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기타, 좋아하세요? ”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8월 후일담

 

“기타, 좋아하세요? ”

콜트∙콜텍 수요 문화제

 

 

정소연

(대안문화센터 활동가)

 

  7월 29일 뜨거운 여름 햇볕이 조금 사그라들기 시작하던 저녁 7시 홍대 클럽 빵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콜트∙콜텍 수요 문화제” 가 한창입니다.


  콜트∙콜텍은 기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순이익 100억을 넘기면서도 적자라며 휴가비 한번 주지 않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던 회사는 결국 해외로 공장을 빼돌리고 국내 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십 수 년 간 묵묵히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은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93년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필두로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국내공장을 축소하던 회사는 07년 4월 인천 콜트 공장에서 57명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7월에는 대전 콜텍 공장을 폐업시켰습니다. “위장폐업” 이지만 박영호사장님께서 명예훼손이라해서 “그냥폐업” 이라고 해야합니다. 그러면서 67명의 노동자가 또 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08년 8월, 인천콜트공장까지 최종 폐업을 하면서 한국 땅에서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공장은 사라졌습니다. 콜트∙콜텍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철탑위에서, 밥을 굶어가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거리에서, 제 몸에 불을 붙이며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죽는 것 말고 다 했다는 노동자들의 투쟁 앞에 뻔뻔한 회사는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힘든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투쟁이 외롭지 외롭지 않도록 기타와 음악을 사랑하고 노동의 신성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하는 사람은 노래로, 글을 쓰는 사람은 글로, 춤을 추는 사람은 춤으로, 함께하며 눈물이 가득한 기타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콜트∙콜텍 수요 문화제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시간입니다. 

 

  해금과 단소, 피리, 우쿠렐레 등 다양한 악기로 쉬운 동요리듬의 인상 깊은 곡을 선보인 ‘도토리점심’의 9살 꼬맹이의 눈으로 본 세상과, 우물안 개구리의 노래는 재밌으면서 의미심장합니다. 묵직한 힘이 맴도는 꽤나 멋진 밴드 “반짝반짝 빛나는”은 용산 참사 100일 추모공연 이후에 오랜만입니다. 빵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하, 수상한 시절에 각광받는 힙합그룹 ‘폴 어쿠스틱’은 지붕 있는 곳에서 오랜만에 공연한다며 웃습니다. 즐겁고 유쾌한 밴드 ‘갈릭스’의 꽉 찬 사운드가 어느새 열시를 넘긴 클럽 빵을 가득 채웠습니다. 공연에 함께한 콜트∙콜텍 노동자분들도 집으로 돌아가신 후 그들이 빵을 위해 만들어 오신 빨간 방석만 남은 공간에서 지난 겨울 찾아갔던 대전의 콜텍 공장 생각이 납니다. 창문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멈춰버린 기계 앞에는 소음을 막아주던 낡은 귀마개가 여직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각 공정을 돌며 만들어지던 기타는 뽀얀 먼지들을 안고 쌓여있었습니다. 기타를 만들던 두 손은 이제 빈주먹으로 눈물을 닦게 하지만 그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한 다시 기타를 만드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 수요문화제 제목을 “그 기타는 버리세요” 라고 했다가 혼쭐이 났었습니다. 그 좋은 기타 왜 버리냐고..오래오래 가지면서 좋은 노래 많이 만들어야 한다구요. 그토록 힘들게 했던 기타인데도 여전히 자신들이 만든 기타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 이들과 함께 어깨를 흔들며 춤추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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