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9월1호 후일담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김선주

(문화연대 회원)

 

친구가 인천에서 열리는 모던 락 페스티벌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을 때, 귀가 솔깃했던 것은내가 좋아하는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공연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콜트․콜텍”이 어떤 회사인지,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어떤 현실에 부딪혀 싸우고 있는지 몰랐을 뿐 아니라, 이 공연이 어떠한 취지로 열리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번 공연은 나에게 여름이면 해마다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흥겨운 음악 축제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거사”란 늘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모양이다. 공연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일행이 깜짝 놀란 것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이 취소되었기 때문도 아니고, 공연의 퀄리티가 기대 이하였기 때문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살짝 오버하자면, 별 기대 없었는데 인디밴드들의 음악성에 반해 기절할 정도였다. 우리가 놀란 것은 “콜트․콜텍” 회사 측의 횡포 때문이었다. “콜트․콜텍”의 박영호 사장이 공연 장소를 쓰지 못하게 시설 보호 요청을 한데다가 공연 당일에는 용역들을 고용해 공장 입구를 컨테이너 박스로 막아 공연장이 봉쇄되었다. 그 때 즈음부터 나는 공연이 잘 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공연을 보러온 관객뿐 아니라 공연에 참여하는 밴드들, 공연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해주신 관계자들이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한 회사의 노사 문제와 음악 축제는 어울리지 않는, 다소 생뚱맞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공연은 여러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원활하게, 그리고 꽤나 괜찮게 진행되었다. 나는 인디음악에는 문외한이어서 <브로콜리 너마저>를 제외한 다른 밴드의 음악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인디 음악을 접해보지 않은 나와 같은 초보자들도 충분히 이 축제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그 날의 공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했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말할 것도 없었고 다른 밴드들 모두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그 중 단연 으뜸은 <한.음.파>였다. 그들에게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관객들을 한 순간에 휘어잡는 강력한 힘과 매력이 있었다. 특히 나는 드럼을 좋아했고, 드럼 연주는 일단 파워풀해야 한다는 게 평소의 지론인데 <한.음.파>의 드러머는 내가 본 드러머 중에서 몇 안되는 훌륭한 드러머 중의 한 명이었다.


공연을 빛나게 했던 또 다른 숨은 보석은 관객들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은 모든 밴드들이 나와 공연할 때마다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그 사람은 마치 밴드 멤버 중 일부인 듯했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던 그 관객은 나에게 공연을 관람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몇 시간동안이나 서서 춤을 추어도 지치지 않는 열정이 나는 정말 부러웠다. 그 날의 공연은 연주하는 밴드뿐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와 관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 앙상블 같았다.


나는 공연 현장에서 구입한 보라색 “콜트․콜텍” 티셔츠를 입고 서울 거리를 활보한다. 공연 날로부터 시간이 흘렀지만, “콜트․콜텍” 티셔츠를 입은 날이면 그날의 감동과 여운이 나를 감싼다. 그럴 때면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스쳐간다. 모두의 바람이듯이, 내년에는 반드시 좋은 소식이 들려 다시 한 번 올해와 같은 감동의 소리가 “콜트․콜텍” 공장에서 울려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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