보건복지부 사업지침에서 정한 사항들도 대부분의 경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사업지침 자체가 졸속적이며 수시로 변동하는데다, 한 술 더 떠서 그것을 하달하는 과정도 공문이나 유권해석이 아닌 담당자간의 전화통화로 이루어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지침이 책임소재까지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지부 사업지침 공문에는 없지만, “장애인 2인 이상의 가정인 경우 한 사람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지자체 공무원은 보건복지부 담당자와 전화통화로 확인했다고 하고, 보건복지부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 식이다. 중증장애인 부부는 쥐꼬리만한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혼을 강요당하고 있는 처참한 상황에 내몰리고도 어디에 하소연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3) 의미없는 조사과정
서비스신청을 하게 되면 방문조사를 통해 서비스제공시간 판정이 이루어진다.
조사사업의 과정은 이 사업이 얼마나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사업기관을 지정하고 사업기관에서 조사사업을 할 수 있도록 조사원교육까지 진행하였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막상 조사사업은 각 지역의 보건소 인력으로 진행하도록 지침이 급변경 되었다. 국가예산을 사용하며 조사원교육까지 진행해놓고 그 인력은 놔두고, 교육도 안 받은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고는 3일 안에 모든 방문조사를 끝내라고 한 것이다. 결과는 참담하고 어이없는 것이었다.
방문조사를 실시한 경우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 전화통화로 조사가 이루어졌고, 심지어 전화통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간을 책정해서 통보하는 사태도 적지 않았다. 장애인이 조사원에 의해 심각한 모욕까지 당하는 경우도 수없이 발생했다. 장애인이 방문조사 일정 조정을 원했더니 “장애인이 뭐 할 일이 있다고 밖에 돌아다니느냐, 그럼 활동보조 필요 없는 것으로 알고 ‘0시간’으로 체크하겠다.” 따위의 협박도 빈번했다.

4) 참을 수 없는 시간판정
보건복지부가 정한 인정조사표에 의해 조사와 시간판정이 이루어진다.
시간판정에 있어서는 인정조사표 자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과정에 대한 신뢰도, 제공시간량에 대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우선 인정조사표가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중복장애를 가진 경우에만 활동보조인서비스 필요시간이 높게 나오며, 신체적으로는 손끝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월 40시간으로 나오도록 되어있다. 사업진행 도중 약간의 수정을 가하긴 했어도 여전히 인정조사표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조사과정은 최악이었고,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장애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판정을 위해 자신의 장애를 과장하는 일이 발생했고, 1회적 방문이나 전화통화 정도로 활동보조인서비스 필요시간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료판정이나 다른 판정체계와 병행되지 않고 조사표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 제공시간판정의 결과는 ‘0시간’, 즉 대상제외자가 속출하였다. 5월에 신청한 2,542명중 무려 545명이 ‘0시간’ 판정을 받았다. 장애가 그다지 무겁지 않아서인가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휠체어에 혼자 오르내리지 못하고, 식사와 용변에 활동보조가 필요한 사람도 대부분 ‘0시간’ 혹은 고작해야 월20시간 판정을 받는다.
보건복지부의 인정조사표를 곧이곧대로 적용하면 정확히 이렇게 되며, 오히려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과장하거나 조사원이 약간의 ‘아량’을 베풀어야만 월40, 60, 80시간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판정시간에 지역적 편차가 극심한 것이 이를 잘 입증한다. 월60시간 등으로 일괄 판정하는 등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5) 항상 밀실 안에서 수정중인 그들만의 지침
활동보조사업이 시행되기 직전부터 그동안 수차례의 사업지침 변경과정이 있었고, 언제나 보건복지부에서는 사업지침을 수정중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제공시간판정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려고 해도 인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서 이의신청을 하지 말 것을 강요한다. 해봐야 결과는 똑같을 것이고, 조만간 보건복지부에서 수정된 지침이 나올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담당공무원들에게 활동보조사업과 관련한 어떤 문제를 이야기해도, 중국집에 독촉전화 했을 때처럼 대답은 항상 똑같다.
졸속적 사업에 대해 빗발치는 항의가 있기에, 지침에 대한 수정작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문제는 장애인당사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사업기관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고 있고, 사회각계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활동보조사업의 구체적 방향이 결정되는 과정 전체가 이렇게 권위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가 현실에서 엄청난 모순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그 대안도 같은 방식으로 찾겠다고 하는 것이니, 실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6) 사업기관, 활동보조인, 바우처 제도
활동보조사업은 소위 ‘바우처’라 불리는 쿠폰(coupon)식 사업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현재 시행중인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을 항간에서는 ‘활동보조 바우처사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우처로 외화된 서비스를 매개로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정부와 사업기관이 관계를 맺게 된다. 장애인은 제공시간판정을 (쿠폰으로) 받게 되고, 그것을 사업기관에 가지고 가서 서비스와 교환하는 것이다.
1시간당 7천원의 서비스비용을 사업기관에 전달하는 것으로, 자신의 모든 책임을 사업기관에 떠넘기려는 것이 바우처 제도에 내재하는 정부의 의도이다. 사업기관은 시간당 7천원 중 최대 25%까지를 자신의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으며, 장애인의 본인부담금 등의 수익과 함께 사업기관으로서의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사업기관이 지출해야 할 비용은 전담인력의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활동보조인에 대한 교육비 중 일부, 4대보험과 배상보험 중 해당분, 전자바우처카드 및 단말기 사용에 관계된 비용 등 상당히 많다. 사업기관으로서는 사업을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전자바우처 카드를 무리하게 강요하고, 노인도우미와 산모도우미 등 유사서비스와 격차도 너무 크고, 수급권자와 차상위층에까지 본인부담금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사업시행 초반에 장애인이용자는 물론, 거의 모든 사업기관들과 지자체 공무원들까지 반발하는 웃지 못 할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7) 활동보조인의 권리는 어디에?
바우처 제도 속에 숨겨져 지금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활동보조인에 대한 문제이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활동보조인의 직업적 안정성이며, 이는 장애인의 생존권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활동보조인이 안정화되어야 장애인도 당당하게 자신의 욕구와 불만을 표현할 수 있으며, 대등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유급이 아니라 사업기관과 활동보조인들이 교육비를 내는 ‘유료 활동보조인 교육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우려대로 기존부터 활동보조를 해왔던 사람들은 돈 내고 교육을 받느니 일을 그만두겠다고 반발한다. 우려대로 활동보조인 교육장은 40대 이상의 여성이 대부분이다. 연령비와 성비가 극심하게 안 맞는 것이다.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하루 한 두 시간 아르바이트꺼리 이상이 못 되는 것이다.
성비가 안 맞으니 이성 활동보조가 많아질 텐데, 활동보조인 교육과정에 필수 중에 필수로 들어가야 할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교육과, 성폭력 방지에 관한 교육 등의 교육과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신체접촉이 극히 많은 1대1 서비스인데도 이런 내용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령비가 안 맞으니 장애인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도 자연스럽게 예상된다.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에 대한 부분은 전적으로 사업기관에 떠넘겨지고 있다. 활동보조인의 임금은 현재 5천여원 수준의 시간급으로 정해지고 있고, 4대보험과 배상보험 등은 사업기관에서 가입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참으로 대책없는 상태이다. 활동보조인이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닌 것이다.
활동보조인의 연월차 등의 휴가문제와 야간과 공휴일 및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 등의 문제는 누구에게도 대책이 없다. 정부에서는 시간당 서비스단가로 7천원을 제공하고 사업기관이 그중 최대 25%까지 수수료처럼 떼어가는 돈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이다. 사업기관은 이미 적자인 상태인데 말이다.
이것은 단순히 졸속적 사업지침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정부의 사업방향의 본질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저들이 말하는 바우처 제도에는 공고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시장화, 정부의 책임회피, 그리고 활동보조인의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장애인들의 생존권의 목소리와 사업기관의 수익성에 대한 목소리는 있으나 아직 활동보조인은 자신들의 집단적 이해를 대변할 조직을 가지고 있지 못해 이런 문제를 제대로 폭로하고 있지 못하다.
몇 년 전 서울시에서 일어났던 장애인콜택시 노동자 산재사고와 해고사건, 지금도 연일 일본에서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콤슨(일본의 거대 유흥자본으로 1999년부터 사회서비스 시장에 진출하여, 현재 전국 2500여개 사업소를 설치하여 개호서비스 파견사업을 독점하고 있다)’의 비리사건 등은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되어야 하는지, 혹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화 되는 것이 어떤 불행을 낳을 지를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이다.

덧붙이는 말

- 활동보조인서비스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전망(2)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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