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동상이몽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10월2호 밥보다 문화

 

동상이몽

 

맹기돈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지금의 우리 사회는 가히 아이돌 그룹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아이돌 그룹뿐만이 아니라 연예계의 이슈 하나하나가 뉴스거리가 되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여러 가지 맥락에서 아이돌 그룹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연예인들의 소소한 일상이 전파를 타고 우리에게 배달되는 한국 사회에서 그들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한국 대중문화지형도를 살펴보는데 유용하다. 단순히 아이돌 그룹은 청소년들만 좋아하는 것이고, 연예인을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상품으로 치부하기엔 그들이 가진 우리사회에서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아이돌 그룹 2PM의 박재범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태에 대해서 애국주의적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근대 지식인들은 민족국가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함으로써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담론의 차원으로나마 실현할 수 있었지만 그 반대의 효과는 확연하다. 민족이라는 상상의 산물 뒤에 숨어서 발현되는 무의식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 한다.

 

이 글은 2PM 박재범의 행위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이야기하려 함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공격을 하였다는 네티즌을 비판하려 함도 아니다. 오히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박재범을 감싸고 옹호하려 하였던 팬심과 버무려져 양측 진영간에 오고 갔던 감정과 사유의 논리이다. 박재범에 대한 공격이 우리 사회에서 열지 말아야 할 몇 가지 금기 중에 하나인 ‘조국사랑’에 관한 문제라면, 박재범을 옹호하였던 팬들은 조국의 배신자인가, 혹은 그들이 상대적으로 애국심이 부족해서 박재범을 옹호하였던 말인가?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 등 2PM 팬들의 행위에 대해서 ‘개념없는 빠순이’라는 원색적 비난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그녀들보다 더 애국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는가?

 

지금의 팬들은 기획사 못지않은 능력을 자신의 스타를 위해 발휘한다. 단순히 음반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스타에 대한 인터넷 기사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고 안티성 사진·보도에 대한 감시를 한다. 최근에는 기획력이 부족한 기획사의 주식을 사모으는 운동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단순히 어린 소녀팬들만을 이야기함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세대를 넘어 발휘되고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스타를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쯤되면 마더콤플렉스라는 말이 등장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무척 쿨하다. 자신의 스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의 능력을 팬질로 승화시키지만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소비한다. 따라서 아이돌스타들은 유행이 지나면 상품가치가 줄어든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대체된다. ‘사랑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어찌보면 이번 박재범 사태는 하나의 상품에 대한 두 진영의 싸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되는 상품이 결함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란이다.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지만, ‘공인’이라는 포장을 씌워 강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마찬가지의 논리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공인’이기 때문에 행동거지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논리이다. 실질적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안에서 불결한 것이 시장에 내놓이는 것에 대한 거부이다. 박재범에게 요구한 윤리의 정체는 시장에서 상품으로서의 윤리이다. 따라서 이번 박재범 사태가 애국주의, 혹은 평등주의로부터 발현된 것이라고 하여도, 과연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를 의미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조국의 배신자라고 불매·퇴출운동을 벌이는 측이나 그 반대편의 논리나 서로 다른 해석에 지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경계해야 되는 것은 애국주의라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상품화해버리는 지금의 작태가 아닐까 한다.

 

ps. 그리고 연예, 스포츠 외에는 즐거움을 줄 수 없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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