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김상곤 교육감, MB에 더 맞서십시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1월 1호 밥보다 문화

 

김상곤 교육감, MB에 더 맞서십시오

 

김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유성호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 경쟁과 서열화의 광풍이 몰아치는 지금 이 시기 '교육난세'에 전국 16명의 시도교육감 중 스타 교육감은 단연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다. 부임 반년 차 그를 전국에서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의 교육정책이 매력적이라는 점과 경쟁위주의 현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4월 주민 직선으로 당선된 김상곤 교육감은 최근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통령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재에 착수했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자율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시도교육청의 자율과 단위학교의 자율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발표한 4·15학교자율화조치에 꼭 들어맞는 것 같은데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왜 이렇게 징계, 고발 운운하며 불협화음을 내는 걸까.

 

여기에 더해 최근 교과부는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교부금 축소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교육예산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재정지원을 축소한다니 자칫하다가는 유권자들 원성이나 사지 않을지 걱정이다. 사실 교육단체 일원으로서 어려운 속에 MB정부의 독선을 물리치고 교육자적 양심으로 중립을 지켜주는 김상곤 교육감이 고맙다.

 

'개념 있는' 김상곤 교육감을 흔들지 말아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과부는 김상곤 교육감이 시국선언 전교조교사에 대한 검찰수사결과를 통보받고도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교육공무원징계령'(제6조제4항)에 위배된다고 판단, 지방자치법 제170조(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한 직무이행명령)에 의거 김상곤 교육감에게 징계의결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상곤 교육감 변호사 측은 이와 다른 견해다. 교사징계는 교육감 고유사항인 데다 시국선언교사들에 대한 법원판결이 확정 안 된 상태에서의 징계는 조급한 처사라는 것이다. 법률적 상식이 없는 사람이 듣기에도 김상곤 교육감 측 판단이 일리가 있다. 하지만 교과부는 김상곤 교육감이 직무이행명령 기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 혐의로 김 교육감에 대한 고발 및 행·재정상 필요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 대응 속도가 빛처럼 빠르고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자율을 존중하고 좀 지켜보면 될 일을 교과부가 너무 조급해한다는 느낌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은 여론의 포화를 맞고 원상회복됐지만 얼마 전 경기도의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혁신학교설립예산'을 전액 삭감할 때, 무상급식예산을 절반으로 '뚝' 자를 때도 노골적이고 성급해 볼썽사나웠다.

 

교과부를 비롯한 당국의 대응이 빠르긴 하지만, 때로는 김상곤 교육감 측에서 선제골을 날리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선거에서 고양과 화성의 국제고 설립과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사업인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며 교육당국을 긴장시켰다. 고교평준화유지, 자율형사립고 희망교 공모에서 학생들에게 받는 납입금 비율을 일반계 고교의 배를 넘지 않도록 하고 대신 법인의 전입금 비율을 높여 경기도에서 한 학교만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과부와 교육청 실무자들이 난처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교과부가 너무 성급하게 앞서나가고 있다. 교과부는 16개 시도교육감 중 유일하게 개혁적인 교육감의 개책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속마음으로 간직하다가 2010년 교육자치선거를 지켜보면 된다.

 

그런데 고작 임기가 1년 반인 교육감에게 공약을 제대로 펴볼 여유도 주지 않고 흔드는 것은 맞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교육감이 낙마했어도 교육정책은 공정택 교육감 공약 그대로라고 우기고 있으면서 경기도는 적법한 절차의 적법한 교육감이 공약을 실현한다는데 왜 그리 흔드는 것인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 누가 교육감 후보로 나서겠는가.

 

너무나도 다른 공정택과 김상곤, 두 교육감

 

 

▲ 최근 선거법위반 혐의로 교육감직을 박탈당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 권우성

 

이렇듯 교과부에겐 눈엣가시인 김상곤 교육감이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김 교육감의 매력은 공약에 대한 기대와 인간적 매력, 두 가지가 반씩 섞여 있는 것 같다. 그럼, 유권자들이 그를 왜 좋아하는지 한 번 보자.

 

첫째, 공약이 알차다(무상급식공약, 한 학년 6학급 이하, 한반에 25명 이하 혁신학교 25개 설립 등). 둘째, 자신의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셋째, 경쟁교육보다 협동교육을 중시한다. 넷째, 이명박 정부에 알아서 기지 않는 줏대가 있다. 다섯째 리더십이 있다. 여섯째, 투지와 근성이 있다. 일곱째, 정치감각이 탁월하고 결단력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행복을 우선에 둔다. 그는 요즘처럼 교육난세 시기에 스타가 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것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경기교육감을 비교해보자. 2006년 12월 개정된 '지방자치교육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뽑는 직선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대부분 교육감선거는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투표율이 12%~15% 안팎에 머물렀다. 물론 주목 받았던 경기와 서울 투표율도 저조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두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많은 의미와 과제를 남겼다. 6개월여 간격으로 직선 선출된 두 교육감의 교육철학, 행정력과 리더십, 관내 학생에 대한 애정 정도가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공정택. 그는 이후 '이명박 정부 전도사'라 불리며 잘 나가는 듯했지만, 최근 선거법위반혐의로 교육감직을 박탈당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 받은 선거비용 28억5000만 원도 반환해야 한다. 잘했든 못했든 한평생 교육관계자로 일해 온 분이 그렇게 업무를 마감하는 것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면서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는 교육감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됐다.

 

MB 교육정책에 맞서 선방...제2, 제 3의 김상곤이 필요하다

 

 

주민직선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5월 20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정섭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4월 실시한 경기도교육감선거에선 무상급식실시, 혁신학교 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운 김상곤이 당선되었다. 김 교육감은 혁신적인 교육공약으로 유권자에 다가섰지만 도리어 경쟁을 강조하는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발목이 묶여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4·15학교자율화조치를 통해 시도교육감에게 초중등교육의 대부분을 교육청에 이관했으면서도 실제는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각 시도교육감이 정부에 복종하길 바란다.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요구도 그중 하나고 일제고사도 그중 하나다.

 

김상곤 교육감은 집권여당의 반서민 정책을 유권자들이 몸소 체감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화제의 인물이 된 이유다. 김상곤 교육감 같은 이가 없었더라면 그나마 경쟁교육, 충성경쟁에 숨구멍 하나 못 낼 뻔했다. 김상곤 교육감 앞에서는 시국선언 교사징계건도 일제고사 건도, 경쟁 제일의 새 정부교육정책도 힘을 잃는다.

 

서울과 경기도, 근접지역 양쪽 교육감이 겪은 두 사건은 진정한 교육자치가 무엇인지, 한국교육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크다. 물론 아직 그에게 부족한 점도 많을 것이다. 오랫동안 '운동'의 길을 걸어온 그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운동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에게 너무 지나친 기대로 부담을 주진 말자. 그가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그를 격려하고 지켜보는 아량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일부에서는 김상곤 교육감이 좀 더 개혁적이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워하나, MB정부 경쟁교육과 학력신장의 광풍 앞에서 그만하면 선방하는 셈이니 말이다. 

 

아직까진 김상곤 교육감이 교육난세에서 발생하는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있지만, 앞으론 그의 짐을 나누어지고 한국 교육을 제대로 이끌어갈 제2의, 제3의 김상곤이 필요하다. 이는 교육계가, 학부모들이, 2010년 전국 교육감선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기도 하다.


 

※ 기사출처 : 오마이뉴스 200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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