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광장과 보행로의 갈림길 위에 선 광화문광장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8월2호 밥보다문화

 

광장과 보행로의 갈림길 위에 선 광화문광장

 

 

김성일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 광화문 광장, 연합뉴스 제공

 

  광화문광장이 완공되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연일 계속된 폭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서울의 새로운 명소를 보기 위해 광장에 모여들었다. 광화문광장은 시청 앞 서울광장과 더불어 2002년 길거리응원전을 계기로 형성된 광장문화 조성여론 속에서 문화연대가 일찍이 제안한 의제였다. 따라서 광화문광장은 길거리응원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전대미문의 거리축제를 만든 당시의 '필'(feel)을 그대로 담아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광화문광장의 실질 모습은 사뭇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길거리응원전의 축제열기가 느껴지기보다는, 그 열기가 마구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길거리응원전을 2002년은 물론 2006년에도 참여한 필자로서는 김빠진 콜라를 마신 기분이다. 길거리응원전이 계기가 된 광장사업이었기에, 응원을 축제로 만든 당시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배어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광화문광장이 축구와 연계되거나 응원의 편이성을 중심으로 설계됐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당시 길거리응원전에서 분출되었던 열기와 열정, 발랄함과 기상천외함이 재현될 수 있는 공간인가이다. 광장 착공 이전에 공간 콘셉트가 명확했기에, (정말로 너무나 분명했기에) 당연히 설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해야 했다. 시민들 역시 광화문광장을 길거리응원전과 오버랩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은 이러한 상식을 완전히 깨뜨렸다. 왜냐하면 실제 광화문광장을 길거리응원전과 오버랩한다는 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광화문광장은 광장보다는 보행로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즉, 광장이 갖고 있는 정중동의 미학이 보이지 않는다. 정동중의 미학이란 광장이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중심점이기에 보행방향이 사방으로 뻗을 뿐 아니라, 이동과 머묾이 다양한 양태로 공존하는 모자이크의 형상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 광화문광장은 보행방향이 남과 북으로만 나 있고, 이동은 단순한 보행으로 한정되며 머묾 역시 쉴 공간의 부족으로 여의치 않다. 또한 양 옆에 나 있는 도로와 차량의 흐름은 광장을 하나의 고리된 섬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시청 앞 서울광장은 어느 정도 본연의 광장이 갖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잔디밭 설계로 인해 자유로운 이용의 제약이 있긴 하지만.)

 

  결국, 광화문광장은 광장이기보다는 보행로에 가깝다.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나 교보생명 앞 인도를 걷는 것과 광화문광장을 걷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단지 광화문광장을 ‘걷고 싶은 거리’의 하나로 보고, 제대로 된 거리 하나 없는 현실과 견주어 괜찮은 거리 하나 생겼다고 위안을 삼으면 되는가? 하지만 광장을 광장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과 똑같은 것이다.

 

  사물이 제 위치에 있지 않을 때,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고로, 광화문광장이 광장보다 보행로의 기능에 가깝게 설계된 사실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광장의 기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그 일은 서울시가 아닌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광화문광장을 있게 한 길거리응원전의 참여자들이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욕망과 의지가 재기발랄하면서도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표출은 사회정의를 향한 외침일 수 있고 포근한 감성의 공감이 이루어지는 공연일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광장을 광장답게 만들 소중한 자원이기에, 그에 대한 채집과 활용의 묘미를 찾아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광장에서 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선험적으로 선별해 검열하는 것은 광화문광장을 관변행사장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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