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MB식 미디어 '원더랜드'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8월 특집기사 ②

 

MB식 미디어 '원더랜드' 

 


이광석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역시 우리가 뽑은 '경제' 대통령답다. 삶의 조건은 정말 경제와 시장의 논리로 바뀌었다. 물론 시장 내 공정 경쟁의 법칙도 없는 우리식 정글의 시장 논리가 판친다. 가만 들여다보자. 재개발과 권력의 폭력으로 벌어진 용산참사가 반년을 넘겼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면 토목도 친환경 프로젝트다. 광장에서 자주 보이는 '찍힌' 시민단체들은 나라가 나서서 보조금 지급을 막는다. 시위와 소통의 살아있는 광장은 분수대와 전시 공간으로 박제화 된다. 구속보다도 벌금형이 시위 가담자들을 애먹이는 특효약이 된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미디어 보고서 통계 조작도 일자리 창출이란 시장 논리라면 가끔은 해줘도 괜찮다. 인터넷 '삼진아웃제'가 저작권 보호 논리로 도입됐지만, 실제론 누리꾼들의 정치 발언을 잠재우는 재갈로 쓰인다. 대한민국이란 '원더랜드' 안에서 벌어지는 믿지 못할 비상식의 풍경들이다.

 

  시장의 논리가 신권위주의를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적 근거라면, 국회를 통과한 신규 혹은 개정 악법들은 권력 수행의 방식에 '합법'의 명분으로 쓰인다. 그래서인지, 정부와 여당은 얼마 전 국가 경쟁력과 미디어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시장 논리를 동원해, 그렇게도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던 미디어법을 날치기 강행 처리했다.

 

  이제까지 정부와 여당이 시장의 논리를 내세우는 방식도, 그리고, 합법의 명분을 쌓는 과정도 대단히 조악하고 반민주적이었다. 예를 들어, 미디어법 강행 처리조차도 신문법 대리투표 의혹에다 방송법 재투표 무효 논란까지 낳는 형국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 주된 원인은 상식의 정치 수준에도 미달하는 우리 정부와 여당의 의회정치 현주소에 기인한다.

 

  이번에 강행 처리된 한나라당의 미디어 법안은, 조중동 족벌언론들이 방송에 안착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여당 정치인들은 굶주린 족벌언론에게 새로운 먹잇감을 던져주는 대신, 현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미디어 환경에 보수 우익의 확성기를 여기저기 심어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미디어법의 핵심 내용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지분 한도를, 지상파방송 1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전문채널 20%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조중동은 한술 더 떠 지분 한도를 높이지 못한 것에 투덜대지만, 그들은 적은 지분으로도 혹은 차명 경로를 통해서도 지배적인 지분 행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단 5% 지분을 통해서도 지배적 지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벌 상황을 고려하면, 지상파 방송의 지분한도 10%는 허수가 아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구독률 20% 이상의 신문사의 경우에 방송 진입을 불허한다는 조항은 또 다른 숫자놀음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조선일보의 경우 구독률이 10%가 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도 허구다. 대한민국에서 구독률 20%를 넘어설 신문사는 영영 없고 있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여론 독점의 방패막이로 20%를 제시한다. 게다가 2012년 말까지 지상파에 진출한 재벌과 신문사들의 경영권 참여 유예 조항 또한 실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소유권을 쥔 이의 영향력은 어떻게든 여러 방식을 통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재벌과 수구언론들은,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 걸쳐 지상파 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까지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시장 경쟁력의 논리는, 이제까지 여론 독점을 막고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려했던 모든 제어 장치들을 허물 조짐이다. 실제 경영 위기에 놓인 조중동 종이 신문들은, 이번 악법 강행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바라는 정치권력 재창출의 구상에 동조하면서 서로 공생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미디어법 날치기로 길거리 민심이 흉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재선임에 친여 인사들을 앉혀 MBC를 민영화하고 정부 비판의 논조를 거세해 불구화할거라는 말이 나돈다. 게다가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바로 지역방송들이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초토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19개 MBC 지역 민방들과 OBS 경인티브이의 경영 사정을 고려하면 곧 다가올 것들이다. 사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방문진 이사 물망에 오른 한 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이강택 전PD연합회 회장의 전언에 따르면, 정부 여당이 공영방송법 개정을 통해 KBS의 시청료를 올려 재원 자립도를 마련한 후 그 광고료 수익을 조종동의 방송 진출 비용으로 보전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자, 이 정도면 MB '원더랜드'의 사실상 제 2막에 해당한다.

 

  또 이들이 국민들에게 어떤 기괴한 쇼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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