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민중의 집 강화도 자전거 마실 모임 뒷이야기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10월2호 후일담 

 

민중의 집 강화도 자전거 마실 모임 뒷이야기

고동균

(민중의 집 회원)

 

2009년 10월 24일과 25일 강화 자전거 모임 잘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동네, 마을에서 타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멀리 나갔네요. 앞으로 동네도 잘 돌아다닐 뿐 아니라, 옥천, 제천, 서산, 공주, 부여, 경주, 철원, 인천 배다리길, 제주 등을 나갈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옥천이라면 농촌의 속살을 볼 수 있겠고, 서산이라면 산과 들과 바다와 강을 아우르는 생태 탐방 나들이를 할 수 있겠고, 경주라면 능원 사이사이 안압지며 첨성대를 낀 답사를 할 수 있겠고, 인천 배다리길이라면 근현대 100년의 박래품 문화와 외국군 상륙을 묵상하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겠지요. 자전거 모임은 이런 식입니다. ^^


지난 여름, ‘동네 공공미술 현장 답사’를 시작으로 이 자전거 모임은 첫 바퀴를 굴렸습니다. 이제 제3기쯤이 되어 한층 성숙해진 공공미술의 현장이 뿌듯했고, 새로운 공공미술을 꿈꾸는 젊은 동네 예술가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뒤 연습 주행 사이에 ‘한강과 행주산성’을 주제로 한 역사 탐방을 진행해 큰 호응도 얻었고, ‘겸재 정선의 한강 스케치 길’ 또한 재미나게 다녀왔습니다.

 

지금 ‘잠두봉 대 절두산: 혼돈의 시대 황사영 백서의 안팎’ ‘양화진: 일제와 리훙장이 연출한 김옥균의 두 번째 죽음’ ‘홍대앞: 수퍼마켓매너리즘 디자인의 탄생’ ‘무너진 아파트와 무너진 가짜 근대화: 와우아파트를 찾아서’ ‘한강 또는 경강: 조운의 인문지리’와 같은 탐방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만 연습 주행 사이에 먼 나들이는 물론이고, 동네 마실과 역사 탐방을 아우른 모임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장소’와 ‘시간’을 재발견하며 느끼는 감동은 특별한 데가 있습니다. 이미 맛보신 분들은 잘 아시지요?


이번 강화 자전거 모임에는 서화, 녹연 한국장님 가족(부부, 두 아들), 페달, 연두, 세이, 트로이, 국대, 네모, 강은희, 하명수, 나사못회전 들이 함께했습니다.

 

 

14일 오후 1시에 출발해 화문석체험마을 숙소에 짐을 푸니 2시 30분쯤 되더이다. 바로 라면국밥 점심을 먹고 3시 40분쯤 마을 농로와 철책을 끼고 강화 햇빛, 강화 바람에 몸을 맡겼습니다. 자전거 타기에 딱 좋은 햇빛과 바람에 취해 있는데 가다 철새가 군무까지 펼쳐주니 하늘 쳐다보다 넘어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라면국밥으로 점심 먹었으니 밤에는 그보다는 잘 먹어야겠지요? 돼지목살은 기본이고 서화가 준비한 과메기, 고등어, 오징어, 대하까지 꺼내 이보다 화려할 수 없는 저녁을 한상 잘 먹었습니다.

 

그 저녁의 알코올은 강화산 찬우물막걸리. 강화 물맛의 대표가 ‘찬우물’ 물입니다. 강화 쌀에 찬우물 물로 빚은 찬우물막걸리... 술의 술된 소이연은 경박한 단맛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찬우물막걸리... 1차분 7병은 개봉한 지 20분 안에 다 사라지고... 2차로 10병을 급히 공급해야 했습니다. 마포 막걸리계의 2대천왕 트로이와 페달의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아무튼 존경합니다.

 

그렇게 퍼 마시고도 야간 라이딩에 미련이 남았던 철부지들은 앞뒤 단 두 개의 라이트에 의지해 12시 30분쯤 야간 라이딩을 감행했습니다. 아 술 취한 아저씨, 아줌마들을 제지하던 검문소 위병들... 그래...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국방부 시계가 돌지 않겠냐...

 

25일 아침, 모두 잠든 사이에 연두와 나사못회전은 해장 라이딩을 즐겼고 세이는 카메라를 들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세이, 그날 찍은 사진 꼭 올려주세요~

 

그리고 아쉬운 일요일 라이딩. 월요일을 생각지 말자는 결심을 일부러 하면서 페달을 꾹꾹 밟아 연미정을 지나 강화대교를 찍고 돌아왔습니다. 평지를 오래 달리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는 길은 허벅지 근육 붙이기에 딱 좋았어요.

 

카레밥 점심으로 일요일을 마무리하고... 아 서울행... 흑흑흑... 강화 햇살, 바람, 해안, 새 무리, 찬우물막걸리야 언제 또 다시 보랴...


예, 언제 또 다시 봅시다. 동네에서, 또 좀 멀리 가서 이렇게 재밌게 한 번 타 봅시다. 말 없을 때는 말 없이, 수다가 필요할 때는 수다를 껴서 자전거를 달릴 뿐입니다. 그대로 소담하고 뿌듯한,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마실, 두 바퀴 여행. 계절 바뀌고 해 바뀌어도 동네에서 길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다녀오신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어요. ^^


 

*기사 출처 : 민중의 집 자전거 마실 모임 후기 (www.jinbohouse.net )

 

민중의 집 자전거 마실 모임은,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 입니다. 현재 격주마다 1회씩 테마가 있는 마실 모임을 기획 중입니다. 자전거 마실 모임에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민중의 집(02-333-7701)/ www.jinbohouse.net 자유게시판을 통해 문의/신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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