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더불어 삶을 나누는 민중의 집, 1년을 돌아보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1월 1호 특집기사 

 

더불어 삶을 나누는 민중의 집, 1년을 돌아보다

- 민중의 집 1년 활동 현황과 총평

 

안성민

(민중의 집 사무국장)

민중의 집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삶을 서로 가꾸고 나눔으로써 지역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따뜻하게 바꾸기 위해 만든 주민들의 자치공간이자 공동체이다.

 

민중의 집에서는 주민들 스스로가 삶의 대안과 희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생활에서 부족한 것을 함께 채우고 필요한 것을 나누는 생활협동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공익사업들을 주민들과 함께 힘 모아 진행 중이다.

 

민중의 집은 회원들의 후원과 참여를 토대로, 모든 사업과 프로그램은 회원들의 자발적인 자원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민중의 집은 지역사회의 공익을 최우선시하며, 모든 공간과 시설은 지역사회의 공공재로서 주민 모두와 공유하고 있다.

 

민중의 집의 프로그램은 회원과 주민의 자원활동으로 운영되기에 수익을 목표로 배움값을 받지 않고 있다. 민중의 집에서는 모든 프로그램이 그 자체로 상호부조이자 나눔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일 민중의 집이 첫돌을 맞이 하였다. 이번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11월 1호에서는 민중의 집 1년을 돌아보고, 지향하는 가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다양한 상상력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주민 교육․문화 공간과 지역 커뮤니티의 사이에서”

 

민중의 집이 창립총회(08. 11. 1)를 연 지 1년이 지났다. 사실 겨우 1년 동안의 활동일 뿐인데,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2층 단독주택에서 그리고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마포구에서도 한정된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민중의 집 활동이 어떤 때에는 너무 과한 관심을 받는 것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매주 1~2팀씩은 민중의 집을 탐방하러 찾아오고 있고, 수많은 언론기사에다 공동대표단의 지역 강연까지. 때로는 우리가 가진 것 이상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민중의 집 활동이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다음의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는 사회운동의 위기와 대안 모색의 측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심화는 사회양극화를 가속화시키지만, 역설적으로 고전적인 방식의 시민주체 형성은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점차 아래로부터의(삶, 생활, 지역에 근거한) 새로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증가시켰고, 촛불집회를 통해 이러한 기운이 증폭되면서 민중의 집 활동이 주목받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둘째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민중의 집 ‘운동’의 특성. 민중의 집은 설립 초기부터 다층적인 네트워크와 열린 커뮤니티를 지향했고, 이는 스스로의 경계를 가졌던 여타의 공동체들과는 구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한편, 열린 공동체라는 민중의 집 운동의 실험은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인 동시에, 민중의 집의 고유한 정체성 형성을 더디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중의 집에는 굳이 구분을 하자면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교육․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이 손쉽게 대안적인 교육․문화 프로그램들을 접할 수 있고, 어렵다고만 느끼던 정치, 경제, 사회, 철학, 역사 등에 대해 주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했다. 여가를 활용해 참여할 수 있는 교육․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도 큰 편이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픈 지식인, 예술인, 활동가, 운동단체 등의 자원도 생각보다 많아 크게 까다롭지 않은 목표이기도 하다. 실제로 민중의 집은 지난 1년 동안 매우 많은 교육 /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민중의 집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나 주민 교육․문화공간 운영은 그 자체로 지역운동이 되기에는 모자람이 많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민주적인 시민주체의 형성은 지식과 문화적 체험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자본주의에 끼워 맞춰져 있던 일과 생활, 인간관계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 무척 벅찬 일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사회 속 개인은 이미 오랜 기간 권력과 자본과 지루한 힘겨루기를 반복했고, 여기서 오는 피로와 절망감, 상처의 누적은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생활고에서 오는 생존의 고통, 경쟁이 주는 인간적 모멸감, 자괴감, 열등감, 관계의 파괴에서 오는 소외와 외로움 등을 치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피로와 절망감에서 벗어나 개인의 변화를 격려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당연하게도 민중의 집의 다른 하나의 목표는 지역 커뮤니티 형성이었다. 밥상모임, 벼룩시장, 공부방, 품앗이 생활강좌 등은 이전의 교육․문화 프로그램만으로는 잘 만들어지지 않았던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자 시작했던 사업이었다. 그러나 공부방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은 아직까지도 커뮤니티 형성에 역부족을 느끼고 있다. 시간과 기회의 부족, 커뮤니티 빌더의 부재가 그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1년이란 시간은 관계가 쌓여 커뮤니티로 성장하기에 무척 짧은 시간이다. 게다가 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모임과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 간의 만남이 민중의 집에서 이루어졌지만 대개 그 모임과 프로그램은 1-2달 사이에 끝나게 된다. 어떠한 정체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모여있을 수 있는 활동가나 단체/정당 회원들은 모를까 민중의 집에 오는 일반 주민들은 이런 단기성 프로그램과 모임만으로는 관계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가 없다. 이 같은 환경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커뮤니티 빌더다. 커뮤니티 빌더는 만남을 관계로, 관계를 커뮤니티로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사람이다. 프로그램이나 사업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 1년 동안 민중의 집에는 커뮤니티 빌더의 부재현상이 뚜렷했고, 많은 사업들이 커뮤니티 안착에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요컨대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획을 통해 회원의 숫자가 늘어나고 프로그램 참여 주민의 숫자가 늘어났지만, 이들 회원과 주민이 지속적으로 민중의 집이라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과 기회를 마련하는 일에는 서툴렀다.

 

민중의 집 1년 활동의 한계지점의 배경에는 운영주체 역량의 한계가 존재한다. 3인의 실무역량에 의해 민중의 집 활동이 좌우되다보니 그 한계(뒷심부족)가 너무나 명확하였으며, 커뮤니티 형성은 물론이고 애초 중장기적 운동기반 마련을 위해 기획된 운영체계 - 비전특별위원회, 재정특별위원회, 프로그램기획모임 등 - 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당장의 공간 운영과 프로그램 진행, 민중의 집 활동에 대한 홍보, 자연발생적 지역네트워크 유지 등에 3인의 역량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 본 기사는 지난 10월 30일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열린 "민중의 집 1년 평가와 마포 지역운동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 발제문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 입니다. 발제문 전문은 아래 제목을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토론회]민중의 집 1년 평가와 마포 지역운동 활성화 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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