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문화소비자’에서 ‘문화행동’의 주체로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8월2호 후일담

 

‘문화소비자’에서 ‘문화행동’의 주체로

<동방신기>사태를 통해 본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문제와 대안 모색 긴급토론회

 

 

최미경

(문화사회연구소 간사)

 

  뜨거운 여름날, ‘토론회’는 ‘콘서트’와 다르게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데도 동방신기 팬들이 모였다. 그들은 동방신기가 해체될까봐 정말 걱정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난 30대의 눈으로 청소년의 팬덤문화를 생각해 보았다. 왜 청소년은 동방신기에게, 또 스타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아마도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소비 사회에서는 소비하는 것에 의해 자신이 누구인가가 정해진다. 과거에 비해 이제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무슨 차를 타는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는가,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사는가에 의해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가 결정되는 소비사회에서 어른이 소외되는 것처럼 아이들도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내면보다 성적에 의해 자신을 평가받는 학벌주의 사회에서 그들은 소외되고 있고, 그래서 스타에게 열광하는 것이리라.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싶은데 성적이 아니면 표현할 길이 없는 이 시대에 스타를 통해 그들은 ‘내가 여기 있다’고 소리치고 있다. 아마도 입시에 대한 부담감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학교, 학원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청소년에게 동방신기는 출구없는 삶 속에서 가끔 내다보는 窓과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80만 팬들과 그들을 동경했던 청소년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동방신기 해체설이 나왔다. 정확하게는 7월 31일 동방신기 멤버 3인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법원에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문화연대 주최로 8월 14일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발제-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회-김명신(문화연대 공동대표), 토론-김대오(노컷뉴스 방송연예팀장), 김원찬(한국사무협회 사무총장), 김은아(동방신기 팬), 박주민(변호사), 탁현민(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과 겸임교수) 7명의 참여로 진행되었다. 토론회에서는 연예인과 기획사 간 불공정한 계약, 13년 장기계약의 부당함, 과도한 스케줄과 수익배분의 문제점과 대안 등이 논의되었다.

 

 

 

  오늘(8월21일)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첫 심문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앞으로의 조정기간 동안 양측이 신뢰를 회복하고, 일방적인 매니지먼트 관행들이 개선되길 바란다. 덧붙여 대중문화는 이윤(利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그 생산과 전파에 개입하므로, 문화 발전에 대한 관심보다 상업적·경제적 고려에서 생산되고 보급될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성이 있는,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청소년들이 좀더 능동적인 수용자가 되어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주체가 되기 바란다.

 

  대중문화는 ‘대중’에 의해 능동적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의해, (진정한 문화발전이 아닌), 상업성만을 목적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대중문화를 창출하는 데 있어, 경쟁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청소년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더는 외롭지 않기 위하여, 전근대적인 산업시스템을 바꾸어 내는 문화행동의 주체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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