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주황색끈] 민중의 집 ‘화요밥상’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8월 기획기사

 

[주황색끈] 민중의 집 ‘화요밥상’

 

 

최준영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민중의 집> 운영위원, chobari@gmail.com)

 

‘밥상’을 떠올리다

 

  두런두런 식탁에 모여 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광경. 아름답지만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바쁜 직장생활에 쫓겨, 미뤄놓은 일들에 밀려, 학원이나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아니면 심지어 TV 드라마에 밀려,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도 다 같이 밥상에 앉는 일이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거주하는 곳이 ‘도시’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도시생활의 ‘빠름’ 앞에 밥상머리의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민중의 집>이라는 새로운 지역 생활문화공동체 운동에서 제일 먼저 ‘밥상’을 떠올린 것은, 도시생활에서 (<민중의 집> 회원이라는 타인과의) ‘만남과 대화’, ‘토론과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식구食口’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 바로 ‘화요밥상’이다. ‘장보기~요리하기~밥먹기~설거지하기’의 전 과정을 거치면 <민중의 집> 회원들 간의 친밀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화요밥상’은 출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요밥상’은 성공이다 못해 애초 기대하지 못했던 역할까지 담당하는 <민중의 집>의 핵심 프로그램(인 동시에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밥상’은 단순히 사교의 장으로만 그치지 않았고, <민중의 집>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모든 것은 밥상머리에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화요밥상’을 통해 많은 일들이 얘기되고, ‘화요밥상’에서 얘기된 일들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 밥상의 힘은 강하다!


정해진 건 ‘화요일에 먹는 저녁식사’ 뿐

 

  ‘화요밥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화요밥상’은 말 그대로 매주 화요일 저녁을 함께 먹는 프로그램이다. “화요일 저녁식사를 함께~!”라는 사실 말고는 정해진 것이 없다. 처음 시작할 때는 - ‘화요밥상’은 <민중의 집> 설립초기인 2008년 8월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 다음 주 밥상을 준비할 사람과 메뉴까지 미리 공지하고 참가자를 사전 모집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좀 더 자연스러운 형태로 밥상이 준비된다.

 

  대략 6시 쯤 밥상을 준비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장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가까운 재래시장인 망원시장에서 주로 장을 본다. 메뉴는 시기, 함께 밥상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장기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데, 2만원 내외의 재료비 - 재료비는 함께 식사한 사람들이 1/n로 부담한다 - 로 가능한 메뉴로 정해진다. 매주 약 10~15명의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게 되는데, 2만원이면 충분히 맛있는 저녁식사를 만들 수 있다. 수제비, 잔치국수, 삼계탕, 유부쌈밥, 카레라이스, 나물비빔밥, 부침개, 오징어볶음... ... 등 많은 요리들이 2만원 내외의 재료비와 회원들의 손맛으로 만들어졌다.

 

 

 

  6시 반부터 7시 반까지는 함께 요리하는 시간. 다행히 <민중의 집> 주방 공간이 넓은 편이라 5~6명의 사람이 북적거려도 충분히 요리를 할 수 있다. 함께 요리하다보면 혼자만 알고 있었던 요리 노하우를 공유할 수도 있다.

 

  드디어 저녁식사 시간인 7시 30분. <민중의 집>에 첫 발을 들이기가 어색했는데 “그냥 밥먹는다기에 왔다”는 주민, 신입회원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밥상을 찾는 단골 회원들까지 10~15명의 사람들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다. 간단한 자기소개 - 주로 “OO동 사는 누굽니다”로 - 를 하고 바로 식사 시작. 두런두런 자기 하는 일, 세상 돌아가는 일, <민중의 집>에서 했으면 하는 일 등을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식사 후에 이어지는 차 한 잔과 이야기꽃.

 

밥상의 힘

 

  따지고 보면 정말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밥상의 힘은 대단하다. ‘화요밥상’은 만으로 1년 동안 - 첫 번째 밥상은 2008년 8월 4일 시작되었다 -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었고, 많은 회원들이 ‘화요밥상’을 통해 다른 회원들을 알아가고 <민중의 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밥상머리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무궁무진하다. 황당한 자기 경험에서부터 진지한 제안까지... 밥상머리에서 못할 얘기가 뭐 있겠는가! ‘화요밥상’은 회원들의 이런 상상력에서 상당한 활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화요밥상’과 연계한 많은 일들이 기획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2월부터 시작한 ‘문화가 흐르는 화요밥상’이다. 매월 마지막 ‘화요밥상’에서 저녁식사 후에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화요밥상’과 연계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있다. 연극공연, 영화상영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회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매월 진행될 계획이다.

 

  그렇다. ‘화요밥상’은 사교의 장이자, 토론과 이해의 공간이며, 또한 기획과 생산의 장이자 문화와 생활이 함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밥상의 힘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민중의 집>이 지역과 동네, 공동체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픈 프로그램이 바로 ‘화요밥상’이다. 우리, 밥상머리에 앉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보자.


끈 더하기 : <민중의 집>

 

  <민중의 집>은 새로운 대안적 지역사회운동을 만들자는 취지로 2008년 7월에 오픈하였다. 현재 망원동 2층 단독주택에 자리잡고 있으며, 화요밥상을 비롯하여 ‘토끼똥’ 공부방, 청소년 독서토론교실, 시민강좌, 중국어/일본어 강좌, 문화강좌, 기타교실, 다정한 시장(벼룩시장), 쪽방극장 등 다양한 생활/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토끼똥’ 공부방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독서토론교실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밖에 시민강좌, 문화강좌, 어학강좌 등은 강좌당 1,000원의 참가비를 받는 ‘천원강좌’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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